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련병원 4년차까지 전멸…사실상 기능 마비
|특별기획| 무너진 필수진료…사라지는 칼잡이들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도 외과 계열 전문과목들이 철저하게 외면받으면서 레지던트를 한명도 확보하지 못한 수련병원이 속출했다.
외과 계열 전공의 기피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다수 병원들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수련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에 놓였으며 일부 병원은 필수과목 레지던트가 없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현재 병원들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짚어보고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수련제도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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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추락하는 외과계…전공의 없는 병원 속출
<중> 월급 인상 무용론…기피 원인 따로 있다
<하> 칼잡이를 향한 꿈…그들이 부르는 희망가
특히 일부 병원들은 4년째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수련은 물론, 상급종합병원 지정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메디칼타임즈는 2011년도 레지던트 추가모집이 마감된 후 전국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전공의 확보 현황을 조사했다.
4년째 전공의 없는 병원 태반…상급병원 지정 위기
그 결과 비인기 과목을 중심으로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수련병원들은 4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해 상급종합병원 간판이 위협받고 있다.
H대병원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이 병원은 현재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상태지만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서 상급병원 명패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해로 4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중 한 과목이라도 상근 레지던트가 없으면 상급병원 지정이 취소된다.
K대병원도 같은 상황이다. 이 병원 산부인과는 현재 4년차 전공의 혼자 수련을 받고 있다. 결국 이 전공의가 수련을 마치고 나면 상근 레지던트가 전무한 상황이 벌어진다.
K대병원은 지난 2005년 종합전문요양기관 승급을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올해 상급병원 도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
결국 단 한명의 전공의 때문에 심사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병원은 대책마련에 절치부심이다.
K대병원 관계자는 16일 "우리 병원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져 정말 안타깝다"며 "전공의를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인 K대병원도 전공의 문제로 한숨이 깊다. 이 병원 산부인과도 4년차 전공의가 홀로 수련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대병원 관계자는 "우선 파견 형식으로 전공의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보고 있다"며 "상급병원 지정보다도 교육병원으로서 기능 상실과 진료차질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수련기능 상실한 병원들 "대책 마련 시급"
이러한 상황은 비단 이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에서 수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해 수련기능이 마비된 병원이 부지기수다.
J병원은 올해까지 4년째 흉부외과 전공의를 받지 못했다. 또한 응급의학과도 3년째 전공의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립대병원인 K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도 올해로 4년째 흉부외과에 전공의가 없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지원자가 있었지만 1년만에 수련을 포기하고 나가버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W병원도 4년째 방사선종양학과에 전공의가 없어 위기에 빠졌으며 D병원도 산부인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병원도 있다. C병원의 경우 지난해까지 3년간 흉부외과 전공의를 뽑지 못했지만 올해 1명이 지원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
이들 병원들은 하루 빨리 비인기과 기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수련제도가 더욱 왜곡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K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내년부터는 모자병원 형식으로 S대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집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기 위해 버텼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론 S대병원 이름을 빌려 전공의를 모집한다면 레지던트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솔직히 이는 병원을 위한 것일 뿐 수련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H병원 관계자도 "비인기과 기피문제가 수련병원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점점 더 꼬여만 가는 수련제도를 바로잡지 못하면 더 큰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