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장 송사가 남긴 교훈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8-06-12 07:13:15
비의사 보건소장 임용과 관련, 대전 중구의사회 소속 한 회원이 제기한 임용 취소소송이 각하됐다. '각하'(却下)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 종료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주 모 회원이 보건소장 공모와 관련해 직접적인 피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원고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승패 여부를 떠나 애초부터 소송 요건이 안됐다는 얘기다.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결국 의협까지 나서 의료계 변호사 모임인 올의법을 동원해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각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심판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변호사 사회에서는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며 "의료계가 좀 더 면밀히 살핀 후 소송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너무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앞뒤 따지지 않고 송사를 벌여 변호사만 좋은 일 시킨 셈이다.

의료계는 이번 일을 각성의 계기로 삼아 각종 소송에 대비한 법률적 대응시스템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책임 있는 자세로 전후 사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승소 가능성 등을 냉철하게 따질 수 있는 능력 있는 전문가 풀이 구축되어야 한다. 얼마 전 구성된 올의법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소송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 상근 법제이사를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보건소장 임명과 관련, 잡음이 잇따르고 있는데 시도의사회의 정치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주시 의사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전 중구보건소장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었는데, 전주시의사회장을 비롯해 전라북도의사회 임원들이 적극 나서 결국 의사가 보건소장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역의사회가 좀 더 정치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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