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허용, 약인가 독인가' 찬반 격론

장종원
발행날짜: 2005-05-17 06:49:53
  • 16일 KBS '열린토론'서... 복지부 '허용하겠다' 선언

“WTO에서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므로 영리법인 허용을 통해 사전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김명현 보건정책국장

“수도권에 4500병상이 증설되는 등 대형병원들이 주도하는 급성기 병상의 과잉조차 규제 못하는 복지부가 영리법인 허용하면서 사회적 규제를 마련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임준 가천의대 교수

“영리법인 허용되어도 건강보험 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수가인상 등의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영리법인이 자본참여를 통해 민감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이기효 인제대 교수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초 고령화 사회에서의 급증하는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절감하느냐의 중요한 문제에 앞서 복지부가 영리법인 허용을 들고 나온 것 자체를 동의할 수 없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병원 설립의 주체로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한 김명현 보건정책국장, 이기효 인제대 교수,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영리법인 허용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치열한 격론을 벌였다.

의료시장 개방 앞서 영리법인 허용은 불가피?

먼저 양측이 격돌한 곳은 의료시장 개방. 김명현 보건정책국장은 “‘자본참여활성화를 위한 대책의 하나로 영리법인도 검토가 된다’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지만 “WTO 의료시장 개방에 앞서 사전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홍준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료시장 개방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영리법인의 허용은 우리시장만 개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외국의 값비싼 의료서비스가 국내로 들어와 국부창출보다 유출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기효 교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의료시장도 결국엔 국제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 만큼 우리나라 의료자본이 후진국에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준 교수는 “보건의료의 경쟁력은 일반시장의 상품 교환논리와는 다르다”면서 “경쟁력은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공공의료체계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체계를 통해 갖춰진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통제 가능한가” 갑론을박

이기효 교수는 국가보건의료체계의 목표가 국민 건강 보장과 함께 산업적 측면도 필요하다며 시장경쟁의 효율성 살릴 수 있는 분야는 보장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영리법인은 허용하되, 이윤동기에 있어 시장의 활동을 효과적이고 정책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영리법인을 도입한다고 병원들이 아귀다툼하는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홍준 교수는 미시적, 거시적 효율성을 거론하며 이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임준 교수는 사회적 통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조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보아서도 영리법인의 허용이 미시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인다는 결과는 없다”면서 “거시적으로도 공공의료체계를 가진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의료서비스에 사용하는 비용이 훨씬 적지만 건강과 서비스의 질은 훨씬 좋다”고 지적했다.

임준 교수는 “사회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만 마련하면 되느냐”면서 “대형병원이 주도하는 급성병상의 과잉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사회에서는 규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리법인 허용과 의료공공성, 파급효과

김명현 보건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영리법인이 허용 되더라도 건강보험체계의 별도의 시스템이 서비스 제공체계를 결정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비급여 부분에 있어 가격 상승 발생이 가능하나 이 자체도 의료기관과의 경쟁에 의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본참여활성화가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공공성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홍준 교수는 “영리법인 허용을 통해 값비싼 의료서비스의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며 방문보건서비스 등은 위축될 것이다”면서 “결국 양극화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기효 교수는 “영리법인이 영리성만 추구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면서 “영리법인은 제대로 세금내고 기여하게 하고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공공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임준 교수는 영리법인 허용이 결국 대체형 민간보험 도입 등 의료체계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임 교수는 “현재 전체 산업에서 의료부분은 건강보험 수가가 정해져 있어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신규 자본이 들어올 메리트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서 “영리법인 허용은 대체형 민간보험과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경부도 대체형 민간보험, 영리법인 허욤 문제를 같이 주장해 왔다”면서 전체적 맥락에서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명현 국장과 이기효 교수는 민간보험 도입, 의료수가인상 등은 별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기가 영리법인 허용할 때?”

이날 토론에서는 영리법인 허용 논의가 이 시기에 적절하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울산의대 조홍준 교수는 “어떻게 하면 국민의 보장성을 확대하느냐. 초고령 사회에서 엄청난 의료비 지출을 줄이면서 나라를 유지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영리법인 허용 문제가 먼저 나온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다른나라와 의료체계를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면서 “민간의료기관이 90%이고 10%만 공공기관인 우리나라에서 영리법인 허용은 훨씬 심각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기효 교수는 “의사협동조합과 같은 비영리법인은 의사들이 선호하는 형태”라면서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운영하기에 별 차이가 없다”면서 “영리법인의 시장행동을 철처히 규제하고 감독하자”고 허용을 주장했다.

토론이 무르익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다던 복지부는 사실상 영리법인의 허용을 찬성하고 나섰다.

김명현 국장은 “이제는 영리법인을 허용해야 될 때”라면서 “공공성,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추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다만 “영리법인 허용과 함께 보장성을 70%까지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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