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인수발법엔 반대...해법은 제각각

장종원
발행날짜: 2005-11-21 06:55:12
  • 노인요양보장제도 정책토론회, 관리주체·의료 배제 '공방'

이날 토론회는 토요일 오후임에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참석자들로 가득찼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노인요양보장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는 모두 공감했다. 다만 그 해법은 각기 너무 달랐다.

때문에 이 넓은 견해의 폭을 줄여 법률로 추진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복지사회를 여는 모임'과 '의료와사회포럼'은 18일 오후4시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노인요양보장제도의 쟁점 및 방향'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의 노인수발보장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제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열린 탓인지 방청객의 높은 관심과 함께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정부 입법안 이렇게 바뀌어야" 주장 쏟아져

수 많은 주장과 제안이 쏟아졌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는 현재 정부 법안의 상당부분이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고 지적하고, 수발인정 등급을 법에 규정하고 등급별 요건도 명시하는 등 모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 윤순녕 부회장은 "수발보험의 명칭을 종전대로 요양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방문간호시설 개설의 경우 의료법이 아닌 노인요양보장법에 별도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의사가 아닌 간호사에 대해서도 개설권을 달라는 것.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발의한 '노인수발보장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함과 동시에 별도의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수발관리원 신설 반대, 재정은 보험료 50%와 조세 50%로 정해두고 시작할 것, 요양서비스 신청시 의사소견서 의무화 반대 등을 주장했다.

장동익 노인의학회 이사장은 정부가 시범사업 종료 후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번 정부 입법안의 국회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범사업을 직접 주관하는 이원진 안동시 사회복지사무소 복지사업과장은 민원 서류를 간소화하고, 의사소견서 발급 병의원 확대, 예산 지원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관리운영주체 "건강보험공단이냐 지자체냐"

노인수발보험의 관리운영주체를 어디로 할 것이냐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이규식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이 주체가 되고 수발평가원을 별도로 설립하면서 예방사업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3원화 시스템보다는 지자체가 관리주체가 되는 것이 타당하고 주장했다.

다만 지자체에 전담하는 영국의 1차서비스 트러스와 같은 '보건복지사업소'를 설립해 수발보험 신청부터 예방사업까지 맡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역시 관리운영주체가 건강보험공단이 된다면 조직이 비대화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밀착형 예방사업이 어렵다면서 지자체 활용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창보 사무국장은 지자체가 관리운영주체가 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건보공단은 보험자로서 등급판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수급자 자격관리, 재정관리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수발보장사업자를 인정하고 민간사업자를 활용해 재가서비스의 일부를 제공하자는 이규식 교수의 제안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보험제도의 관리운영 경험이 없는 지자체가 과연 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지자체가 재원을 부담하면서 책임있게 할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총장은 "공단은 수발보장의 재정을 통제하고, 수발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적 관리운영 지부와 심사평가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공단을 주체로 하자는데 힘을 실었다.

의료계 "의료를 배제해선 '현대판 고려장' 제도

의료계는 의료적 영역을 배제해서는 노인수발이 '현대판 고려장'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의료적 영역의 참여를 적극 주장했다.

장동익 이사장은 "이번 노인수발보장제도에는 철저히 의료가 배제돼 있다"면서 "의료비, 대국민 전시효과만 생각한다면 건강보험에 간병비 신설하는 것이 낫다"면서 비판했다.

장 이사장은 "노인복지의 완성은 보건, 의료, 복지, 요양 등 전 분야에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서로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서로 협력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역시 "노인은 2~3개의 만성질환에 이환되어 있는 상태가 대부분으로 의사의 참여가 배제되면 실질적인 요양을 보장받을 길이 없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박하정 정책관 "노인 환자는 의료법으로 치료받아"

이같은 토론자들의 지적에 대해 박하정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노인정책관은 수급권자에 장애인이 배제되고, 관리기구를 건강보험공단으로 했으며, 의료영역이 배제됐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박 정책관은 "1, 2급 장애인이 46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노인수발보험에 이들을 포함하면 노인 보다도 장애인이 주로 대상자가 돼 보험의 취지가 퇴색한다"면서 "장애인은 일반 재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관리기구에 있어서도 "시군구별 지자체가 사업을 시행하면 지방재정상황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진다"면서 "사회보험 방식인 만큼 비용효과적인 건강보험공단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인수발보험이 노인보건의료체계를 따로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노인 환자들은 충분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발보험에도 별도의 의료영역을 포함시키면 혼선과 왜곡이 예상되며 이는 직역간 갈등을 가중 시킬 소지가 있다"며서 "정부는 의사소견서, 방문간호 등은 의료적으로 접근하고 요양시설에는 '복지' 영역에서 접근하는 기능적인 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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