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해외환자 유치 장애물은 의료법"

안창욱
발행날짜: 2005-03-22 12:34:43
  • 정부 규제완화 약속 불구 반응 냉담...서비스 국제화도 과제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병원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병원계는 영리법인 허용을 선결과제로 꼽고 있는 반면 정부는 중장기과제로 검토할 방침이어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해외환자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연세의료원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지훈상 의료원장 취임 직후 대외의료협력사업본부(본부장 최중언,신경외과)를 발족하고, 5월 세브란스 새병원 개원에 맞춰 해외환자 유치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연세의료원은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중언 본부장은 21일 “해외환자를 유치하라고 하지만 현재 의료법은 사실상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의 광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내외에 병원을 홍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는 “영리법인을 허용해 고급진료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해외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국내 유수의 다른 대형병원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외국에 거주하는 환자들을 유치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내에 유입된 해외환자를 진료하면 비싼 진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반면 의료사고에 대비한 의료기관 보호장치가 없다”면서 “이보다는 위험부담이 적은 건강검진에 역점을 두는 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립대병원이 해외환자를 유치해 고급진료를 하게 되면 국민들이 곱지 않게 볼 수 있어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과 함께 그나마 해외환자를 활발하게 진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 역시 국외 마케팅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폈다.

그렇다면 이들 대형병원에서 진료 받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환자는 얼마나 될까.

병원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병원당 20~50명에 불과하다.

국내외 의료기관간 환자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있는 국제 핼스케어 전문업체들도 국내 의료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숙제도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에버케어(대표 신용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환자 대부분은 개인적인 병원 정보나 소개 등을 통해 들어올 정도로 한국의 의료수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환자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를 완화하고, 통력과 숙식, 입국 수속 등 모든 서비스를 국제적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서비스 고급화 욕구가 증대함에 따라 연내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광고와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의료기관 자본참여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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