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1년 연장...의사로서 보람 느끼게 해줘 감사
[특별기획]공보의를 찾아서 ③소록도병원 근무 장지웅 씨"현재 한센병은 100%박멸할 수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인식은 1950년대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전국의 어디라고 환자가 있으면 배치되는 공보의.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찾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외지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공보의를 찾아가 봄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볼까한다. <공보의를 찾아서>는 매주 월요일 연재된다. - 편집자주 -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1번지, 섬 전체가 하나의 병원인 이 곳에서 1년 째 한센병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 장지웅(33)공보의는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의학기술의 발달로 진단이 내려진 뒤 장애가 남기전에 약만 먹으면 완쾌될 수 있는 질병이 된 지금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은 없어져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한센병에 대한 편견 없어지길"
재미있는 사실은 그 또한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낳은 피해자라는 것.
장 공보의는 "소록도에 근무한지 얼마안되서 맞선을 보기로 했는데 한센병환자를 진료한다는 사실에 취소됐다"며 웃지못할 비화를 털어놨다.
이 같은 일이 있었음에도 그는 1년만 채우면 옮길 수 있는 소록도 공보의직을 1년 더 연장했다.
일제시대에 소록도로 강제이주된 이후 외로움과 한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였다.
"잠깐 왔다가 스쳐가는 사람들한테 지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어요. 1년 쯤 되니 이제 겨우 마음을 열었는데 도저히 모른 척 돌아설 수 없겠더라고요."
"소록도, 의사로서 보람느껴요"
그가 이처럼 소록도 사람들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은 그들과 함께 생애 첫 경험(?)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강동성심병원 안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장 공보의는 "약간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의사생활을 하면서 소록도에서 처음 사망진단서를 끊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스스로 많이 성장했고, 의사의 길로 한 걸음 더 들어선 기분"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소록도는 그에게 의사로서 가슴벅찬 보람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한번은 왼쪽 눈은 실명하고 오른쪽 눈은 심각한 각막혼탁과 백내장으로 그나마 보던 빛 마져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한 여든살의 할머니가 그에게 수술을 해달라며 찾아왔다.
장 공보의는 차라리 섬 밖에 있는 큰 병원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을 못한다고 했다"며 한사코 그에게 수술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결국 그 할머니 눈을 수술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지만 수술 후 일주일간 0.1시력을 보였던 할머니는 점점 다시 시력을 낮아졌다.
"할머니는 잠깐이었지만 사람들 얼굴도 보고 색깔도 알아볼 수 있었던 지난 일주일이 너무 행복했다며 자꾸 고맙다고 하시는데 가슴벅찬 보람과 함께 나보다 더 훌륭한 의사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낮에는 진료 밤에는 책읽으며 지내요"
이렇게 환자를 보는 시간외에는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을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또 그동안 미뤘던 공부도 지루한 섬 생활을 이기는 방법이다.
가끔씩 동료 공보의들과 주변 섬을 돌며 좋은 추억이 될 만한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를 찾아온 부모님, 친구들에게 섬을 안내하는 것도 즐거울 일과 중 하나다.
그는 소록도에 지원한 사실을 듣고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니도 섬에 와보고는 마음이 누그러지실 정도로 소록도는 아름다운 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록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서 자원봉사 해볼 것을 권했다.
* 장지웅 공보의가 소개하는 소록도 현재 환자 700여명, 직원 150여명으로 섬 전체가 하나의 병원이다. 이중 공보의는 5명이며 한센병환자를 강제이주 시키기 위한 섬이기 때문에 원주민은 단 한명도 없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아침에 들어왔다가 저녁때면 모두 나가야하며 숙박을 할 수 없다. 소록도병원은 150병상이며 환자 즉 섬 전체 인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망함에 따라 점차 줄고 있다. 섬 인구 평균 연령은 73세, 대부분 80~90세 노인. 낮에는 경관이 아름다우나 밤이되면 건물도 없고 가로등도 몇개 없어 으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록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는 전남 고흥 녹동으로 배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