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감당 못하는 취객, 응급실 떠넘기나"

발행날짜: 2009-07-15 07:17:49
  • 의료계,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안 반발 "진료 안전 위협"

"사법권이 있는 경찰도 처리 못하는 취객을 의료인보고 책임지라는 말인가"

최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등 일부 의원이 발의한 경찰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는 물론 학계까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응급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취객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

대한응급의학회는 14일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한 응급의학회의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고 즉각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학회는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객을 응급실로 이송시키면 제제수단이 없는 의료인과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취객에 의해 응급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법상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는 만큼 굳이 법률을 개정하지 않아도 취객들에게 진료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 내원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아닌 단순 취객까지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경찰이 업무를 일방적인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회는 취객들이 의료기관을 남용할 소지도 많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취객들도 의료기관에 속속 이송되다보면 이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경찰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지금도 응급실에서는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공권력을 가진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주취자 문제를 아무런 제재 수단도 없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넘기는 것은 경찰 본연의 시민보호 업무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계도 이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경호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이라도 매일 취객들에게 시달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병원협회는 "의료기관에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지 못할 정도의 육체적인 상태에 있다"며 "경찰관이 경고해도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의 취객을 응급실에 데려다 놓으면 의료진 뿐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병원회는 한발 물러나 부산시의 사례를 수용, 국립의료원이나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주취자를 돌볼 수 있도록 경찰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의사회와 부산지방경찰청은 만취, 상습취객, 알코올중독자 등 응급치료를 요하는 대상자를 '지정 의료기관 부산의료원' 응급실로 후송해 치료받도록 하고 있는 상태.

유태전 서울시병원회 명예회장은 "부산시의사회와 같이 주취자를 특정병원으로 보내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협회가 나서 적극 대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발의한 경찰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은 경찰관의 응급구호를 거부한 의료기관을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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