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허용 판결' 계기 의료일원화 문제 급부상
|신년특별기획|이원화된 의료시스템 이대론 안된다
법원의 한의사 CT사용 합법판결을 계기로 양한방 의료일원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양방과 한방의 영역을 없애 과학화된 하나의 틀로 묶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학교육 기관이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두종류가 있고 의사면허도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되어 있다. 또 병원과 의원이 양방과 한방으로 구분되어 있어 국민의료에 많은 불편과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일원화의 필요성과 외국의 사례,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을 다섯차례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왜 의료일원화인가
②중국등 외국의 사례
③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④교육시스템을 바꾸자
⑤통합의학, 세계로 가는길
------------------------------------------
"섞여가는 의학, 이종간 교배"
강남의 모 피부과, 이 병원은 최근 비만과 피부미용을 동시에 치료하는 이른바 '전인적 종합 치료'라는 치료항목을 개설해 환자들에게 시술하고 있다.
이 치료코스는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되며 침술, 마사지, 약물치료, 메조테라피 등 모든 양한방의 시술을 총 망라했다. 일반 피부과에서 이러한 시술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한의사와 공동개원을 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은 "일반 미용 센터보다 좀더 과학적으로 치료형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끌렸다"며 "모든 형태의 치료방법을 총동원했으니 그 중 하나라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는 양한방 협진이 이뤄지는 일부 대형 한방병원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한의사가 진맥을 하고 처방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병원내 고용된 의사에 의뢰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 환부의 상태를 진찰하는가 하면 물리치료까지 시행하고 있다.
최근 강남에 위치한 A한방병원을 찾아 직접 침술을 받아 봤다. '뼈가 부러졌는지 정확한 진단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병원 관계자는 "골절이 의심되면 엑스레이나 CT를 찍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 한방병원은 침을 놓은 후 환부에 물리치료기기인 적외선조사기를 사용하기도 했고 인대가 늘어났다는 환자에게는 가정용의료기(기기명 미상)로 사용되는 의료기기로 저주파 치료도 실시하고 있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기준 초음파나 X-Ray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한방병원은 67곳에 달했으며 내시경의 일종인 후두경을 사용하는 곳도 12개 병원에 달했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체계가 이원화된 상황에서 문제점은 양한방 서로 학문에 대한 근간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서양의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의학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집대성된 학문이나 한방은 '동의보감' 같은 전통의학을 기초로 전인적 치료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함에 있어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의학을 수학한 이는 한방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론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고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치료법에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와 동일한 치료행위를 하며 이것이 면허로 허가되었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는가 하면 한의사와 공동개원을 통해 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실은 서양의학이 인체침습에 대한 폐해와 의료사고 등 잘못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국민들의 인식때문이다.
한의사 역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있어 한의학적 이론이나 기초근거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CT나 X-ray를 사용하는 이유는 진단의 방법이나 과학적인 신뢰도 면에서 양방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따라서 양한방 모두 원론적으로 서로에게 베타적이지만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이원화된 체계 하에서 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영역분쟁으로 번지게 마련인 것이다.
의료일원화 급부상...한의사 CT사용 정당화 논란
최근 양한방 영역분쟁으로 치닫게 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의사의 CT 사용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서울행정법원이 1심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창석)는 구랍 21일 서초구보건소가 K한방병원이 불법으로 CT를 사용했다며 내린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결, 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것이라며 범의료계적인 대응을 천명한 상황이다. 의협은 이번 문제를 한방의 영역침범을 합법화하는 시도로 보고 의료일원화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재정 회장은 최근 열린 '제1차 의료일원화범의료계대책위원회'에서 "이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방의 영역침범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의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의료일원화 뿐"이라며 "판결에 대한 대책추진과 함께 의료일원화 추진도 활성화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의협이 의료일원화를 위해 추진하려는 사안은 ▶의대-한의대 통합, 한의학과목 포함 교과과정 개편 ▶졸업 후 통일된 의사 면허 발부 ▶종합병원에 한의학과 전문의 수련과정 마련 ▶기성의사와 한의사는 보수교육과 시험을 거쳐 새 제도에 의한 통합의사 혹은 한의학과 전문의로 전환 및 잔존 등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의료일원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한의사 CT사용을 정당화 할 수 있다며 의료일원화는 그 자체로 별도 추진해야 한다는 이견도 있다.
