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비제약, 건강보험 등재 행사 개최, 치료제 임상적 가치 강조
"월간 경련 발작 최대 65% 감소…심장 모니터링으로 안전성 입증"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핀테플라'가 식약처 품목허가 후 126일 만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 시대를 맞이했다.
정부의 허가-평가-협상 연계 시범사업을 거쳐 초고속으로 급여권에 진입한 이번 핀테플라 도입은, 그간 3종 이상의 기존 항발작제 실패로 사각지대에 놓였던 난치성 환우들에게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전망이다.
한국유씨비제약은 15일 핀테플라 급여 적용을 기념한 행사를 개최하고, 국내 드라벳 증후군 치료 환경의 변화와 치료제의 임상적 가치를 공유했다.
3종 이상 실패 속 사각지대 놓였던 환우들
드라벳 증후군(Dravet Syndrome)은 SCN1A 유전자 변이 등으로 인해 소아기에 발병하는 극희귀 중증 난치질환이다.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는 발프로에이트와 클로바잠을 축으로 스티리펜톨 등을 병용하는 다제 요법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일반적인 항뇌전증제로는 발작 조절이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일부 나트륨 채널 차단제 등은 오히려 경련을 악화시키는 치명적 부작용이 있어 의료진이 쓸 수 있는 약물 풀이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칸나비디올 등이 도입되었음에도 여전히 야간 전신 강직간대발작이나 장시간 지속되는 경련, 응급약 사용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복되는 응급실행과 24시간 이어지는 돌봄 부담 속에 환아 가족들은 심리적·신체적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이번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핀테플라는 2세 이상 드라벳 증후군 환자 중 3종 이상의 기존 항뇌전증약을 충분한 내약 용량으로 투여했음에도 최초 투여 시점보다 발작 빈도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난치성 환우를 대상으로 한다.
비록 '3종 이상 실패'라는 엄격한 단서 조항이 남아있으나, 전통적인 약물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혁신 기전의 약물로 조기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진료 현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간 경련 발작 최대 65% 감소
이날 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병찬 교수는 핀테플라가 가진 약물 기전에 따른 임상적 유효성에 주목했다.
임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은 여러 항발작제를 병용해도 완전한 발작 소실이 어려운 극희귀 질환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라며 "핀테플라는 세로토닌 신호전달계와 시그마-1 수용체를 동시에 조절하는 차별화된 이중 기전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핀테플라는 위약 대비 월간 경련성 발작 빈도를 약 54~65% 더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3년간 투여한 장기 공개 연장연구에서도 유효성 분석 대상 환자의 64.2%가 기저치 대비 월간 경련성 발작 빈도 50% 이상 감소 효과를 보였다. 임 교수는 전반적 임상 개선 척도(CGI-I)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며, 이제 치료 목표가 발작 횟수 감소를 넘어 일상 회복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교수는 핀테플라의 과거 약제 이력과 안전성 관리 프로토콜에 대해서도 상세히 짚었다. 펜플루라민 성분은 과거 다이어트 약제로 널리 쓰이다 심장 판막 이상 및 폐동맥 고혈압 등의 부작용 이슈로 처방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펜플루라민이 과거 비만 치료제로 쓰이다 심장판막 부작용 등으로 중단된 역사가 있지만, 드라벳 증후군 임상 프로토콜에서는 과거 비만약으로 사용했던 용량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저용량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심장 판막이나 폐동맥 관련 부작용 우려가 제기될 수 있었던 만큼, 임상 과정에서 심장초음파 등을 활용해 철저하고 엄격한 모니터링을 시행하며 안전성을 면밀히 확인했다"며 "그 결과, 심장 관련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성 데이터 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발작 횟수 넘어 인지·수면·돌봄 부담까지 살펴야"
이어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양동화 교수는 핀테플라 급여 적용에 따른 임상 현장 활용 방안을 제시하며, 진료실에서 만난 한 환아의 사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양 교수는 "정상 발달을 하던 아이가 생후 4개월 무렵 경련을 시작해 2세가 넘어가면서 지적장애 판정을 받는 것이 드라벳 증후군"이라며, 최근 진료실을 찾은 10살 환아의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환아는 한 달에 3~4번씩, 한 번에 5~10분 이상 이어지는 경련이 일상이 되어 어지간한 발작으로는 응급실에 가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이미 기존 치료제들을 복용 중이었고 과거 칸나비디올(CBD) 복용 경험이 있던 아이라, 이번에 처방된 핀테플라액도 거부감 없이 잘 복용하고 있다.
약물 투여 직전 웩슬러(WISC) 지능검사 등 정밀한 발달 검사를 마친 상태로, 현재 약을 시작한 초기라 약간의 졸린 증상은 있지만 아이는 약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양 교수는 "표준 치료에도 야간 전신 강직간대발작이나 응급약을 자주 사용해야 했던 환아가 핀테플라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이라며, "임상시험에서 발작 부담 감소뿐 아니라 인지·행동·수면 등 일상 기능 전반의 개선 가능성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효과를 판단할 때 무발작 기간과 응급약 사용 빈도는 물론, 가족의 돌봄 부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