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훈정 중앙성심의원장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의료계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그에 따른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일일이 다 설명하자면 두꺼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지만 굳이 한 문장으로 축약해 달라면 ‘의사와 의사협회가 끝없는 나락(奈落)으로 추락하는 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시다시피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를 가진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더욱이 가입, 탈퇴가 자유로운 임의단체가 아니라 의료법에 규정되어 가입이 반드시 의무화되어있는 단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어느 덧 의협은 전체 의사들의 삼분지 일에도 못 미치는 개원 의사들만을 대표하는 단체처럼 격하되어버렸다. 의협의 산하 단체 중 하나였던 병원협회가 2004년 의료법상 법정단체로 승인을 받아 독립해나간 뒤, 어느 샌가 모태(母胎)인 의협과 경쟁적인 때로는 대립각을 세우는 거대 조직으로 변모되었다.
예전에는 의사 출신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적지 않게 배출되었으나, 명맥이 끊긴 지 벌써 십 수 년이 되었다. 지난 10년 간 간호사 출신 장관만 해도 두 명이나 나왔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의사협회의 위상 추락이 어디까지 다다랐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니 장관 배출은 차치하고서라도 의협 회장이 장관 면담 한 번 하기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닌가 그 말이다.
이렇게 의사와 의사협회의 위상이 추락한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의료계 지도자들의 무능과 이기심, 그리고 정치력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십여 년 전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의학협회로 불렸을 때 그것은 개원의, 봉직의는 물론이고 교수나 전공의 등 모든 의사들을 통솔하는 대표조직으로서 제대로 대우받았다고 본다. 당시 병원협회는 글자 그대로 병원 대표자들의 모임이었으며, 의료법상 승인되지 않은 임의 조직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협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로부터 사실상 독립해나간 지금 병원협회의 실정을 보건대, 같은 의사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전체 의사들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작년 봄 참여정부의 의료법개악시도 반대 투쟁이었으며, 당시 병협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이 더러 있다는 이유로 투쟁 참여를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의료법 개악에 찬성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협은 작년 가을 최초로 시행된 유형별 수가계약에서도 모든 종별 의료기관들을 함께 묶어서 협상을 진행하자는 의협의 제안을 뿌리치고 의원급과 병원급으로 나누어 수가 협상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의원급을 대표한 의협의 수가 인상률(2.3%)보다 훨씬 못 미치는 1.5%의 인상률이 결정됨으로써 의협과의 차별성 내지는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결국 소탐대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년의 유형별 수가 계약은 의협으로서는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병협은 유형 분리로 인한 대외 협상력 감소와 상대적 수가 인상률이 낮아짐으로써 두 단체 모두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계가 분열되고 힘이 약화된 배경에는 오직 병협의 이기심만이 작용한 것은 아니다. 일찍이 의협이 병협의 법인화를 허용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던 문제였고, 따라서 병협의 독립을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던 의협의 잘못 또한 주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결과에 고무된 건보공단과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유형을 더욱 세분화하자고 기세등등하게 외치고 있다. 즉 의료계가 분열되면 될 수록 힘이 약해지고 정부나 건보공단, 그리고 여타 이익단체들과의 협상이나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어지게 되며 결국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회원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협의 위상 추락에는 비단 병협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의학회 역시 현실적으로 의협과 많은 괴리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의협 내 의학회 소속 회원들의 무관심과 참여 부진을 불러오고 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의료계 현안 대처에 있어 의학회 회원들은 딴 세상의 일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오래 되었고 수 년 전부터 대의원 총회 시마다 의학회 대의원 좌석의 많은 빈자리를 보아왔지 않은가. 실제로 의협이 의학회 회원들에게 해주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결과 그것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비 납부율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저조한 의협회비 납부율은 거의 모든 회원들에게 파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 년 간 의협의 난맥상은 회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고, 이는 이익단체로서 의협이 회원들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회비 납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부족한 예산으로 인하여 고유 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 의협의 위상을 다시 제고하려면 먼저 회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고, 결국 여러 가지 대외적 이해관계 충돌에 있어 많은 손해를 보게 되어 이에 분노한 회원들의 지지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협이 멀어진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선거권을 완화하여 최대한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투명한 선거제도 운영을 통해 보다 많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는 집행부를 출범시켜야 한다. 또 평소 회원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여 지도부의 정치적인 이해득실보다는 일반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무를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의협의 근본 위상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지금처럼 개원의 단체로 전락한 의협의 위치를 갖고서는 날로 열악해져가는 의료 현실에 있어 아무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의협이 과거처럼 병협이나 의학회는 물론 봉직의, 전공의, 군의 등 모든 의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의료계의 수많은 단체들을 대대적으로 통합 정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협이 많은 기득권을 포기하더라도 제로베이스에서 각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대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지금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결국 의협을 개원의 단체로 전락시켜 대내외 위상추락과 더불어 회원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것밖에 안 된다. 병협이나 의학회 등도 나날이 악화되는 사회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이대로 분열되어 있으면 자꾸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상이든 투쟁이든 서로 힘을 합쳐 강력한 단체를 구성할 때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 의료계 각 단체의 지도부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다시 뭉쳐서 의사들을 대표하는 진정한 단체로 거듭나는 길만이 위기에 빠진 의사들을 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시다시피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를 가진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더욱이 가입, 탈퇴가 자유로운 임의단체가 아니라 의료법에 규정되어 가입이 반드시 의무화되어있는 단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어느 덧 의협은 전체 의사들의 삼분지 일에도 못 미치는 개원 의사들만을 대표하는 단체처럼 격하되어버렸다. 의협의 산하 단체 중 하나였던 병원협회가 2004년 의료법상 법정단체로 승인을 받아 독립해나간 뒤, 어느 샌가 모태(母胎)인 의협과 경쟁적인 때로는 대립각을 세우는 거대 조직으로 변모되었다.
