medicaltimes

태그로 보는 뉴스

언어 (Language)

전자의무기록 블랙박스 논란...병원종사 의사들 발끈

발행날짜: 2026-09-11 10:46:01 수정: 2026-09-11 11:17:43
  • "개인정보 보호냐, 진료 위축이냐" 갈리는 의료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11일 성명 적법한 열람 명시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보건복지부가 9월 9일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것을 놓고 의사들 사이에서 '전자의무기록(EMR) 블랙박스' 감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정령안은 지난 6월 9일 공포된 개정 의료법의 후속 조치로, 오는 12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절차다.

핵심은 전자의무기록(EMR) 접속기록 보관 의무의 범위 확대다. 현행 규정은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가 EMR을 추가기재하거나 수정한 경우에만 접속기록을 별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최초 기재와 단순 열람을 추가해, 앞으로는 진료기록을 열어보기만 해도 접속기록이 남게 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을 환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EMR의 안전한 관리·보존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개정의 뿌리는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취지는 EMR에 담긴 주소·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와 진료·진단·처방 등 민감한 건강정보가 무단으로 열람되거나 유출될 경우 환자가 입을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현행법이 개인정보의 변조·훼손과 정당한 사유 없는 탐지 행위는 금지하면서도, 접속기록 보관 의무는 추가기재·수정에만 한정돼 있어 단순 무단열람은 사후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

문제는 감시논란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호하고 무단열람을 막아야 한다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렇게 쌓인 방대한 접속기록이 향후 의료분쟁이나 형사수사 과정에서 의료진의 진료행위를 시간 단위로 재구성해 책임을 추궁하는 자료로 전용될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협의회는 EMR이 의료진의 모든 행동을 감시해 사후 책임을 묻기 위한 '블랙박스'가 아니라,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한 임상정보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제기한 우려는 협진·자문 위축, 정상적 기록의 오염, 비용 전가, 중복규제, 크게 네가지다.

우선 정식 협진 의뢰 전 동료 전문의에게 영상·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비공식 자문이 의료 현장에서는 일상적이다. 그런데 모든 열람이 장기 보존되고 분쟁 시 "왜 열람했는데 정식 협진 기록을 남기지 않았느냐"는 식의 사후적 의미 부여 대상이 되면, 의료진이 비공식 자문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응급실·중환자실처럼 실제 처치와 기록 작성 시점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장에서, 수정·열람 시점만으로 은폐나 책임 회피 의도를 추정하면 의료진이 기록 보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열람 기록까지 보관 대상에 포함되면 데이터량이 기존 대비 크게 늘어난다. 협의회는 특히 전산 인력과 서버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병원·의원급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며, 규제영향평가와 국가 차원의 표준모듈·구축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에 따라 이미 관리되고 있는 접속기록과 의료법상 접속기록이 별도로 중복 구축되지 않도록, 기존 시스템으로 양쪽 의무를 충족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를 토대로 협의회는 ▲접속기록 이용 목적을 개인정보 보호·무단열람 조사·정보보안으로 명확히 제한할 것 ▲정당한 진료·협진·자문·교육 목적의 열람은 적법한 접근이라는 원칙을 명문화할 것 ▲단순 로그만으로 과실이나 조작의 고의성을 추정하지 못하게 할 것 ▲의료분쟁·수사기관의 자료 요구 시 접속기록이 무제한 제출되는 관행에 절차적 통제를 둘 것 ▲의료기관 규모별 단계적 시행과 비용 지원 ▲로그 보존 범위·기간의 필요최소화 등 6가지 안전장치를 시행 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입법예고 마감은 10월 19일, 시행은 12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개정이 '환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자리 잡을지 '진료 현장의 방어적 위축'으로 이어질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병원내 의사가 전자의무기록을 보고 있는 모습. 가상의미지

관련기사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