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백혈병환자 치료 포기할 수 있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7-05-08 07:00:21
  • 김학기 진료부원장 현 기준상 문제 지적.."비급여 인정"

심평원이 성모병원에 대해 환자에게 과다징수한 28억원을 환급하라고 결정한 것과 관련, 향후 법정싸움까지 간 상황에서 병원이 패소할 경우 백혈병치료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경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학기(사진) 진료부원장은 7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성모병원에서 치료받은 백혈병환자들이 진료비 확인 집단민원을 제기하자 심평원이 28억원 환급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백혈병 진료비 환급결정의 근거가 된 임의비급여의 문제를 네가지로 분류해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김 부원장은 의료적 비급여를 꼽았다.

그는 “예를 들어 그람양성균 항생제는 급여기준대로 하면 균을 먼저 배양한 후 투여해야 하는데, 문제는 균이 확인되지 않거나 균 배양까지 기다리다간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양급여기준이 실제 진료현장과 맞지 않아 임의비급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가 식약청 허가사항 외 투여다. 김 부원장은 “백혈병이 치유되더라도 일부 환자들은 심장병 때문에 일찍 사망하는 사례가 있어 심장보호제인 카디옥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약제 허가사항에는 유방암에만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세 번째로 요양급여비용 별도 산정불가항목을 지목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골수검사 바늘을 꼽았다.

이 바늘을 재사용하면 바늘 끝이 무뎌져 통증을 유발하고 염증이 생길 수 있어 1회용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요양급여기준상 재사용해야 한다.

1회용 바늘을 사용하더라도 골수검사비 3만원보다 바늘값이 5만5천원으로 더 비싸지만 비용을 별도 산정할 수 없어 환자에게 청구하면 불법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 수가가 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진비를 만든 것이며, 진료지원과도 선택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어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다”고 못 박았다.

특히 김 부원장은 성모병원이 심평원의 삭감을 피하기 위해 보험진료항목을 환자에게 임의비급여로 청구해왔다는 백혈병환우회의 주장에 대해 정면 부인했다.

김 부원장은 “보험이 되는 진료비는 공단에 청구하면 다 받을 수 있는데 환자에게 물릴 이유가 없다”면서 “요양급여기준에 있는 항목을 임의비급여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와 함께 김 부원장은 앞으로 임의비급여 문제에 대해서는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그는 “지금까지 진료비 확인 민원에 대해 환급 결정이 나더라도 총액이 연간 1~3억 정도여서 손해가 나더라도 감수해 왔지만 집단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매달 5~10억원을 환급해야 한다면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료비 환급건에 대해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되면 앞으로는 법적 대응할 것”이라면서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백혈병 치료 못한다”고 밝혔다.

김학기 부원장은 “우리는 부당이득을 취한 게 없고 환자에게 필요하니까 불가피하게 요양급여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약을 투여한 것”이라면서 “법원에서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진료를 할 수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해말 복지부 실사에 따라 향후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이 역시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법적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복지부, 시민단체 할 것 없이 현 요양급여기준만 가지고는 치료를 할 수 없고, 실거래가상환제 아래에서는 약값에서 마진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제도 고칠 때까지 죽어가는 환자를 그냥 둘 순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백혈병환우회가 진료비 불법 과다산정 폭로 기자회견을 연 이후 진료비 확인신청 민원이 폭주하는 등 성모병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병원 의료진의 사기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게 김 부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환자들이 치료받을 때에는 가능한 모든 치료를 다 해 달라고 하고, 비급여에 동의하고도 나중에는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한다. 그러면 교수들의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진료를 하지 말자거나 요양급여기준대로만 진료하자는 교수들도 있지만 가톨릭병원이기 때문에 손해 보더라도 참고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학기 부원장은 임의비급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묻자 “환자가 동의할 경우 비급여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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