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 이제는 국민과 상생모색할 때"

장종원
발행날짜: 2006-07-05 07:27:04
  • 의료사고 등 극단적 갈등 여전...정책적 대안이 필요

|창간특집| 보건의료계의 상생과 그 의미

최근들어 보건의료계에서 상생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직능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단체들이 '상생'을 외치지면 그렇다고 보건의료계내에 상존하고 있는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메디칼타임즈>는 보건의료계의 불어오는 상생에 대한 의미와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
① 상생시대의 도래
② 상생의 뚜렷한 한계
③ 고차원적 상생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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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씨(가명)는 정맥류 수술을 받은 후 오른쪽 엄지 및 새끼 발가락이 괴사하고, 다리 절단을 염두해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술 의사가 "실수로 정맥을 묶어야 하는 데 동맥을 묶었다"면서 인정했지만, 소송외에는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진료기록부를 확보하는 일부터 하나하나가 거대한 산과 같다.

이성희 씨(가명)의 딸은 루푸스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다 '자신이 고쳐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한의사 황모 교수의 권유로 복용하던 스테로이드를 끊는 등 치료방식을 바꾼 결과, 결국 사망했다.

의료사고 피해자 증언대회. 의료사고는 보건의료인과 국민과의 상생을 막는 요소다.
그 때부터 황 교수는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4년간의 소송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강수성 씨(가명)는 위암으로 서울 모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2인실 병실을 배정받았다. 더군다나 담당 교수는 얼굴을 보기도 힘든데 꼬박꼬박 선택진료비는 청구된다.

치료비용이 많이 나온다면 그나마 이해가 가겠는데, 선택진료비가 이렇게나 많이 나오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퇴원하면 "병원은 돈장사하는 도둑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국민과 보건의료계는 멀어지고 있다

보건의료계 직역간에는 상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지 몰라도 국민과 보건의료계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상생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의료분쟁과, 고가의 치료비 등으로 인한 병원에 대한 불만, 의약분업 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 등이 겹치면서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접수된 의료상담만 해도 77,717건이며, 합의금만 7년간 114억원이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7만여명이 보건의료계와 다툼을 벌이면서 불신을 쌓아갔다는 것.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부정적 인식에 대한 연쇄사슬은 그만큼 크다.

이같이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진데는 정책적인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의약분업 그리고 수가보전책으로 만들어진 기형적인 선택진료제, 지나친 의료상업화,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의료분쟁조정법의 부재도 그 중 하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사와 국민과의 갈등이 의사 개인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나치게 상업화를 부추기다 보니 환자와 의사관계도 세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과 상생해야 진정한 '상생'

이 때문에 이제는 보건의료계간의 상생을 넘어 국민과의 상생을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계가 진정한 '상생'을 하려면 국민과의 화해와 협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보건의료인을 신뢰하지 않고, 보건의료인이 국민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의료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대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는 "가장 높은 차원의 상생은 보건의료인이 국민건강을 위해 전문가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는 전문가로서의 도덕적 사회적 권위가 약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국민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14개 보건의약단체장이 1사1복지시설 결연운동 등을 벌이자는 뜻으로 맺은 사회공헌활동 추진 협약도 이러한 맥락선상에 있다.

또한 최근 의료계에서 투쟁 일변도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위한 활동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국민-보건의료계 윈윈하는 정책찾아야

그러나 봉사활동을넘어 국민과 보건의료계가 화해하고 상생하는 길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정책적 합의를 찾아가는 것이다.

보건의료인은 전문가로서의 존경과 위상을 인정받고, 국민은 적정한 의료이용을 보장받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치의제도 등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사회적 연대에 바탕을 둔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되는 선택진료제와 관련해서도 단순하게 환자의 본인부담금 형태로 떠넘겨 불만을 키우는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 대안을 고민해볼 때다.

물론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안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국민과 보건의료계가 상생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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