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보장이 의국 최고 힘이죠”

구영진
발행날짜: 2004-12-09 07:01:01
  •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4년차부터 1년차까지 모인 의국원들
이번 주 ‘탐방, 의국 24시!’에 선정된 곳은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의국.

의료행위가 아픔을 치유해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준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의료행위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 중에 하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가치가 갈수록 대접받고 있는 시대흐름 속에서 선천성재건수술과 미용성형 등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만들기에 동참 중인 고대안암 성형외과 전공의들을 만나보자.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대 성형외과
탐방 취재를 위해 의국으로 들어서자 너무도 예쁘장한 직원이 맞아준다. ‘성형외과 의국은 직원도 이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의국내부를 둘러보는데 3년차 김상범 치프가 나타났다.

“뭐부터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아, 저희 역사가 30년이거든요. 그래서 기념집도 나왔습니다. 기념집 내용이랑 사진을 쭉 보시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참 간혹 저희 의국원들도 사진속에 등장합니다.” 김 치프가 설명을 시작했다.

고려대의대 성형외과는 1983년 9월, 고려대 의료원 발족과 더불어 개설돼 30년 역사와 함께 조직이식, 미세수술, 안면재건, 미용성형수술 등의 임상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내용이 기념집 전면에 씌여있다.

“우리 의국원은 1년차가 박대균 전공의, 2년차가 이민아, 김덕우 전공의구요. 3년차가 저 이렇게 4명인데 이민아 전공의가 지금 출산휴가 중입니다. 4년차 들은 모두 공부 중이구요.” 치프 호출을 받은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의국에 속속 도착한다.

고려대 성형외과 의국원들은 고려대 의료원이 안암과 구로, 안산 3곳에 있는 만큼 각각의 병원을 로테이션하면서 각 병원에서 3~4개월씩 근무하게 된다.

타 대학병원 의료원 의국원들의 경우 보통 3년차는 붙박이로 두는 것과 달리 3년차도 1,2년차 전공의와 함께 6~7개월에 걸쳐 로테이션 근무를 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병원별로 분위기와 복지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그 중 의국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바로 안암병원 의국이라고 의국원들이 입을 모은다.

“지금 안암병원에서 근무하시니까 그런거죠?”란 기자의 질문에 다들 각 병원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안암병원의 경우 의국 분위기를 포함, 생활면에서 자율성이 보장돼서라고 아우성이다.

의국원들의 출신학교는 전통을 자랑하는 병원답게(?)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12월부터 2월까지 수술환자 피크, 일주일에 30여건 수술
두 아기의 아빠인 2년차 김덕우 전공의와 활달·명랑의 대명사로 소주4병의 주량을 자랑한다는 1년차 박대균 전공의에게 1년차와 2년차의 간단한 하루를 들었다.

“일단 1년차의 Off는 일주일에 2번, 수요일 일과이후 저녁과 토요일 24시간입니다. 2년차는 그때 1년차의 back 당직을 서고 그 외에는 출퇴근을 하면서 행동대장으로 수술준비와 어시스턴트, 응급수술 시 핸드 수술 봉합 등을 하게 되죠. 참, 월·목요일에는 구로병원으로 파견을 나갑니다.”

오는 11일 새신랑이 될 3년차 김상범 치프는 2년차와 함께 수술방에서 외래와 응급수술을 진행하고 사이사이 의국 내 일과 의국원 관련업무를 총괄한다.

“입원 환자는 20명 정도구요. 미용성형과 재건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50:50 정도입니다. 수술환자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많은데 12월부터 증가해 미용환자가 증가하는 1월과 2월이 정점을 나타내죠.” 김덕우 전공의의 설명이다.

오늘 성형외과 의국에 잡혀있는 공식 수술은 2건, ‘안면골절환자’와 ‘수부수술환자’란다.

“자율재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국을 이끌고 싶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수술이 2건이라 여유롭네요.” 여유롭다는 이야길 꺼내자 마자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김상범 치프가 바삐 수술방으로 향했다.

“응급실 환자를 포함 하루에 3~4건에서 5~6건까지 수술을 하게되고 케이스는 매번 다름니다. 평균 일주일에 30여개 수술을 하면서 각종 케이스를 접하게 되죠”라고 2년차 김덕우 전공의가 덧붙인다.

