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형 변화 뚜렷 "환자확보 직결, 공들인 만큼 효과"
<기획>치열한 개원시장, 마케팅이 진화한다최근 의료기관들이 간판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수술 실력과 친절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개원 불패신화가 사라지고 개원가에선 그 어느 때보다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입지만 믿고 마케팅에 소홀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의원이 있는 반면, 나쁜 입지에서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하는 병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의 발전과 맞물려 그간 진화된 마케팅 방식과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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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라인 입소문 마케팅, 키워드 광고 위협
2) 환자 눈길 끌기 전략, 이미지형 간판 급증
3) 개원가 마케팅 과열…잘쓰면 약, 못쓰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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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해당 의료기관의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고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히 해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른 변화다.
특히 서울을 세계적인 고품격 디자인도시로 육성한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간판 정비 사업은 이 같은 변화의 바람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간판 정비 사업 이후 건물을 어지럽게 뒤덮고 있던 간판들이 사라지고, 텍스트 중심의 간판에서 그림이 포함된 '이미지형 간판'이 늘고 있다.
간판이 이미지화 되고 있는 배경에는 의료기관들이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한 CI 제작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엔 네트워크 병원뿐만 아니라 소규모 의원도 각자의 브랜드 구축을 위해 CI를 제작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 동문임을 나타내는 대학 로고가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인다는 판단 아래 연세OO병원과 같이 대학 동문 마크를 최우선으로 앞세우는 게 유행이었다면 이젠 그 자리를 친절한 그림 로고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병원 이미지 제고와 차별화를 위해 CI를 넣은 간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의원들이 늘자 개원 컨설팅 업체에서는 간판에 들어갈 CI 제작을 지원해주는 등 의료기관 브랜드 이미지 구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텍스트형에서 이미지형 간판으로…의미 전달 '탁월'
눈에 띄는 변화는 텍스트 방식의 간판이 최근엔 이미지형 간판으로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속 병원들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네트워크 병원에서는 간판만으로도 환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이미지를 넣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고운세상피부과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와 풍요의 여신 아프로디테 여신 모양의 CI를 사용하고 있다. 피부과에서 추구하는 미적 가치를 환자들에게 어필하고, 다른 피부과와 차별화되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고운세상 피부과 관계자는 CI를 활용한 간판이 주는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판에 CI를 넣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병원의 위치와 성격을 단번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손쉽게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원에서도 간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간판이야말로 상당한 투자할 가치가 있다"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각인될 만한 가치와 상징성을 지니게 되면 간판은 생각보다 큰 환자 유인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과거의 간판 성격이 단순히 병원 위치를 알리는 기능에 그쳤다면 최근엔 간판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와 환자의 유치를 위한 감성적 어필까지 고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간판의 변화에는 의원들의 CI 제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의원 대부분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사용할 CI를 제작하게 되고, 이런 CI를 간판에 다시 활용하는 의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환자 확보에 간판이 직결, 공들인 만큼 효과
CI가 들어간 간판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작년에 목동에 개원한 단비뇨기과 인병하 원장은 CI제작과 간판에 공을 들였다. 무려 2개월 동안을 CI 제작에만 매달릴 정도로 공을 들인 것. 그 이유는 간단했다. CI를 통해서 병원의 성격과 개성을 드러내고 차별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를 고용해 작품 시안을 받아봤지만 선뜻 손이 가는 디자인이 없자 인 원장은 직접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비뇨기과 앞에 '단'을 붙여 '단비뇨기과'로 이름을 짓고, 땅과 풀에 비가 내리는 모양의 CI를 제작해 '단비'가 내리는 느낌을 살렸다.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인지 효과는 좋았다.
그는 "비뇨기과에서 '맨'이나 '파워'가 들어간 곳이 많다"며 "이런 곳은 남성적 이미지 때문에 여성 환자의 수가 적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비뇨기과는 남성들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비뇨기과의 여성 환자 비율이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단비뇨기과는 여성 환자의 비율이 무려 30~40%에 달한다.
그는 그 이유로 이미지를 활용한 간판에서 찾았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네이밍이 친근한 느낌을 줘 여성 환자들의 거부감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
그는 "간판 이름과 이미지를 보고 왔다는 사람이 많아 간판에 사용할 CI 제작에 공을 들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변에서 비뇨기과를 하는 지인들 중에 환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명칭과 CI 제작을 고민 중인 개원의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M컨설팅 업체는 "예전엔 상당수 개원의들이 간판 업체에 맡겨 대충 간판을 달았지만 최근엔 소규모 의원들도 병원의 성격을 나타내 줄 CI 제작을 개원 준비 단계에서 의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간판의 중요성 인식이 커지면서 병원의 개성을 나타내줄 CI 필요성을 느끼는 개원의들이 늘고 있다"면서 "단순한 텍스트 간판은 환자들이 외면하지만 이미지가 들어간 간판은 병의원의 이해와 매력도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채널형 간판 급증…간판 통일화 바람도
간판 정비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강남 일대에선 채널형 간판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평면에 글씨를 넣은 플렉스 방식의 간판이 점차 줄어들고 글자를 입체적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채널형 간판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채널형 간판의 장점은 글자 자체를 입체화 할 수 있어 눈에 쉽게 띄고 의원명이 텍스트와 이미지가 결합된 '캘리그래피' 역할을 해 인식 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이렇게 채널형 간판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서울시의 간판 정비 사업부터다. 서울시가 간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채널형을 원칙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의원명을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기 때문에 시선을 끌기에 효과적이라는 평이 나오자 이제는 간판 정비 시범 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의 병의원도 채널형 간판으로 변경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강남구의 B성형외과 원장도 플렉스 방식 간판을 채널형으로 바꿨다. 그는 "한 의원이 많게는 3~4개의 간판을 달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런다고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채널형 간판으로 바꾼 후 눈에 쉽게 띄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K간판 제작 업체 관계자는 채널형이 인기를 끌면서 1년 새 간판을 채널형으로 바꾸려는 의원들의 문의가 급증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아예 건물에 입주한 개원의들이 한 건물의 이미지를 통일성 있게 연출해달라며 간판 외에 옥외 광고물과 조명, 현수막을 바꾸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일 건물 내에 입주한 약국과 의원의 경우, 환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과도하게 튀는 간판을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간판의 색이나 규격을 통일화 시켜 단일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간판이 환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터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 의원들의 간판에 대한 투자 비중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의원들이 간판에 투자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직접 디자이너를 고용해 만든 CI를 간판에 넣어서 주문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