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기능정립 시급…복지부 "질낮은 기관 제재" 공감
|기획특집=요양병원, 공멸할 것인가!|지방의 모 요양병원은 얼마 전 300평 규모인 재활센터 운영을 중단했다. 230병상 규모인 이 요양병원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30명 근무했지만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해 재활의학과 전문의 1명을 줄였다. 치료사도 절반만 남겼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4개월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경쟁관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요양전달체계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들은 진료비 출혈경쟁을 벌일 정도로 무한 생존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반면 노인의료의 질은 위기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실태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돈 없어 치료포기하는 노인들
(2편)요양병원 ‘의료의 질’ 위기신호
(3편)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4편)일본 개호보험의 교훈
재활치료 진료비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이유다. 이 병원은 재활센터를 요양시설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김선태(서울참병원 원장) 총무이사는 “의료의 질이 높은 요양병원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라면서 “이대로 두면 좋은 병원은 망하고 의사 3등급, 간호 5등급 이하인 병원만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질 낮은 요양병원만 살아남는다”
요양병원들이 걱정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다.
요양시설과 본인부담금을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게 받는 요양병원의 환자들은 요양시설로 옮겨갈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인력 등급이 높고, 적정 의료를 행함에 따라 진료비를 덤핑할 여지가 없는 요양병원들은 환자 본인부담을 낮출 수 없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요양시설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의료복지복합체협회 김덕진(희연의료재단 이사장) 회장은 “지방의 일부 요양병원들은 요양시설보다 비용을 적게 받는 곳도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요양시설로 옮길 필요가 없다”면서 “하지만 질 좋은 요양병원은 진료비를 깎을 수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 수가체계 질 높은 서비스 기대 못해”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행중인 일당정액수가에 대한 불만도 높다.
김선태 이사는 “일당정액수가는 행위를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수가가 정해져 있어 행위를 많이 하는 병원은 손해를 보고, 그렇지 않은 병원은 이익이 되는 구조”라면서 “현 수가체계에서는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사, 간호인력에 대한 입원료 차등수가제 역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요양병원들은 의사 1등급, 간호인력 1~2등급인 병원은 입원료가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경영 효율만 높고 본다면 의사 2등급, 간호 4등급이 적당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당초 의사, 간호인력 수가차등제를 도입한 취지와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요양시설 수준의 진료비를 받고, 의료행위를 적게 하고, 의사와 간호인력을 최소 범위에서 유지하는 요양병원이 살아남는 구조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없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요양병원 원장 45명을 대상으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정착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20명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소자격 재정립을, 20명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을 각각 꼽았다.
김선태 총무이사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을 재정립해 재활을 받아야 하거나 의학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군은 요양병원에, 단순요양을 받아야 할 환자군은 요양시설에 입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요양시설 기능 재정립 시급”
또 그는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요양병원 환자 가운데 노인장기요양 1~2등급 판정자에 대해서는 간병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모든 요양병원의 1~2등급 판정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적정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요양병원에 입소한 등급자에게 지원하면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이 살아남을 수 있고, 환자들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정한 의료인력과 시설을 갖추지 않은 요양병원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20명이 요양기관 질평가를 거쳐 요양시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11명은 수가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요양병원계와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가체계 개편 주장과 관련 “일당정액수가가 시행된 이후 요양병원들의 평균 진료비가 행위별수가를 시행할 때보다 높다”면서 “우수한 요양병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적정 인력을 갖추지 않은 요양병원을 퇴출해야 한다는 것에는 요양병원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위 요양기관들을 이대로 두면 공멸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진료비 할인행위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