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진료 선택 아닌 필수...개원의는 올빼미

발행날짜: 2005-10-10 12:15:52
  • 성형 피부과까지 가세 야간가산율 '언 발에 오줌 누기'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야간진료 간판이 점차 늘고 있다.
야간진료를 실시하는 병ㆍ의원이 늘고 있다. 과거 야간진료를 찾아볼 수 없었던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과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성형외과, 피부과 인기상승으로 개원율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개원가의 야간진료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온 의사인력의 과잉배출이 병ㆍ의원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야간진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

“최근 개원가의 90%가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한 병원장의 확신에 찬 말이다.

그는 요즘같이 치열한 환자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 야간진료를 하는 병의원을 지원하고자 실시하고 있는 야간가산율을 고려해 야간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남에 위치한 소위 잘나간다는 A성형외과.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병원불은 환하게 켜져 있다. 병원에 환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한 직장여성의 예약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주변에 회사가 많아서인지 낮보다 직장인 퇴근시간이 더욱 붐빈다고 귀띔했다.

A성형외과 J원장은 1년 전부터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사실 전부터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8시에 온다고 하면 기다리긴 했는데 최근에 주변 병원들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야간진료를 한다는 걸 따로 공지하고 진료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J원장은 “이 일대 대다수의 병원들이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굳이 야간진료라고 써 붙이지 않아도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일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한지 5년이 된 B피부과 또한 작년부터 야간진료를 시작했다. 병원 주변의 직장인 환자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H원장은 “과거, 편하게 일하기 위해 피부과를 택했다던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H원장은 최근 3여 년 사이 피부과나 성형외과 개원가 대부분이 9시에서 10시까지 야간진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피부과 개원의들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야간진료를 시작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야간가산율 도움 안 되, 적용시간 앞당겨야...

이처럼 야간진료는 이미 개원가들 사이에서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지 오래다. 내과나 소아과의 경우 야간에 특별히 손님이 많거나 야간가산율을 적용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병원도 시장논리에 따라 치열한 밥그릇 싸움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부족해 개원의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방배동 부근에서 야간진료를 보고 있는 C의원 K원장은 “의사들과 간호사들 야근수당과 병원 기자재비를 고려하면 야간가산율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불평했다.

그는 “야간가산율을 보고 진료를 한다면 당장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며 “환자의 편의와 주변 병원과의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정동 소재 D외과. 밤 6시부터 직장인으로 붐비던 병원은 밤 8시를 기점으로 한산해졌다. D외과 K원장은 “하루 200여명의 환자를 하는데 그중 20%는 밤 6시 이후의 환자들이 차지하지만 야간가산율은 밤 8시부터 적용되므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간대를 밤 6시로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밤 9시.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대던 K원장은 “주간에 똑같은 처방을 받는데 3천원이던 진료비를 4천800원으로 올리면 어떤 환자가 군소리 없이 내겠느냐”며 환자에게 부담되는 야간진료비에 대해서도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의사, 간호사 야간임금 부담 시달려

인천 간석동에 개원한 K원장은 12시간 이상 이어지는 진료로 인한 체력소모를 견디다 못해 몇 년 전부터 대진의를 두고 있다. 야간에는 주간에 비해 20%비싼 임금을 지불해야하지만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K원장은 “나 같은 경우 하루 6,7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미국에서 개원한 친구들은 하루 20여명 이상의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의료 환경이 조성 돼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최근에는 성형외과나 피부과까지 야간진료를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야간진료에서 자유로운 개원의들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강남의 E성형외과 J원장은 “너도 나도 하는데다 낮에는 병원이 한산하다가 저녁부터 환자가 몰리기 시작하니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 안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