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졸업한 A전임의 "후배들 마음고생 안타깝다"
[특별기획] 서남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서남의대에 입학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모교가 내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솔직히 걱정됩니다."
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를 거부하면서 의료계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교과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목돼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재학생, 졸업생들은 서남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실의대 딱지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2의 서남의대를 막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서남의대에서 피어난 불행의 싹
(중) 부실의대 졸업생의 험난한 미래
(하) 의대 신설은 로또…장벽이 없다
서남의대를 졸업하고 모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한 후 현재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는 A씨의 말이다.
A씨는 "요즘 서남대가 부실대학으로 지목돼 학자금 대출 제한 조치를 당하고, 의대는 인정평가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모교가 저러고 있는데 좋아할 동문이 있겠느냐. 후배들이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지난 2000년 서남의대 학생들의 수업거부 투쟁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당시 대학에서는 의사국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절반 가량의 학생들을 유급시켰고, 부속병원은 환자들이 감소하면서 다양한 실습할 수 없어 학생들의 불만이 팽배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불만이 폭발하면서 100일간 수업거부를 했고, 그 과정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재적되기도 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서남의대가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텐데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A씨는 서남의대가 부실의대로 지목되면서 스스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전임의를 하면서 교수나 선배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차별을 받는 건 전혀 없지만 내 스스로 피해의식이 있고, 자랑스럽게 모교를 얘기하지 못하는 게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서남의대에 입학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모교가 내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를 거부하면 세계의학교육연맹(WFME), 아비세나 디렉토리(Avicenna Directory) 등에 대학 정보를 실을 수 없어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대학이 된다.
세계의학교육연맹이나 아비세나 디렉토리 등은 의대인정평가에서 인증을 받은 의대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앞으로 외국 연수를 마치고 의대 교수가 되는 게 목표"라면서 "연수를 가고 싶어도 국제적 단체에 서남의대 정보가 없으면 외국에서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교가 졸업생들이 더 잘되도록 힘이 돼 줘야 하는데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모교가 차라리 퇴출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모교가 없어지면 가슴 아프겠지만 우수한 후배들에게 부실의대라는 고통을 주면서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남의대 학생들이 계속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차라리 다른 대학에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남의대 후배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서남의대에 다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생각하면 선배로서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열심히 하면 좋은 수련병원에서 하고 싶은 의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록 상황이 나쁘지만 후배들이 잘 극복하고, 더욱 노력해 좋은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