환자편의 위주의 진료와 치료 실행
“저는 6시내지 6시 30분 기상합니다. 보통 74병동에서 환자 드레싱과 함께 셀프 회진을 시작해서 7시 15분경에는 치프 회진, 8시경에는 스텝 회진이 이어져요. 그 후에 회진오더 정리하고 사진이랑 CT 체크 및 실행하고 2·3년차 선배들은 수술방으로 이동하면 환자보면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죠. 1시경에 입원환자를 체크하고 신환을 확인합니다.” 1년차 박대균 전공의는 말을 마치자 호출이 온 병동으로 뛰어갔다.

병동의 1·2년차는 이런저런 오더 체크와 타과 협진 환자 등을 돌보느라 분주하다. 일반적으로 응급실 환자 등을 3명 정도 처리하게 되고 행정처리 할 일도 많았다.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의 경우 낮에는 산재 환자가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고 밤에는 간혹 화상 환자를 만나게 되는데, 수술 환자의 경우 구타나 자해 환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2년차 김진우 전공의는 “우리병원 미용성형 연구센터의 경우 깔끔하고 시설이 좋아서 특히 박피와 선천성 모반제거, 여드름 흉터제거 등의 레이져 시술이 많은 편"이라고 소개한다.

“진료과장이신 박승하 교수님이 환자 진료 시 꼼꼼하고 세심하게 신경쓰면서 상담 시 환자 음식물 섭취나 화장실 사용여부 등을 꼭 점검합니다. 병자체와 환자에 대한 관심을 함께 쏟으면서, 교육적인 측면도 강조하죠. 또, 드레싱 하나를 해도 타 ICU 간호사들이 놀랠 정도로 열정을 쏟으십니다.”

의국원들도 그런 ‘스텝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어느새 돌아온 김상범 치프가 전한다.

그래서 고대안암병원은 흔히 범하게 되는 ‘의사에 환자 맞추기’가 아니라 자연스레 ‘환자편의’ 위주로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 큰 장점이란다.

추형심한 환자 좋아질 때, 창의성 키울 때 큰 보람느껴
“저희과의 경우 이비인후과 등과 협진 재건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외로 안면마비 등의 선천적 기형을 가진 환자들도 많죠. 심한 외과 손상의 경우를 함께 치료하는 경우도 있구요.” 김진우 전공의가 설명하며 말끝을 흐린다.

외모중시문화가 널리 퍼지다 보니 비정상에 속하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가정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형외과 오길 잘했구나 느낀 건 추형심한 환자가 정상으로 고쳐져 나갈 때죠, 상상하기 힘들만큼 기형인 경우 환자들이 정상을 찾아가면 커다란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김상범 전공의의 설명이다.

"외상재건 수술의 경우 뼈와 근육 재건을 포함해 6~7시간 정도 수술을 하게되는데 지난번 제가 참여한 팔목이상 수술의 경우 15시간이나 이어진 적도 있어요.” 김상범 치프가 보람에 이어 어려움도 함께 토로한다.

2년차 김덕우 레지던트는 "성형외과의 가장 큰 매력은 1년1년 발전하면서 자기 스스로 집도하는 분분이 늘어나는 것"이란다.

"환자가 많다보니 수술도 많은 편이죠. 게다가 다양한 수술방법 가운데 그때 그때 자신이 아는 상황과 선호 방법 내에서 수술을 해가면서 발전하고 수술의 묘미를 알아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어요. 결과로 확연히 보여지기고 하구요”

수술 자체나 타 수술 결과 등을 보면서 놀랠경우도 많지만 외국 저널을 볼 때도 ‘야 왜 이렇게 했을까’ '정말 신기하다.' 그런 창의적 실례들이 성형외과의 경우엔 참 많다고 덧붙인다.

1년차인 박대균 전공의는 "성형외과 수술을 통해 몸의 조화와 균형을 잡아가는 점 자체가 매력"이란다.

전통과 함께 변화 속에서 조화와 균형 추구
치프와 함께 각 과의 전공의을 위해 마련된 숙소를 둘러보면서 열심히 시험을 준비 중인 4년차를 더 만나볼 수 있었다.

