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료문화 창출을 기대한다

원종일
발행날짜: 2006-12-26 07:02:09
  • 원종일 회장(물리치료사협회)

국회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4월 4일 국가 보건의료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물리치료사협회에서 제출한 청원이 계기가 된 것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유시민장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면서, 보건의료정책을 수정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메디칼타임즈 4월4일)

그동안 보건의료정책은 공급자 중심으로 유지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과거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나름대로 합리성과 명분 있는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의료 인력이 충분한 현실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은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한다.

필자는 의료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우선과제가 일제강점기와 군사문화의 잔재인 의료계 내부의 수직적 종속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새로운 의료문화 창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던 의사로서 관습화된 권리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료발전을 기대한다면 구시대적 권위주의와 수직적 종속관계는 마음을 비우고 반드시 내려놓아야 앞으로 의료민주화를 통한 수평적 협력관계로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수직적 종속관계의 대표적인 예로는 병원에서 “교육”을 명분으로 하는 수련의 제도와 “의사의 지도”를 명분으로 하는 의료기사 문제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여 주종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다. 이는 초기에 인력수급이나 전문성 부족 등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공익을 명분으로 한시적으로 적용이 가능했던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현시점에서 인력 및 전문성이 확보되고 안전에 대한 검증을 거쳤다면 업무행위(의료행위)를 제외하고 비본질적인 규제(고용과 영업권 등)는 직업선택자의 자유권을 존중하여 상호 공유하도록 개선시켰어야 했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한 의료정보가 상식화 되고, 처방전을 통한 정보가 공개되고 있는 시장경제하에서 통제된 공간 내에서 의사 독점체제로 의료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의료개방화에 역행하므로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다시 말해 의사에게 부여된 다른 면허자에 대한 의권(醫權)은 의료행위에 대한 통제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처방 또는 의뢰를 통한 분배와 통합적 측면에서 수직적 업무관계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사가 다른 면허자의 생존권을 책임지지도 못하고 책임질 수도 없는 현실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시한 선택적 고용은 의료기관의 영업이익을 목적으로 생존권을 말살하는 현대판 노비제도로 진료(의료행위)를 제외한 다른 것은 기본적 자유권으로 인정해야 한다.

국가 의료정책도 시대요구에 따라 변화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관련 법률은 의료행위를 의료기관 내에서만 수행되도록 통제하는 것은 과거 군사정부가 유교적 규범과 일제강점기의 군사 문화적 권위주의에 편승한 제도이다. 법규범을 정함에 있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적용하여야 함에도 간호사 및 물리치료사 등을 통한 시설 ・ 방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업무수행을 인정하면서 의료관련법만 의료기관으로 통제하는 것은 같은 것을 다르게 적용하는 행정 편의적 차별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국가가 법률을 통하여 다른 면허제도(새로운 직업)를 도입한 것은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기관 형태가 개인 사업장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영적인 측면을 경시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의 영업이익이 의료기사의 생존권에 우선시 하는 법적용은 합헌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서 “지도”규정을 근거로 의료기관의 영업 손익에 따라 선택적 고용을 하고 있는 것이나 최근 노인수발보험법과 관련하여 간호협회의 자료에 따르면“의사만이 개설권을 갖고 있는 가정간호사업소의 경우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10월 말 현재 2만 6942개소의 의료기관 중 150개소(0.56%)만이 가정간호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선택적 고용이 영업의 도구화 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과잉입법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또한 의료정책은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해도 의료기관 내에서의 업무관행이 최근 들어 위법행위로 판결되어 불이익을 당한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따라 법률 개정은 반대하면서 의료기관 내에서는 관행으로 간호사나 의료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함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비합리적인 법체계를 현실에 부합되도록 정비하여 이런 위법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없도록 제도개선이 요망된다.

따라서 국민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의료관련 법률은 유권해석이나 업무관행에 따를 것이 아니라 기본권과 관련된 사항은 법규사항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법규범을 정하여 의사가 직접 수행해야만 하는 것과 의사의 처방내지 의뢰를 통하여 다른 면허자가 수행하거나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상호 신뢰 속에서 수평적 협력관계가 유지되도록 의협이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의료문화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투약 ・ 주사 ・ 검사 ・ 방사선 및 물리치료에 대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실효성 있게 법률정비 하는데 앞장서여 할 것이다.

또한 용어를 정의함에 있어서도 같은 행위를 가지고 의사가 시행하면 의료행위가 되고 의료기사가 시행하면 의료행위라는 용어를 사용 못하게 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진정한 의료발전을 위한다면 의협은 의료의 전문화 ・ 세분화 및 분업화를 인정하고 다른 의료계 종사자와 더 불어 함께 목적을 실현한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의료행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부터 나눔과 협력의 정신으로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권위주의와 상명하복의 종속관계 등은 불필요한 수직관계로 의료민주화를 위하여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의료문화라 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의료문화의 창출은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다. 의사는 의료의 주체로서 통합관리자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업무는 수직관계를 유지하되 종속되어서는 아니 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협력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가 다른 면허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상호 신뢰가 회복되고 수평적 의료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통합관리자로서 새로운 위상을 정립 한다면 의료 민주화를 통한 갈등은 해소되고 의료의 적정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가 의료정책의 기본취지에도 부합되는 것으로 경미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행위는 의사의 통제내지 독자적인 행위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의사는 보다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을 감당하도록 제도화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각자의 영역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의협의 새로운 의료문화 창출을 새해에는 기대해 본다.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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