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질환 병원, 의료기관평가 기준 '불합리'

정인옥
발행날짜: 2005-11-02 12:09:43
  • 이신호 단장 "전문병원 활성화되면 별도 기준 필요"

의료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의료기관 평가와 관련, 전문병원이나 특정질환을 위주로 하는 병원을 평가할 때는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병원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2일 병원계에 따르면 삼성제일병원, 세종병원 등 특정질환을 위주로 전문화된 치료를 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기관 평가 기준은 일률적으로 적용돼 이들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평가기준은 환자의 권리와 편의, 진료체계, 질 향상 등 의료기관 전반에 대한 업무수행 및 성과를 평가하는 ‘진료 및 운영체계’와 응급실, 수술장, 중환자실 등에서 이용환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병원의 시책을 평가하는 ‘부서별 업무성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런 평가 기준이 특정질환을 진료하는 병원의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의료기관 평가가 시행되는 현 시점에서 제기됐다.

의료기관 평가를 시행중인 한 병원에서는 "의료기관 평가 기준이 모호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며 "사실상 한 질환에 대해 집중적인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일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의료기관 평가 대상 병원 중에는 심장질환이나 산부인과 등을 중점으로 진료하는 병원들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런 병원들이 병동에 혈액냉장고 비치하는 것, 소아과병동 커튼 설치 등의 평가 항목이 왜 필요하냐"고 꼬집었다.

특히 향후 의료기관 평가가 확대돼 전문병원까지 포함되면 이러한 불만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 평가를 앞둔 전문병원 관계자는 "단면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안 때문에 전문병원들이 아주 불리한 사항"이라며 "사실상 평가항목 때문에 병원시설 개보수를 해야 한다"이라고 밝혔다.

다른 전문병원 관계자는 "평가 기준을 보면 환자의 만족도 부분 사항이 대거 포함돼 있는데 이보다 진료의 질 향상 측면을 고려한 항목이 필요하지 않냐"며 "특히 병원 특성을 고려한 평가항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신호 진흥원 단장은 최근 열린 '참여정부의 의료정책 방향과 병원평가' 포럼에서 "향후 전문병원이 활성화되면 전문병원을 위한 별도의 의료기관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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