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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체검사 1.86조원 손질…내년 1월 지급체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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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날짜: 2026-10-29 05:30:00 수정: 2026-10-29 08:27:49
  • 38개 세분류·702개 항목 조정...위·수탁 나눠 지급
    업계 "모든 검사 똑같지 않아"…투자·공급 위축 우려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혈액·소변 등 검체검사 702개 항목의 건강보험 수가를 인하하고, 건강보험공단이 검사를 의뢰한 병·의원과 수탁기관에 검사료를 각각 직접 지급하도록 정산체계를 개편한다.

수가 조정과 지급체계 개편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검체검사 시장의 보상구조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정부는 과도하게 보상된 검사비를 낮추고 가격 중심 경쟁을 질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정책의 근거가 된 원가 산출 방식과 표본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검체검사 38개 세분류, 702개 항목의 수가를 조정하고 검체검사 수가 조정과 위·수탁기관 구분 지급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검체검사 38개 세분류, 702개 항목의 수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연간 재정 절감 규모는 1조6200억원이다.

기존 위탁검사 검사료의 10%를 별도로 산정하던 '위탁검사관리료'도 폐지해 2400억원을 추가로 줄인다. 두 항목을 합친 검체검사 분야 조정 규모는 연간 1조8600억원이다.

CT·MRI 수가 조정분 약 7300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검사 분야 조정 규모는 연간 약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발표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의 후속 조치다.

검체검사, 병·의원에서 수탁기관까지

검체검사는 환자가 병·의원에서 혈액이나 소변 등을 채취하면 의료기관이 이를 자체 검사실에서 분석하거나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부 위탁검사는 수탁기관이 검사를 마친 뒤 결과를 의료기관에 보내고, 담당 의료진이 이를 진료와 환자 설명, 추적관리에 활용한다.

국내 주요 검사 전문 수탁기관으로는 녹십자의료재단, 씨젠의료재단, 삼광의료재단, 서울의과학연구소(SCL), 이원의료재단 등이 있다. 다수 의료기관으로부터 검사를 의뢰받아 검사실과 장비, 전문인력, 검체 운송·관리 체계를 운영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검체·영상검사 수가를 조정해 2.6조원의 건보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검체 수거·운송에는 별도 기업이 참여하기도 한다. 예컨대, 지씨셀은 의료기관의 검사 의뢰와 검체 수거·운송 등을 지원하고 실제 검사는 의료법인인 녹십자의료재단이 수행하는 구조다. 검사기관에는 한국로슈진단, 애보트, 벡크만쿨터, 지멘스 헬시니어스, 씨젠 등 국내외 기업이 장비와 시약을 공급한다.

정부가 수가 조정에 나선 근거는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보상 수준이다.

복지부는 검체검사와 CT·MRI가 상대적으로 검사 횟수를 늘리기 쉽고 비용 대비 수익이 높아, 충분한 진찰 등 기본 진료보다 검사 비중이 높아지는 수가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넘는 검사를 조정 대상으로 삼았다. 과보상 대상으로 분류한 검체검사 41개 세분류, 745개 항목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38개 세분류, 702개 항목이 최종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복지부가 앞서 제시한 검체검사 분야 평균 원가보상률은 약 190%다. 검사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건강보험 보상 수준이 평균 1.9배라는 의미다.

정부는 개별 검사별 비용 대비 보상 수준을 따져 조정 대상을 선별했지만, 전문의의 별도 검증·판독이 필요하거나 중증·응급진료에 필수적인 일부 검사는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진단전문의 검증료와 골수이상혈액검사, 조직적합성 면역검사 등이 해당한다.

의료계 "원가보상률 190% 산출 근거 공개하라"

의료계에서는 이번 정책의 출발점인 원가 산출 방식부터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정부 원가 분석에 사용한 표본이 전체 검체검사 시장의 비용 구조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특히 실제 위탁검사를 담당하는 전문 수탁기관의 비용구조가 원가 분석에 충분히 반영됐는지가 쟁점이다.

수탁검사에는 장비와 시약뿐 아니라 전문인력, 검사실 시설, 정도관리, 검체 수거·운송 등에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원가에 반영했느냐에 따라 과보상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지적의 핵심이다.

진단업계에서도 수가 조정의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개별 검사의 특성과 가치를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복지부가 공개한 원가보상률 190%.

한 진단업계 관계자는 "모든 검사가 똑같지는 않다"며 "검사별 가치에 대해서 좀 더 정교하게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에 따라 인프라와 정도관리, 품질관리 등에 필요한 투자가 다른 만큼 수가 조정의 근거도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회와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수가 조정과 함께 위·수탁기관 사이의 검사료 지급 방식도 달라진다.

그동안 위탁검사는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검사료를 일괄 지급받은 뒤 계약에 따라 실제 검사를 수행한 수탁기관과 검사비를 사후 정산하는 구조였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수탁기관이 검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할인 경쟁을 벌이는 등 가격 중심의 거래 관행이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건보공단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에 각자의 역할에 해당하는 검사료를 직접 지급한다. 질 향상에 필요한 요건과 성과를 충족한 기관에는 추가 보상도 제공한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8일 건정심 모두발언에서 "내년부터 검체검사 비용을 나누어서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에 각각 직접 지급하는 구분지급 방식으로 전환하고 질 향상에 따른 조건부 보상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탁기관이 "원칙적으로 재위탁을 하지 않고 질 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격 중심의 위·수탁 거래를 각 기관의 역할과 질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수가 조정으로 필수적인 검사 기능까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탁기관과 검사결과를 신속·정확하게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고 만성질환자 등에게 결과 분석과 관리를 제공하면 회당 1400원의 '임상결과 분석·관리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 한 명당 연간 4회까지 산정할 수 있다. 환자당 평균 검사 처방량의 적정성 등 성과에 따른 기관 단위 보상도 도입한다.

수탁기관에는 고난도·저빈도 검사와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뢰한 검사를 수행할 경우 별도 가산을 지급한다. 검사 전 과정의 질 관리와 절차 개선 성과에 따른 기관 단위 보상도 추진한다.

조건부 차등보상은 2년간 실시한다. 취약지 검사 가산은 수가 조정과 구분지급보다 두 달 늦은 2027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진단업계는 수가 조정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공급 환경과 환자의 검사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필수의료 강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환자가 적시에 검사를 이용할 기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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