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설득 못하고 쩔쩔…리더십 보여달라"

고신정
발행날짜: 2008-07-09 06:37:01
  • 보건의료전문가에게 듣는 '이명박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

[창간기획=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보건의료정책은 특징 없이 참여정부의 정책을 고스란히 이어받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능동적 복지'와 '의료산업화'를 양대 축으로 삼았지만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형국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덧붙여 향후 나아갈 길을 조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방향타 잃은 의료정책 갈팡질팡
<중>MB보건의료정책, 참여정부와 닮은 꼴
<하>전문가에 듣는 '이명박 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객관적인 원칙도 기준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도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에, 의료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큰 도면을 제시하라고 제언했다.

"이명박식 보건의료정책, 큰 그림을 그려라"

사진왼쪽부터 서울대 김진현, 이화여대 정상혁, 경북대 감신 교수.
"기본 밑그림이 없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들었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대선공약이 다르고 인수위 보고서가 다르고, 또 정부의 입장이 다르다"면서 "이는 전체적으로 국가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수위는 핵심국정과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제시했으나, 그 내용은 건강보험의 기능 중 일부를 민간보험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것이 전부"라면서 "눈 앞에 당장 보이는 것만을 쫓는 안이한 발상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새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상혁(이화여대) 교수 조차 "솔직하게 얘기하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면서 "보건의료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개혁을 할 생각이 있는 정부인지 모든 부분에서 의심이 든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할 과제는, 국가보건의료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상혁 교수는 "초심을 잃지말고 국민을 위한 개혁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해도 전체적으로 방향만 있다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북의대 감신 교수 또한 "국가의 보건의료철학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득과 타협, 행동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달라"

사진 왼쪽부터 고려대 윤석준, 연세대 이규식 교수, 보사연 최병호 박사.
또 이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이 갈길을 잃은데는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공론화과정이 없다보니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SICKO' 논란이 더해지면서 국민들에게 의료민영화가 공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 또한 이른바 '의료민영화 괴담' 등에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 초기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ICKO를 통해 요양기관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계약제가 혼동되면서 '부자들의 경우 건강보험과 계약 계약안하고 민영보험을 가입하면되고, 가난한 사람들만 건강보험에서 해결한다, 국민들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생겨났고, 여기서 정부가 그냥 손을 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것은 정부가 약했던 것"이라면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괴담이 나왔을 때 '아니야' 하고 국민들을 정면으로 설득을 하는 강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에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때로는 강하게 국민들을 이끌어가는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와 절차와 과정을 존중하는 것"이라면서 "정책을 결정하는데는 여론을 수집하고, 동향을 살피고, 사회적 참여와 합의를 보장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윤석준 교수는 "국가 보건의료에 대한 방향을 정립하고, 국민들에게 전략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 한다"면서 "방향이 올바르다면 다소 흔들리더라도 홍보하고,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가 만사…능력있는 전문가 등용해야"

사진 왼쪽부터 제주대 이상이, 서울대 허대석 교수.
한편 국가보건의료체계를 제대로 수립하고, 강단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정책 라인'을 제대로 꾸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는 "지금의 정국혼란은 대통령의 문제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참모진들의 부실"이라면서 "전문성은 고사하고, 책임지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공동책임질 수 있는 참모진이 없다보니 성과없는 100일이 지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복지부 장관으로 당찬 전문가가 들어와야 한다"면서 "정말로 민생 측면에서 국민건강 하나를 모토로 걸고, 좌고우면하면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또한 "의료는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이 모여 첨예한 이해관계를 다투는 매우 특수한 영역"이라면서 "당-정은 물론, 각 직종간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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