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 윤해영 회장은 "이번 판결에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판결에 대한 동문서답을 하는 꼴"이라며 "한의사 CT사용을 오히려 정당화 시키고 이러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꽃다발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의계, 의료일원화 주장 강력대응
한의협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방의 과학화를 이루고 의료일원화에 접근할 수 있다며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판결에 의료계가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법정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의협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산하 한방의료기기위원회 이상운 위원장은 최근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서양의료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처럼 서로가 내것, 네것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 의료인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계가 항상 요구하는 것이 한의학의 과학화지만 첨단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 측정이 어렵다"며 의료계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법원의 한의사 CT사용 합법판결을 계기로 양한방 의료일원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양방과 한방의 영역을 없애 과학화된 하나의 틀로 묶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학교육 기관이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두종류가 있고 의사면허도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되어 있다. 또 병원과 의원이 양방과 한방으로 구분되어 있어 국민의료에 많은 불편과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일원화의 필요성과 외국의 사례,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을 다섯차례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왜 의료일원화인가
②중국등 외국의 사례
③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④교육시스템을 바꾸자
⑤통합의학, 세계로 가는길
------------------------------------------
"섞여가는 의학, 이종간 교배"
강남의 모 피부과, 이 병원은 최근 비만과 피부미용을 동시에 치료하는 이른바 '전인적 종합 치료'라는 치료항목을 개설해 환자들에게 시술하고 있다.
이 치료코스는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되며 침술, 마사지, 약물치료, 메조테라피 등 모든 양한방의 시술을 총 망라했다. 일반 피부과에서 이러한 시술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한의사와 공동개원을 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은 "일반 미용 센터보다 좀더 과학적으로 치료형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끌렸다"며 "모든 형태의 치료방법을 총동원했으니 그 중 하나라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는 양한방 협진이 이뤄지는 일부 대형 한방병원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한의사가 진맥을 하고 처방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병원내 고용된 의사에 의뢰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 환부의 상태를 진찰하는가 하면 물리치료까지 시행하고 있다.
최근 강남에 위치한 A한방병원을 찾아 직접 침술을 받아 봤다. '뼈가 부러졌는지 정확한 진단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병원 관계자는 "골절이 의심되면 엑스레이나 CT를 찍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 한방병원은 침을 놓은 후 환부에 물리치료기기인 적외선조사기를 사용하기도 했고 인대가 늘어났다는 환자에게는 가정용의료기(기기명 미상)로 사용되는 의료기기로 저주파 치료도 실시하고 있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기준 초음파나 X-Ray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한방병원은 67곳에 달했으며 내시경의 일종인 후두경을 사용하는 곳도 12개 병원에 달했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체계가 이원화된 상황에서 문제점은 양한방 서로 학문에 대한 근간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서양의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의학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집대성된 학문이나 한방은 '동의보감' 같은 전통의학을 기초로 전인적 치료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함에 있어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의학을 수학한 이는 한방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론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고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치료법에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와 동일한 치료행위를 하며 이것이 면허로 허가되었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는가 하면 한의사와 공동개원을 통해 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실은 서양의학이 인체침습에 대한 폐해와 의료사고 등 잘못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국민들의 인식때문이다.
한의사 역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있어 한의학적 이론이나 기초근거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CT나 X-ray를 사용하는 이유는 진단의 방법이나 과학적인 신뢰도 면에서 양방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따라서 양한방 모두 원론적으로 서로에게 베타적이지만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이원화된 체계 하에서 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영역분쟁으로 번지게 마련인 것이다.
의료일원화 급부상...한의사 CT사용 정당화 논란
최근 양한방 영역분쟁으로 치닫게 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의사의 CT 사용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서울행정법원이 1심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창석)는 구랍 21일 서초구보건소가 K한방병원이 불법으로 CT를 사용했다며 내린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결, 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것이라며 범의료계적인 대응을 천명한 상황이다. 의협은 이번 문제를 한방의 영역침범을 합법화하는 시도로 보고 의료일원화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재정 회장은 최근 열린 '제1차 의료일원화범의료계대책위원회'에서 "이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방의 영역침범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의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의료일원화 뿐"이라며 "판결에 대한 대책추진과 함께 의료일원화 추진도 활성화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의협이 의료일원화를 위해 추진하려는 사안은 ▶의대-한의대 통합, 한의학과목 포함 교과과정 개편 ▶졸업 후 통일된 의사 면허 발부 ▶종합병원에 한의학과 전문의 수련과정 마련 ▶기성의사와 한의사는 보수교육과 시험을 거쳐 새 제도에 의한 통합의사 혹은 한의학과 전문의로 전환 및 잔존 등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의료일원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한의사 CT사용을 정당화 할 수 있다며 의료일원화는 그 자체로 별도 추진해야 한다는 이견도 있다.
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 윤해영 회장은 "이번 판결에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판결에 대한 동문서답을 하는 꼴"이라며 "한의사 CT사용을 오히려 정당화 시키고 이러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꽃다발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의계, 의료일원화 주장 강력대응
한의협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방의 과학화를 이루고 의료일원화에 접근할 수 있다며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판결에 의료계가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법정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의협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산하 한방의료기기위원회 이상운 위원장은 최근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서양의료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처럼 서로가 내것, 네것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 의료인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계가 항상 요구하는 것이 한의학의 과학화지만 첨단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 측정이 어렵다"며 의료계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