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비보험 진료과 집중타<3>

박진규
발행날짜: 2003-06-18 07:10:15
  • 무한경쟁돌입 …적자생존의 시대로

[집중기획] '파란눈' 의료진이 몰려온다

오는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료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의 대비는 느긋하기만 하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월 31일 WTO에 1차 양허안을 제출하면서 보건의료와 시청각 시장을 제외한데다 복지부마져 개방저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개방은 필연적이며, 외국의 의료인력과 자본의 유입은 국내 의료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벌써 미국 존스홉킨스, MD앤더슨 등 대형병원들은 한국진출을 위해 국내 시장조사를 마치는 등 준비가 한창이고, 미국의 한 유명 피부과 체인은 올 2월 서울 강남 신사동에 피부건강관리 전문의원을 개설,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시장 개방 협상의 현황과 의료계의 위기의식, 자구노력 등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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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DDA협상의 진행상황
[제2탄]국내 진출 해외 의료계 활동 현황
[제3탄]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제4탄]의료시장개방 "위기를 기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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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시장이 외국에 문을 열어젖히면 어떤일이 벌어지게 될까? 10년이 넘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앞에서 그 어느 전문가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다만 가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mode3가 완전 개방됐을 경우, 의료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 의료계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외국 의료자본의 무차별 유입과 의료시스템의 이윤 추구가 가능해짐에 따라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병원이 도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다는 한 전문가는 “다양한 형태의 병원간 경쟁이 극심할 것이다. 의료기관의 설립도 가능하지만,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체인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보다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의료기관은 성격상 외국 병원의 경쟁력인 하이테크 및 서비스 부분과 관련이 적지만 2,3차 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선진국의 보건의료서비스 질은 우리나라 보다 앞선다. WHO가 200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58위를 기록했다. 1위는 프랑스며 일본 10위, 영국 18위를 차지했다.

사실 외국 병원들의 하이테크(암, 심장질환 관련 진단 및 치료 등)는 국내 병원에서도 시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환자가 느끼는 신뢰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재벌기업 총수가 자신이 운영하는 그룹 직할병원을 외면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예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병원과 협력병원을 체결해 상생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병원들은 줄줄이 도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세의대 조우현 교수는 “중소병원의 문제는 동네 수퍼마켓이 장사가 안되는 것과 이치가 같다. 적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 의료시장 개방은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병원의 경우 중소병원보다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핵심역량이 없는 병원들은 도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학자도 있다. 원주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는 “비록 영리병원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외국 병원이 왕창 몰려들어 국내 시장을 점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료시장 개방을 계기로 국내 의료제도를 다시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외국 병원들의 국내 진출한다 해도 대형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즉 중소병원 규모의 전문병원 형태로 진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5년 이내에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의료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리나라 공보험체제는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이 때문에 개원가에 미치는 의료시장 개방의 여파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특구에도 중소형화 형태의 진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이른바 메이저 진료과목들은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건강보험에 묶여 있다. 또 선진국과 달리 대부분의 의사가 전문의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비보험 분야가 많은 피부과, 성형외과와 진단검사서비스, 구급차 서비스 부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피부과개원의 협의회 이주봉 회장은 “진단 및 치료분야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화장품 등 미용 부분을 앞세워 진출할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광고 등 부문에서 역차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 어젠더 보건복지분야 대책위원회를 설치, 시장개방에 따른 파급효과 등에 대한 연구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분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방에 소극적이라 크게 문제될 것 없어 보이지만 건강보험제도 등 보건의료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협상전략을 신중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제4편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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