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불친절한 직원, 손해배상 대상?

김선욱 변호사
발행날짜: 2010-06-07 06:42:58
  • 김선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사례: A원장은 수납직원에게 매월 말에 외상 진료비 환자가 있으면 전화를 걸어 진료비를 납부하도록 독촉하라고 하였다. 직원 B양은 전화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내도록 독려를 했는데, 그 중 환자인 C여사에게 전화를 건 것이 화근이 되었다.

B양은 C여사에게 진료비 250만원이 체납이 되었으니 내달라고 전화를 하였는데 사실 C여사는 A원장의 진료로 후유증이 있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가뜩이나 A원장의 진료가 맘에 안 들었던 C여사는 B양에게 “진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주제에 무슨 외상값을 갚으라고 하느냐? 내가 사기꾼인줄 아냐 빚쟁이냐?”라고 호통을 쳤고, 평소 한 울컥하던 B양은 “병원비도 못 갚는 주제에 무슨 잘난 척이냐!”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C여사는 B양의 무례한 말에 의하여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C여사와 친분관계가 있던 모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던 D과장은 소송을 통하여 A원장을 손봐 주어야겠다며 더 난리이다.

결국 C여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A원장과 직원 B양을 모두 피고로 하여 모욕감으로 이로 인하여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니 A원장 등이 C여사에게 연대하여 위자료 상당의 배상을 해주어야 한다며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A원장은 직원 때문에 환자 C여사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까?

본인은 아니더라도 직원 잘못으로 인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병원장의 고달픔이다.

의료법상 양벌규정(의료법 제91조)에 따른 형사책임이라든지 민법상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가 바로 그 내용이다. 병원을 경영하다 보면 환자들에게 불친절한 직원 때문에 대신하여 병원장이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곤혹을 치르는 것을 넘어서 법적으로 손해배상까지 해주어야 하는가에 관한 사례이다.

해결: 이러한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하급심 판례이기는 하지만 참고할 만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고등법원 2001나38434손해배상(기) 등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병원 직원이 환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서 환자가 모욕감을 느껴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병원은 사용자로서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환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어떤 행위가 위법행위로 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행위가 형벌법규나 단속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이어야 하고, 단순히 불친절하거나 무례하다고 하여 위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고법은 “고객에 대하여 친절한 서비스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잘못된 일이라 하겠으나, 이러한 사실만으로써 병원 직원이 통상인으로서의 사회적 수인한도를 넘는 위법한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불친절한 사례로 인한 고객의 불만은 사업자가 스스로의 영업활동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해당 고객에 대하여 사과하고, 내부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친절교육 또는 자체 징계 등의 방법을 통하여 시정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사항으로서 고객에 대한 친절의무를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위 판례는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인 ‘위법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판례라고 생각된다.

위법한 행위는 모든 잘못된 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상 볼 때 위법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만을 한정한다는 판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통념상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업주와 종업원은 고객에 대하여 친절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친절하여야 하는 의무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의무일 수는 있지만 법적인 의무까지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단지 친절할 의무 자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위법한 행위라고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직원이 사소한 말다툼으로 환자나 고객에게 폭행을 가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민사적으로도 사용자인 병원장이 환자의 피해에 대하여 위자료나 치료비 등을 갚아 주어야 한다.

또한 병원 직원이 환자에게 욕을 하는 등으로 형법상 "모욕죄"를 저지른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았고 직원의 불법행위가 병원 업무를 진행하다가 일어난 일이라면 그로 인하여 병원장이 사용자로서 환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병원 직원이 환자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욕을 하는 등으로 사용자인 병원장이 예상치 못하게 손해배상을 해주는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한다면, 병원장은 문제의 직원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진 부분을 직원에게 어느 정도로 책임추궁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어려운 법적 용어로 "구상권"행사라고 한다. 사용자 책임을 통하여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진 사용자가 직원에게 책임을 내부적으로 다시 추궁하는 권리를 말한다. 일의적인 구상권 행사의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이 불법행위를 하게 된 동기나 직무 관련성, 직원의 직무집행의 재량권 여부, 직원의 급여 수준, 학식 등이 포괄적으로 판단되어 사용자와 직원의 책임비율이 나누어진다. 통상 업무를 추진하다거 어쩔 수 없이 발생된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직원에게 50%이상을 구상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의 태도이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피용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접 손해를 입었거나 그 피해자인 제3자에게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결과로 손해를 입게 된 경우에 있어서, 사용자는 그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의 현황,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및 근무태도, 가해행위의 발생원인과 성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의 정도,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 참조).

만일 병원장이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교육이 있었음에도 직원이 돌발적인 법 위반 행위를 하였다면(물론 이러한 교육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거로서 확인되어야 한다) 이러한 잘못을 한 직원은 50%이상의 책임을 져야 되는 수도 있다고 본다.

직원이나 자식이나 평소 법을 준수하거나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지도하는 것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구상권의 문제에도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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