두꺼운 책과 함께 씨름하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놀라서 벌떡 일어나며 '공부중이라 상태가 썩 좋지않으니 다른 의국원을 찍어달랜다' 그래서 책상위에 펼쳐진 책만 클로즈업 했다.

'꼼꼼해진다더니...역시' 포스트 잇과 형광펜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공부 중인 책과 연습장이 눈에 들어온다.

휴게실에서 시술했던 수술방법에 대해 논의 중인 전공의들의 모습도 보인다.

일주일에 한번씩 토요일마다 교수, 봉직의, 전공의는 물론 개원 의사까지 함께 모여 안좋은 수술케이스 등을 공유하면서 시행착오 줄이기와 더 나은 시술법을 모색을 위한 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안암병원 성형외과 의국.

교육을 맡은 스텝교수나 의국원들 모두 병원이 좀더 실력과 학문을 쌓는 교육의 장소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통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지금 현재 아이 낳으러 간 이민아 전공의가 우리 성형외과 의국 30년 역사에 여자 레지던트로는 첫 테이프를 끊었죠. 전공의와 인턴에 고대출신이 아닌 분들도 지원을 시작했구요.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거죠.”

2005년 뽑게될 4명의 1년차 레지던트에도 여자 지원자가 대폭 늘었다며 전해준 이야기다.

전통의 함몰되지 않을 채 오히려 전통의 테두리를 깨고 새로운 변화와 함께 균형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의학은 예로부터 전통적인 도제제도 방식의 수련과 배움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외과 분야의 경우 전통적인 인간관계와 틀이 확고히 성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

손에 칼만이 아닌 합리적인 사고관을 함께 가지고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교수진과 의국원들.

이런 사람들에 의한 성형이라면 아름다운 세상만들기는 좀더 빨라지지 않을까

<<탐방 뽀나스>>-전공의 허심탄회 솔직토크~!!
외래 환자 체크와 수술 등 한차례 파도가 지나가자 오후 3시가 가까울 무렵 조금 여유가 생겼다.

공부하던 4년차 유상철 전공의와 전경욱 전공의를 포함 1, 2, 3년차 전공의와 함께 점심식사 대용으로 시킨 닭을 먹으며 이야길 나눴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평상시 무슨 대화를 하는 지 궁금해요. 사람을 볼 때 얼굴의 조화도나 고칠 곳을 보는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구요. 에피소드 좀 소개해 주세요"란 기자의 질문에 쏟아져 나온 대답들을 공개한다.

"우리들끼리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며 '어디를 고쳤군'이라고 이야길 나누죠. 어떤 시술로 어떻게 고쳤나를 찾아보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하기도 해요."

“안면 두 부분을 성형하고 정말 이뻐진 환자가 있었죠. '우와, 정말 성형우리가 했지만 잘했다', '이뻐서 사귀고 싶을 정도다' 그런 적도 있었죠. 하하”

"안암병원에서 오래 수련을 하다보면 계속 무언갈 확인하고 체크하는 ‘강박적 성격’을 갖게 되는 점이 부작용이에요. 소심하고 사소한 일도 꼼꼼하게 점검하게 되고 강박적이 되가는 거죠. 수술기구 체크 등을 계속 확인하는 건 좋은데 생활속에서 '쫌스럽게 보여' 이런 말을 들으면 충격이 커요. 이 친구 책이랑 노트 각잡아 정리한 것 좀 보세요. 사진넣는 위치 등도 일정할 걸요."

"병원에서 살다보니 모든 생활이 병원 위주로 돌아가게 됩니다. 병원 밖으로 안나가면 지치지 않는데 딴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쳐요."

"타 전공의 들이나 특히 존경스러운 흉부외과 전공의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가족이외에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아닌 경우 인간관계가 다 끊겨갑니다."

"성형외과 의사다 하면 돈만 바라는 줄 알거나 얼굴에서 고칠 곳을 찾고 견적내는 줄 아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 미용성형뿐 아니라 재건 수술도 많이 합니다."

- 이상 All 익명 -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찾기 재미는 여러분에게....얼굴은 초기사진에서 확인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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