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로부터의 자유

이영규
발행날짜: 2009-10-15 00:17:18
  • 이영규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회원

어떤 생명체이건 신이 준 선물이다.

나는 무생물이라 배운 물체 자체도 생명이 있다고 믿고 싶다. 단지 움직이지 못하고 자라지 못할 뿐 그 안에서의 무수히 일어나는 화학 반응과 물리적 변화를 보라. 그들 나름대로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가? 세상 어느 것도 의미없는 것은 없다.

이제 의사라는 길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수술을 해야했던 낙태수술을 거부하므로써 내게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 좋다.

여러 이유와 문제로 서로의 아픈 상처을 뒤로한 채 측은지심으로 묻으려 했던 이 수술은 판도라 상자 처럼 이리저리 굴러만 다니다 이제서야 열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인구 감소로 출산 장려하는 국가도 아니요, 입양의 오욕을 씻으며 대한민국 아이들 양육을 일부 맡아 생색 내려는 사회 단체도 아니요, 순간의 잘못으로 감당 어려운 멍에를 져야하는 여성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큰 수혜자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산부인과 의사인 나 자신이다.

경제적 이유로 망설이던 내가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나와의 싸움이였고 나를 위한 설득이었다.

큰 가지를 바라보고 희망을 키워온 산부의들이 작은 가시로 마음 아파해야하고 성장을 멈춰야 한다면, 또 수시로 곪아 그때 마다 임시방편 치료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현명할까?

낙태수술 근절은 산모 자신이 살길이요 국가가 살길이요 산부인과 의사인 내가 살길이다.

오늘도 전화벨이 울린다.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남자는 군대를 가야한단다. 도와 달란다.

"저희 병원은 유산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 산부인과 의사들은 불법 낙태 수술을 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아이의 출산을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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