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대형병원도 기피…정부 투자 시급"

안창욱
발행날짜: 2009-06-01 06:46:33
  • 대법원 판결후 연명치료 중단 관심 높지만 인식 개선 역부족

대법원이 최근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제도 정착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암센터(원장 이진수)를 포함한 전국 지역암센터는 최근 암환자 통증관리에 대한 의료인과 암환자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통증을 말합시다’ 캠페인을 일제히 열었다.

대구·경북지역암센터는 “환자나 보호자가 통증에 대해 의료진에게 정확히 이야기 하는 것이 통증 조절의 첫걸음”이라면서 “적절한 진통제 투여만으로도 90% 이상의 환자가 통증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 환자, 일반인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암관리사업지원단 암성통증관리위원회(위원장 허대석)가 국립암센터와 9개 지역암센터를 포함한 14개 의료기관에서 1062명을 대상으로 암성통증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암환자의 80% 이상이 지난 1주간 암으로 인한 통증을 경험했다.

이 중 약 절반 가량은 매우 심하거나 상당한 통증을 호소했고, 50% 이상은 통증으로 인해 일상활동, 기분, 보행능력, 일, 대인관계, 수면, 인생을 즐기는 것에 매우 또는 상당한 장애를 겪고 있다고 응답해 통증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대법원이 세브란스병원에서 투병중인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한 직후에 개최된 것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그러나 ‘통증을 말합시다’ 캠페인이 몇년 전부터 매년 열리고 있지만 암환자에 대한 진통제 사용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허대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31일 “정부가 2002년 속효성 경구용 마약성 진통제(모르핀)을 진통제로 허가한 이후 암환자에 대한 투여가 점차 늘고 있지만 세계 42위에 불과하고 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이며 “선진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또 허 교수는 “문제는 미국의 경우 임종 직전 항암제를 투여하는 비율이 10%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30%에 달한다”면서 “말기암환자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보다 통증 조절이 중요하지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허 교수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인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암환자들도 통증을 호소해야 하는데 의료진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고통을 참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품위 있는 임종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시급하다는 게 허 교수의 견해다.

허 교수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막기 위해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법제화가 되지 않았고, 보험수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십년이나 뒤쳐져 있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법제화나 보험수가 뿐만 아니라 말기암환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모암센터 전문의는 “‘통증을 말합시다’ 캠페인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생생만 낼 따름이지 지원이 전무하다”면서 “말기암환자들이 임종 직전에 불필요한 연명치료에 과다하게 의존한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암조기 발견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완화의료에 대해서는 지원이 극히 미약한 상태”라면서 “그러다보니 대형병원들이 암센터를 지으면서도 호스피스병동을 기피하고, MRI나 로봇수술과 달리 통증 조절의 경우 해봐야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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