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의사’와 의협 윤리위원회

이창열
발행날짜: 2004-06-07 10:27:46
“‘마약 먹은 의사 환각상태서 수술(중앙일보)’, ‘마약의사 환각상태서 1만명 진료(한국일보), ’환각제 먹은 의사가 100여명 수술(동아일보), ‘마약에 취한 병원장 150여명에 ’환각 수술‘(국민일보)…”

지난 주 일요일(6일) 방송 보도와 월요일(7일) 일간지 신문 사회면에 단연 눈길을 끄는 기사는 충남 아산 A병원 B원장(흉부외과 전문의)의 구속사건이었다.

7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따르면 B원장은 검찰 조사결과 작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환각제의 일종인 날부핀 등을 투약한 상태에서 1만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이 중 153명에게는 수술까지 집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원장이 투여한 것으로 검찰에 조사된 날부핀과 디아제팜은 강력한 환각 작용과 중독성으로 대검찰청은 2001년 1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검찰조사결과 B원장은 이들 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자신이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것처럼 허위 처방전을 작성하고 다른 환자의 처방전에도 실제 투약할 양보다 더 많이 기재하는 수법으로 약을 빼돌렸으며 간호사에게 부탁해 매일 1~2회씩 팔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B원장은 작년 2월 광주 C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도 날부핀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6월 보석으로 풀려나 아산시에서 개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B원장은 검찰에서 “진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날부핀 등에 손을 댔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또 다른 흉부외과 전문의는 “흉부외과 수술의 고난이도와 위험성, 의료사고에 대한 과중한 스트레스 등에 대한 중압감을 마약으로 달래려 했던 것 같다”며 “환각상태서 수술했다는 것은 과장된 듯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 해도 의사로서 마약에 손을 댄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의료사고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의사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안전망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의사 수가 너무 많아서인지 충분히 비난 가능한 범죄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천직인 ‘의사’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를 만큼 선행을 베푸는 의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에 이어 B원장의 비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윤리위원회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의료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징계의 내용을 알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윤리위원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면 전체 의사의 명예를 걸고 언론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불사해야 할 것이다.

이제껏 의협 윤리위원회가 비위 회원을 징계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바 없다. 윤리위원회는 억울한 다수의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비리를 저질러 전체 의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리게 하는 소수에 추상같은 칼날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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