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지원한 전공의 훌륭히 키워내야죠"

안창욱
발행날짜: 2008-01-02 07:44:07
  • 경희의료원 홍성언 교수 "미래 방사선종양학는 인기과"

|신년기획|새 희망을 만드는 의사들

2007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새 해가 밝았다. 또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해보다 새해에 거는 기대가 높다. 소외된 이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의사들, 비록 비인기과 의사지만 전공을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가는 사람들, 이들은 어떤 꿈과 희망을 안고 무자년 새해를 열어가는지 집중 취재했다.[편집자 주]
경희의료원 홍성언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 홍성언 교수는 진료시간이 따로 없다. 진료시간표 대로라면 월요일, 수요일 이틀 종일 진료다.

그는 늘 진료실 옆 연구실에서 지낸다. 그러다 외과, 내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에서 환자 의뢰가 들어오면 진료시간이 아니라도 바로 청진기를 들고 옆방 진료실로 향한다.

“예약이 되지 않았느니 다음에 오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에 온 김에 여러 과 진료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면 좋지 않느냐”면서 “귀찮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암환자들을 모른 채 할 수 없어 급한 일이 아니면 오는 족족 진료 한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홍 교수는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두던 중에도 환자를 보기 위해 몇 차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성언 교수는 경희의료원 방사선치료의 역사다.

그는 1977년 경희의료원에서 방사선과 수련을 마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1984년 복귀했다. 그는 방사선과에서 방사선종양학과가 분리되자 방사선치료 분야를 선택했다.

그 후 홍 교수는 지금까지 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암환자들과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눠왔다.

“늘 환자에게 미안했는데 이젠 그런 마음 덜 것 같다”

그는 20년 넘게 방사선 치료를 해 오면서 늘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고 한다.

홍 교수가 처음 접한 방사선치료기는 ‘코발트치료기’. 치료 효과는 둘째 치고라도 부작용이 심해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평생을 방사선 치료 후유증 속에서 살아야 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이후 선형가속기가 들어오면서 치료효과가 좋아지긴 했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조직까지 손상하는 치명적 단점까지 극복하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이런 미안함을 덜 수 있게 됐다. 꿈의 방사선치료기라고 일컬어지는 ‘토모테라피’를 가동할 날이 불과 몇일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토모테라피가 좋은 것은 정상조직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세포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맞춤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자연히 치료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을 거의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환자가 병을 이기고 퇴원하는 것. 앞으로 이런 환자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홍 교수는 확신하고 있다.

#i3#4년 만에 전공의 1년차 지원 겹경사

무자년 쥐띠해를 맞는 홍 교수에게 좋은 방사선치료기 도입에 이어 또다른 경사도 생겼다.

방사선종양학과는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과 가운데 하나다. 경희의료원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레지던트 1~3년차는 단 한명도 없고, 4년차 한명이 고작이다. 그마저 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떠난다.

여기에다 2008년도 레지던트 전기 모집에서도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아 1~4년차가 한 명도 없는 초유의 일이 다시 벌어졌다. 홍 교수도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전공의가 없어 잡무까지 처리하는데 이골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에는 전공의는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던 터라 그만큼 낙담도 컸다.

그런데 모대학병원 인턴이 홍 교수를 찾아와서는 추가모집 때 방사선종양학과에 지원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홍 교수는 “방사선종양학과가 비인기과로 전락한 이유는 개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련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르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홍 교수는 “사실 전공의가 없으면 게을러진다”며 몇 년 만에 맞는 레지던트 1년차에 대한 기쁨을 표시했다.

환자들에게 보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를 잇게 된 2008년. 그에게 그 어느 해보다 행복을 줄 새해가 밝았다.

홍성언 교수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과감히 토모테라피를 도입한 만큼 이를 계기로 암 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거듭나고,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추가모집 때 전공의가 들어오면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고 싶은 것도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의 경우 수련과목 중 방사선종양학과 인기가 제일 좋고, 암환자의 60%가 방사선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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