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환자 집중 빨간불…"수도권 병상 총량규제 시급"
|신년기획| 지난 10년과 앞으로 10년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상반기와 2009년 같은 기간 전체 상급종합병원(종합전문요양기관)의 외래환자는 48% 늘었다. 이 기간 입원환자는 37%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대형병원, 특히 빅5로 환자들이 집중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또 의료기관들은 고가의료장비를 대거 도입하면서 자원 낭비와 환자들의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료계의 진료영역 파괴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0년의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 10년 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환자 블랙홀된 빅5, 성장 멈춘 대학병원
(중)패자의 역습…고가장비 도입 빛과 그림자
(하)변화하는 정글의 법칙…생존이 능력이다
공단의 자료는 수진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의료급여, 비급여 환자를 제외한 건강보험환자만 집계한 것이다.
그러나 비수도권의 DD대학병원는 2001년 상반기부터 8년간 입원, 외래환자 겨우 2%씩 늘어났다.
지방의 TT병원은 이 기간 외래가 24% 늘었지만 입원환자는 9%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수도권의 대학병원 중 입원환자 증가율이 20% 이하인 곳이 7개나 됐다.
수도권 대학병원도 성장의 한계를 드러낸 곳이 적지 않았다. B병원의 입원환자는 2001년 상반기 1만 8305명에서 2009년 같은 기간 1만8305명으로 5% 감소했다.
C병원, H병원, O병원, R병원, T병원, U병원, Y병원 역시 8년간 입원 증가율이 20% 이하였다.
서울의 D병원은 2001년만 하더라도 전국 종합전문요양기관 가운데 입원환자 수를 기준으로 17위였지만 2009년에는 26위로 밀려났고, 이젠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이들 3차병원과 달리 소위 서울의 소위 '빅4'는 외래환자가 56%, 입원환자가 52% 늘어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4를 제외한 서울 3차병원의 외래환자, 입원환자 평균 증가율은 각각 47%, 32%. 이 기간 비수도권 3차병원들이 외래 43%, 입원 29%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환자들이 서울이 아닌 빅4를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5년간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외래환자 추이를 보면 이런 현상이 더 확연해진다.
심평원의 통계자료(내원일수 기준)를 보면 서울아산병원의 2010년도 상반기 외래환자 수는 총 114만 1441명이었다.
하루 평균 1만명에 달하는 외래환자를 진료해야 가능한 수치다. 2005년 상반기 72만 8978명에서 57%가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뿐만 아니라 서울대병원이 66만 218명에서 107만 1591명(62% 증가), 세브란스병원이 61만 2398명에서 99만 1626명(62%), 삼성서울병원이 63만 8272명에서 97만 2484명(52%),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40만 533명에서 71만 5228명(79%)으로 수직 상승했다.
5년간 입원환자 증가 추이도 폭발적이다. 입원건수를 기준으로 서울성모병원이 94%, 서울대병원이 60%, 삼성서울병원이 57%, 세브란스병원이 53%, 서울아산병원이 40% 늘었다.
이들 빅5의 5년간 입원환자 증가율은 56%다. 이 기간 공통적으로 대형 암센터를 건립하거나 병상을 증축한 결과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여의도성모병원은 2010년 상반기 입원환자가 2005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고, 한양대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은 증가율이 채 10%가 되지 않았다.
이 기간 빅5를 제외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 증가율 역시 39%로 상대적으로 크게 미미하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빅5와 나머지 대형병원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빅5의 환자 집중현상이 가속화되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려의대 윤석준(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대로 병상 증가를 방치할 경우 초대형병원들은 더 몸집을 불리고, 웬만한 암환자들은 모두 빅5로 몰릴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10년 안에 망하는 대학병원도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현재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또 윤 교수는 "앞으로 점점 서울에 살아야 좋은 병원에 갈 수 있게 된다면 비수도권 환자들의 소외감이 심화될 수 있고, 자원과 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10년 새 병상이 급증하면서 과잉공급된 상태지만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병상과 의료인력, 고가 의료장비 등의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 시장실패를 초래했다"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은 수도권 병상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수도권 병상 증가를 억제하는 이른바 '의료자원 총량제'라는 극약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권에 인구, 공장 등이 늘어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병상정책에도 이를 적용하면 지역간 균형 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고가 의료장비를 억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