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 공보의 임금체불 '사각지대' 방치

박진규
발행날짜: 2005-07-22 11:58:40
  • 당국 손길 못미쳐 버티면 그만..."원장님 나빠요"

공보의 A씨는 최근 자신이 근무하던 K병원이 수개월분 임금을 체불한채 문을 닫자 동료 공보의 3명과 함께 병원장 B씨를 상대로 밀린 임금을 받아달라는 진정을 노동청에 냈다가 실망스런 결과만 얻었다.

노동청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측으로 부터 "밀린 임금을 형사적인 방법으로 받아낼 방법이 없다"며 진정을 취하하거나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공보의는 공무원 신분인 만큼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었다.

그는 "민사로 소송을 내더라도 시일을 기약할 수 없고 B원장이 재산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어 받아낼 길도 막막했다"며 "병원쪽에서 임금을 체불하고도 돈이 없으니 맘대로 하라고 버티면 사실상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소병원들의 경영난 악화로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들의 임금을 체불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이를 구제할 만한 제도적인 장치가 없어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농어촌 취약지역 민간병원이나 지방 응급의료기관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는 대략 350명선.

그런데 최근 중소병원의 부도율이 두자릿수 행진을 거듭하면서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도 잇따라 현재 15명 가량이 4개월~2개월가량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건기관에 배치된 공보의는 정부에서 국비로 임금을 지급하지만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의 경우 해당병원에서 월급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도청 관계자는 "민간병원 공보의는 해당 병원의 요청을 받아 지자체와 복지부가 배치하지만 우리의 권한은 여기까지일 뿐 임금 지급과 관련한 업무와는 무관하다"며 "체불임금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입장도 마찬가지다.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민간병원 배치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우선순위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임금을 보전해주지는 않는다"며 "이들이 받는 임금이 보건기관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보다 월등히 많은 만큼 스스로 그정도의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임금이 체불될 경우 즉시 정부나 지자체에 알릴 경우 근무지를 이동시켜 주거나 근저당 설정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사후에 연락을 주면 우리로서도 방법이 없다"며 제도개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현행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공보의 임금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못하면 배치가 취소되지만 관리감독 소홀로 실제 배치가 취소된 병원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한때 동료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됐던 민간병원 배치 공보의들이 이제 임금체불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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