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진료로 운영비 충당 안돼... 고령의사 설자리 줄어
|현장르포-서울 강남 개원가를 가다|성형외과와 비보험과로 명성이 자자한 강남이지만, 이곳에도 보험과를 비롯한 필수과목 개원의들이 있다.
웬만한 시도의사회의 규모를 능가하는 의료기관의 초밀집지역인 강남 개원가. 극도로 과열된 이지역을 두고 '강남 불패론' ,'붕괴론' 등 전혀 상반된 견해가 공존한다. 한동안 비보험의 천국으로 통했던 강남 개원가의 실제 현실을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강남개원가의 위기
2.강남 보험과의 비애
또한 강남에서 십수년을 개원해온 토박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의 강남열풍에 묻혀 매도당하기도, 오해받기도 하는게 현실이다.
강남 필수과는 '이중고'
강남의 인구는 50만. 소아과, 내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이들 개원의들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강남구의사회에 따르면 강남구(등록회원 기준)에는 가정의학과는 11곳, 내과 63명, 산부인과 47곳, 소아과 30곳, 이비인후과 36곳, 외과 22곳, 정형외과 24곳이 운영중이다.
그런데 이들은 보험 진료과목만으로는 강남의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운영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
특히 소아과와 산부인과의 타격은 크다. 소아과의 경우 전통적인 보험과인데다가 저출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2003년 서울특별시 조출생률(1000명당 출생 수) 현황을 보면 서울은 조출생률이 평균 9.8명인데 비해 강남구는 8.1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소아과를 운영중인 전모 원장은 "비보험을 하지 않고, 보험진료와 예방접종만을 하고 있다"면서 "오래 개원해서 단골 환자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운영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원장은 인근에 소아과가 개원하는 것은 2년전에 본적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 모원장은 "강남내 산부인과 60곳 중에 분만을 하는 곳은 5곳도 안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성형 강의하던 의사를 나중에 알고보니 산부인과 의사였던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구의사회 이형복 회장은 "출산율 저하로 산부인과도 분만환자는 거의 없다. 소아과와 함께 감기환자가 많은 이비인후과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면서 "보험진료 3000원 환자로는 운영이 불가능하기에 개원의들이 피부, 비만클리닉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자리 잃어가는 '중년 의사들'
강남에서 중년 의사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비보험 진료가 많아지고, 젊은 층 환자들이 젊은 의사들을 찾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50대중반의 김모원장의 경우 광고경쟁에 적극 뛰어들지 않은 채 기존 형성된 환자들만 진료하고 있지만, 올해와 같이 환자가 없는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이 새로운 성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젊은 취향을 충족시키면서 나이 많은 의사는 점차 밀려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김 모원장은 "성형외과는 의약분업의 2차 피해자"라면서 "다들 자기과목이 잘됐으면 다른 과목으로 진출하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예전만 해도 같은 건물에는 같은 진료과목으로는 개업하지 않는 것이 의사사회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면서 "지금은 그런 상도가 깨진지 이미 오래"라고 그는 말했다.
별도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50대 박모 원장(성형외과)은 좀 더 직설적이다. 그는 "과도한 광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선배들도 결코 쉽게 개원한 것이 아닌데 요즘은 지나치게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의사회는 '고군분투 중'
치열한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강남구 의사회는 끊임없이 고군분투중이다.
강남구의사회는 올해를 '미입회 회원 해소의 해'로 정하고, 회비 분납을 허용하고, 입회 스티커를 의료기관에 부착하는 등 회원들을 의사회로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의사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강남구의 미입회 회원이 종로구 만큼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미입회 회원이 종로구와 중구를 합한 것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 9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회원들에게 검은 리본을 착용할 것과, 간호조무사 집회에 직원을 참여시킬 것을 당부하는 회람을 돌리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반응은 시원찮지만.
이형복 강남구의사회 회장은 "약대6년제, 대법원 판결 등 각종 의료계 현안에 강남구 의사들이 먼저 나서는 날이 온다면 의료계가 뒤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강남 개원가가 변할 수 있다면 그 힘은 의료계 전체를 충분히 바꾸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