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마비된 신경과 권위자 '재기도 명의답게'

안창욱
발행날짜: 2009-11-04 12:20:18
  • 서울대병원 전범석 교수, 9개월간 투병일기 발간 화제

2004년 6월 등산 도중 불의의 척수손상 사고로 전신마비된 서울대병원 전범석(신경과) 교수가 9개월간의 투병기록을 책으로 펴내 화제다.

전범석 교수는 최근 ‘나는 서 있다-기나긴 싸움 그리고 기적에 관하여(도서출판 예담)’을 펴 냈다.

전범석 교수는 신경과 분야 국내 권위자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교수의 지도 아래 연수를 마쳤고, 외국인 과학자에게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 연구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는 이를 사양하고 귀국했다.

그는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3년 같은 병원 신경외과 김현집 교수팀과 함께 태아의 뇌세포를 파킨슨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하고, 2000년 이후에만 10여개 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 주목받는 의학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나갔다.

그러던 중 2004년 6월 주말이면 즐겨 오르던 남한산성 정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졸도로 쓰러져 전신마비가 된 것이다.

전범석 교수
환자들의 신경을 치료해주던 신경과 교수가 이제 스스로의 신경마비와 싸워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사고 직후 의식이 돌아온 순간부터 그는 팔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남다른 정신력과 의학적 지식으로 주치의와 협력해 스스로 진단하고 처치해 나갔다.

‘나는 서 있다’는 아홉 달 간의 투병일기다. 그러나 눈물이나 억지 감동은 없다. 마치 담당의사가 쓴 진료기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남한산성 정상에서 쓰러진 직후,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하고 척추손상의 대가답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목을 보호하도록 조치하고, 헬기를 요청해 신속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상황을 주도해 나갔다.

또한 자신의 병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흡인성 폐렴과 욕창 등 생길 수 있는 모든 합병증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피해간 기록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이와 함께 저자는 무력하고 겁에 질린 환자로 남아 있기를 거부하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마비 증세와 기대에 못 미치는 더딘 회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의사로서 스스로를 진단할 때마다 우울한 통계 수치가 떠올랐지만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전 교수는 그가 아는 모든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하고 최선을 다해 전신마비라는 구덩이에서 빠져나가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매 순간 날카로운 지성과 의사로서의 차가운 이성으로 상황을 반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두 발로 일어섰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자신이 겪은 육신의 고통으로 인해 좀 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따뜻한 의사, 그리고 이를 가르치는 교육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그러한 목표가 있기에 그는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온 후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파킨슨병 안내서를 개정했고, 환자 가족 수기도 번역해 환자와 가족, 의사, 학생들에게 권하고 있다.

또 그는 복귀 후 우수연구교수상, 우수강의교수상을 받고 의료정책실장, 신경과학회 이사를 겸임하는 등 열정적으로 의학연구에 정진하고 있어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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