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총액계약제 등 진료비지불제도 개편 공론화 시도에 의사협회가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내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지난 26일 '건보공단 이사장 월권행위 규탄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진료비 지불제도와 관련해 총액계약제의 전환을 주장한 정형근 이사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경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버', '과대망상', 정치적 의도', '월권', '퇴진운동', '복지부 산하 위탁집행기관장'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건보공단측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의협이 총액계약제를 반대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급증하는 진료비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닌 감정적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진료비지불제도 개편 논의 제안에 대한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비난은 과하다"면서 "의료계도 이제는 급증하는 국민의료비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건보공단과 의사협회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당연지정제, 공단 운영을 두고 수차례 부딪친 정형근 이사장과 경만호 회장의 악연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경만호 회장은 과거 동북아메디컬포럼 대표로 일하면서 건보공단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국민감사 청구인 모집 활동을 벌인바 있다.

당시 취임 초기였던 정형근 이사장은 "공급자 단체들이 사정이 있겠지만, 공격을 심하게 하는 곳도 있다"면서 "연봉이 7천만원이 삭감됐는데도 2억을 받는다는 자료를 내면서 명예를 심히 훼손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 이후 경만호 회장은 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직후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 이사장은 "그(경만호 회장)에게 공부 좀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조금만 잘못 설계해도 정권을 좌우하는 사안을 의협 회장 당선인이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