예전에는 의사 출신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적지 않게 배출되었으나, 명맥이 끊긴 지 벌써 십 수 년이 되었다. 지난 10년 간 간호사 출신 장관만 해도 두 명이나 나왔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의사협회의 위상 추락이 어디까지 다다랐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니 장관 배출은 차치하고서라도 의협 회장이 장관 면담 한 번 하기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닌가 그 말이다.
이렇게 의사와 의사협회의 위상이 추락한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의료계 지도자들의 무능과 이기심, 그리고 정치력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십여 년 전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의학협회로 불렸을 때 그것은 개원의, 봉직의는 물론이고 교수나 전공의 등 모든 의사들을 통솔하는 대표조직으로서 제대로 대우받았다고 본다. 당시 병원협회는 글자 그대로 병원 대표자들의 모임이었으며, 의료법상 승인되지 않은 임의 조직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협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로부터 사실상 독립해나간 지금 병원협회의 실정을 보건대, 같은 의사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전체 의사들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작년 봄 참여정부의 의료법개악시도 반대 투쟁이었으며, 당시 병협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이 더러 있다는 이유로 투쟁 참여를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의료법 개악에 찬성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협은 작년 가을 최초로 시행된 유형별 수가계약에서도 모든 종별 의료기관들을 함께 묶어서 협상을 진행하자는 의협의 제안을 뿌리치고 의원급과 병원급으로 나누어 수가 협상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의원급을 대표한 의협의 수가 인상률(2.3%)보다 훨씬 못 미치는 1.5%의 인상률이 결정됨으로써 의협과의 차별성 내지는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결국 소탐대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년의 유형별 수가 계약은 의협으로서는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병협은 유형 분리로 인한 대외 협상력 감소와 상대적 수가 인상률이 낮아짐으로써 두 단체 모두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계가 분열되고 힘이 약화된 배경에는 오직 병협의 이기심만이 작용한 것은 아니다. 일찍이 의협이 병협의 법인화를 허용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던 문제였고, 따라서 병협의 독립을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던 의협의 잘못 또한 주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결과에 고무된 건보공단과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유형을 더욱 세분화하자고 기세등등하게 외치고 있다. 즉 의료계가 분열되면 될 수록 힘이 약해지고 정부나 건보공단, 그리고 여타 이익단체들과의 협상이나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어지게 되며 결국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회원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협의 위상 추락에는 비단 병협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의학회 역시 현실적으로 의협과 많은 괴리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의협 내 의학회 소속 회원들의 무관심과 참여 부진을 불러오고 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의료계 현안 대처에 있어 의학회 회원들은 딴 세상의 일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오래 되었고 수 년 전부터 대의원 총회 시마다 의학회 대의원 좌석의 많은 빈자리를 보아왔지 않은가. 실제로 의협이 의학회 회원들에게 해주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결과 그것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비 납부율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저조한 의협회비 납부율은 거의 모든 회원들에게 파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 년 간 의협의 난맥상은 회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고, 이는 이익단체로서 의협이 회원들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회비 납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부족한 예산으로 인하여 고유 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 의협의 위상을 다시 제고하려면 먼저 회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고, 결국 여러 가지 대외적 이해관계 충돌에 있어 많은 손해를 보게 되어 이에 분노한 회원들의 지지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협이 멀어진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선거권을 완화하여 최대한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투명한 선거제도 운영을 통해 보다 많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는 집행부를 출범시켜야 한다. 또 평소 회원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여 지도부의 정치적인 이해득실보다는 일반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무를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의협의 근본 위상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지금처럼 개원의 단체로 전락한 의협의 위치를 갖고서는 날로 열악해져가는 의료 현실에 있어 아무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의협이 과거처럼 병협이나 의학회는 물론 봉직의, 전공의, 군의 등 모든 의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의료계의 수많은 단체들을 대대적으로 통합 정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협이 많은 기득권을 포기하더라도 제로베이스에서 각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대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지금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결국 의협을 개원의 단체로 전락시켜 대내외 위상추락과 더불어 회원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것밖에 안 된다. 병협이나 의학회 등도 나날이 악화되는 사회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이대로 분열되어 있으면 자꾸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상이든 투쟁이든 서로 힘을 합쳐 강력한 단체를 구성할 때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 의료계 각 단체의 지도부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다시 뭉쳐서 의사들을 대표하는 진정한 단체로 거듭나는 길만이 위기에 빠진 의사들을 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