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계속되는 실축

이창열
발행날짜: 2004-05-20 08:21:02
대한의사협회가 다시 한 번 헛발질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제안한 (가칭)대정부투쟁검토위원회 구성을 거부한 것이다.

대개협은 18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의약분업 시행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투쟁을 평가하기 위한 (가칭)대정부투쟁검토위원회를 독자적으로 설치할 것을 결의했다.

대개협 김종근 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원의를 비롯하여 전공의 교수 공보의 등 의료계 모든 직역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의협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대개협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현재 감사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여러 운영위원회가 회무를 감시할 수 있게끔 돌아가고 있는데 중복으로 혼선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김재정 의협 집행부는 5월로 3년 임기 중 1년을 맞았다.

작년 11월에는 수가 2.65% 인상에 반발하여 인상분 200원을 모아 소아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유하는 재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의협 부회장이 시민단체를 찾아가 악수하며 재단 설립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흐지부지됐다. 회원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에게도 공수표를 날린 것이다. 의협 방침에 따라 전공의 월급에서 인상분을 원천징수 하니마니 한동안 시끄러웠던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덩달아 괜히 이상해졌다.

12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노동조합에게 TV토론을 제안했다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유야무야 되며 구렁이는 벌써 담을 넘었다. 사회보험노조가 의협 실없다고 웃는다.

가깝기로는 꼭 석달 전인 올해 2월에 들어서 여의도 저수부지 악천후 뻘밭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하고 3월까지 시한을 못 박으며 정부가 의료계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가능한 강경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정치세력화를 위해 특별회비까지 거두며 준비한 4ㆍ15 총선에서는 단 1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로 턱걸이 시킨 것에 안도의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이 총선 이후 “의료계는 정치와 지지리도 운이 없다”고 장탄식을 늘어놓듯 내달 5일 개원하는 17대 국회는 결코 의료계에 유리한 국면이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을 시절에 국민들 눈치에 ‘가까이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의료계이었지만 원사이드 러브로 한나라당에 일편단심으로 순정을 바치는 의료계가 반드시 부담스럽지만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뽕나무밭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로 바뀌었다.

특히 불과 서너달 이후면 솔솔 이야기가 흘러나올 내년도 수가 논의는 재정안정화특별법에 따라 2006년까지 물가 인상 수준으로 묶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 의협 집행부가 “우리도 잘 하려고 분골쇄신 노력하고 있고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성과를 줄 수 있는데 참을성이 없다”며 회원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보다 더한 독선은 또 없을 것이다.

대개협의 특위 구성 요구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회원들의 참여가 늘 아쉬웠던 마당에 “얼씨구나 좋다. 그래 우리 함께 하자”며 전 직역을 끌어안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발로 냅다 걷어찬 것이다.

의협 현 집행부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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