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롱데세(ballon d’essai)와 심평원

이창열
발행날짜: 2003-06-23 08:34:05
  • "그래서 다시금 결론은 심평원의 독립이다"

발롱데세(ballon d’essai)는 원래 기상 상태를 관측하기 위해 띄우는 시험기구 또는 관측기구를 가리키는 기상용어였으나 여론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흘려보내는 의견이나 정보를 가리킨다.

소위 작전세력이 활개치는 증권시장이나 공인된 작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에서 발롱데세를 띄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실제 국제사회의 외교전쟁도 발롱데세를 이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감기심사지침과 관련하여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 주최 감기심사지침 공청회에서 심평원과 복지부측 관계자는 서로 다른 말로 의료계와 국민을 향해 발롱데세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이규덕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우리는 심사지침이란 말을 쓴적이 없고 어디까지나 심사원칙이란 말을 썼을 뿐이다. 일종의 선언적인 의미를 지닐 뿐이지 이것을 가지고 심사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종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심사원칙이고 심사기준이 아니다.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며 “누가 한다고 했는가? 나는 그것을 만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심평원은 심사원칙을 만들었는데 상급단체인 복지부는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평소 심평원측 관계자들은 “우리(심평원)는 복지부의 업무를 수임 받아 행하는 위탁 실무기관일 뿐이다. 우리가 지침이나 고시를 만들 수 있는 정책기관이 아니다”며 “의료계가 왜 우리를 흔드는 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임종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이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호흡기감염증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작년 총 보험급여비 13조원 중에서 감기 급여비가 1조9천억원으로 전체의 14%였다”며 “정부로서는 감기 진료지출구조가 합리적인 것이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듯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심평원을 내세워 발롱데세를 하고 있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평원이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급성호흡기질환 임상진료 지침’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은 공개된 사실이고 상급단체인 복지부는 ‘누가 한다고 했는가? 나는 그것을 만든 적이 없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으로 다시 제기되는 것은 ‘심사평가원의 독립’이다. 건강보험재정 조달과 합리적 지출과 관리는 국가의 몫이다.

심사평가원은 보험재정 지출 최소화가 아닌 국민과 보건의료발전을 위해 보험재정 지출 적정화 합리화를 위한 기관으로 발상의 전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복지부에서 심평원이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금 결론은 심평원의 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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