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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허가 병목 손질나선 정부…기업들 기대반 우려반

발행날짜: 2026-09-17 05:30:00
  •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부담 완화에 초점
    임상부터 심사, 인증까지 대폭 개선 "실제 기간 단축 관건"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의료기기 허가 과정에서 고질적인 병목 구간으로 지적돼 온 임상시험과 인증 절차가 대폭 개선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진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허가 임상시험 대상을 크게 늘리고 2등급 의료기기 기술문서 심사와 인증도 한데 묶는 등 제도를 대폭 손질하면서 허가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기기 허가의 병목 부분에 대한 손질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사진=AI 생성).

16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0월 26일까지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2등급 의료기기의 기술문서 심사와 인증 절차를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제품 개발 이후 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앞단에서 병목이 일어났던 임상시험과 뒷단의 문제였던 인증에 대한 규제를 동시에 손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역 병의원으로 임상시험기관 확대…병목 감소 방점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의료기기 임상시험 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의료기기 허가에 필요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식약처가 지정한 기관에 이를 맡겨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정 기관이 수도권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몰려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각 기업들은 제품 개발을 마치고도 지정된 기관에서 슬롯을 확보하지 못해 속만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 의료기기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연구자 섭외부터 임상시험 심사 위원회(IRB) 통과, 환자 모집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식약처가 이번에 개정안을 통해 지역의 병·의원으로 허가 임상 기관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식약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정 권역별 임상 시험 기관의 관리 아래 지역 병·의원도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환자 모집이 임상시험 속도를 좌우하는 의료기기의 경우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지역에 폭넓게 퍼져있는 전문과목의 경우 대형병원이 아닌 지역 병의원을 통해 환자를 모으는 것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국내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중소 기업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임상시험을 해줄 기관을 구하는 것"이라며 "명망있는 연구자나 빅5를 잡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슬롯 하나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만약에 지역으로 지정 기관이 확대되면 적어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줄어들지 않겠냐"며 "결국 얼마나 빨리 환자를 모으는가가 허가 속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단은 기대할만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심사 끝내도 또 인증…2등급 의료기기 절차 일원화

의료기기 허가 과정의 또 다른 병목 구간으로 지적돼온 2등급 의료기기의 인증 절차도 대폭 변경된다.

현재 2등급 의료기기의 경우 지정 기술 문서 심사기관에서 심사를 받은 뒤 다시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인증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기술문서 심사와 인증이라는 두 개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절차를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정보원이 기술문서 심사와 인증 절차를 연계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현재 2등급 의료기기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가장 폭넓은 제품군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의료기기의 특성상 허가와 인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몇 주, 혹은 몇 달의 차이가 시장 선점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기업들 기대반 우려반…"실실적 기간 단축이 관건"

다만 제도가 바뀐다고 곧바로 의료기기 허가 기간이 크게 줄어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역 병·의원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더라도 임상 시험 계획과 데이터 품질, 피험자 안전에 대한 관리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자리가 늘어날 뿐 허들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권역 임상 시험 기관 입장에서는 여러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수행되는 임상 시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등급 의료기기의 원스톱 인증도 마찬가지다. 기술문서 심사와 인증의 접수 창구가 일원화된다 해도 실제 처리 기간이 줄어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기간이 얼마나 줄어드는가에 따라 기업들의 체감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A기업 임원은 "사실 지금까지 병목 현상을 없앤다고 이른바 패스트트랙 제도가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하지만 실제 효과가 나타난 것은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만 내야할 서류가 한장이라도 줄고 일주일이라도 허가가 빨라지면 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실제로 얼마나 기간이 줄어드는지가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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