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대출 하루하루 지옥 "정말 촛불집회 하고 싶다"
사회가 '반값 등록금'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학생들은 매일 같이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나와 촛불을 들고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의대생들도 등록금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반값 등록금이 가장 절실하다. 한 한기 500만원이 훨씬 넘는 등록금을 대기 위해 학자금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드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학기 등록금이 1천만원 이상인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고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적절하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의전원생들은 침묵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있을까. 촛불을 들지 못하는 의대·의전원생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의대생 목죄는 현실
지방 의대를 다니는 K씨. 올해 본과 4학년이다.
K씨는 12일 모처럼 서울에 상경해 친구를 만났다. K씨의 친구는 의전원 입시를 준비중이다. K씨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뜩 과거 의대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났다.
K씨는 "친구는 의전원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겠다고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면서 "하지만 나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고 말했다.
자신의 친구는 의대, 의전원생들의 고충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1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한동안 망설였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 고지서에 찍힌 금액은 533만원. 등록금으로만 한해 최소 1천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2005년 입학 당시 등록금은 4백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계속 오르더니 결국 5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비로 내는 돈이 한 학기에 30만~40만원. 교제비가 20만원 정도. 동아리 회비에다 월세 25만원, 생활비까지 합치면 아무리 못해도 한달에 50만원은 고정으로 지출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미안하다. 이 때문에 예과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등록금은 커녕 생활비 충당도 버거웠다.
예과 때 과외 알바를 3~4개 했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90만원 정도였다. 생활비와 교제비를 제하면 손에 남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성대가 다 망가질 정도였다. 그때 성대 결절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
알바 생활만 2년 "생존이 걸린 문제"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었다. 하루 이틀의 단기 알바가 생기면 바로 지원 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했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어 마트 알바도 했다. 과외를 하면 몸은 편하지만 일자리도 없고, 과외비를 미루는 집도 종종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의대생이 마트에서 알바 뛴다고 하면 사서 고생하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렇게 해서 80만~90만원의 돈을 벌지만 등록금을 모으진 못한다. 지금도 간간이 번역 알바를 하고 있지만 그저 생활비 정도에 그칠 뿐이다. 의대를 입학하고 나서부터 이런 고된 생활의 반복이었다.
장학금이 있긴 하지만 반에서 고작 한두명이 탈 뿐이다.
침묵하는 의대생?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의대생!
요새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인 이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의대생은 등록금 문제에 소홀하냐고. 심지어 의대를 졸업하면 돈다발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유급 한번 당하면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다시 내야 한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유급은 1천만원짜리 벌금"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수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쯤 끝난다. 그 뿐이 아니다. 2주마다 반복되는 모의고사에, 정기시험도 한달에 한번 꼴로 계속 봐야 한다.
K씨는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회에 신경을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잘사는 친구들도 있다. 반에서 절반 가량은 소위 잘사는 집 자제들이다. 그들은 이런 고충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잘 사는 의대생이 절반 정도 되다보니 등록금 문제를 공론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도 없지 않다.
K씨는 "집안이 부유한 친구들은 학자금 대출로 이자 내기도 버거워하며 학교를 다니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빚쟁이가 되는 의대생 친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말한다고 한다. "친구들아, 알아주길 바래. 사회에 나와서도 빚쟁이 신세를 면하기 위해 1~2년간 뼈 빠지게 돈을 갚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옥같았던 등록금과의 전쟁, 다음 학기면 끝"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다음 학기면 지긋지긋한 등록금과의 전쟁도 끝이 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등록금 냈다고 전화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른다. 내 이름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혹시 문제 생기는 것 아니냐며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대시는 부모님이다.
동생도 이제 내년이면 졸업이다. 졸업하면 '부모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큰 절 한번 올릴 생각이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그는 "개원을 할까 생각해 봤는데 그건 무리인 것 같다. 개원 자금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요새 개원 환경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의를 따고 봉직의로 열심히 일해 부모님이 내게 주신 등록금 이상 갚을 생각이다. 하지만 내 후배들은 등록금 걱정없이 공부하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K씨의 마지막 말이다.
의대생들도 등록금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반값 등록금이 가장 절실하다. 한 한기 500만원이 훨씬 넘는 등록금을 대기 위해 학자금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드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학기 등록금이 1천만원 이상인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고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적절하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의전원생들은 침묵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있을까. 촛불을 들지 못하는 의대·의전원생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의대생 목죄는 현실
지방 의대를 다니는 K씨. 올해 본과 4학년이다.
K씨는 12일 모처럼 서울에 상경해 친구를 만났다. K씨의 친구는 의전원 입시를 준비중이다. K씨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뜩 과거 의대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났다.
K씨는 "친구는 의전원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겠다고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면서 "하지만 나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고 말했다.
자신의 친구는 의대, 의전원생들의 고충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1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한동안 망설였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 고지서에 찍힌 금액은 533만원. 등록금으로만 한해 최소 1천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2005년 입학 당시 등록금은 4백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계속 오르더니 결국 5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비로 내는 돈이 한 학기에 30만~40만원. 교제비가 20만원 정도. 동아리 회비에다 월세 25만원, 생활비까지 합치면 아무리 못해도 한달에 50만원은 고정으로 지출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미안하다. 이 때문에 예과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등록금은 커녕 생활비 충당도 버거웠다.
예과 때 과외 알바를 3~4개 했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90만원 정도였다. 생활비와 교제비를 제하면 손에 남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성대가 다 망가질 정도였다. 그때 성대 결절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
알바 생활만 2년 "생존이 걸린 문제"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었다. 하루 이틀의 단기 알바가 생기면 바로 지원 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했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어 마트 알바도 했다. 과외를 하면 몸은 편하지만 일자리도 없고, 과외비를 미루는 집도 종종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의대생이 마트에서 알바 뛴다고 하면 사서 고생하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렇게 해서 80만~90만원의 돈을 벌지만 등록금을 모으진 못한다. 지금도 간간이 번역 알바를 하고 있지만 그저 생활비 정도에 그칠 뿐이다. 의대를 입학하고 나서부터 이런 고된 생활의 반복이었다.
장학금이 있긴 하지만 반에서 고작 한두명이 탈 뿐이다.
침묵하는 의대생?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의대생!
요새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인 이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의대생은 등록금 문제에 소홀하냐고. 심지어 의대를 졸업하면 돈다발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유급 한번 당하면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다시 내야 한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유급은 1천만원짜리 벌금"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수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쯤 끝난다. 그 뿐이 아니다. 2주마다 반복되는 모의고사에, 정기시험도 한달에 한번 꼴로 계속 봐야 한다.
K씨는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회에 신경을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잘사는 친구들도 있다. 반에서 절반 가량은 소위 잘사는 집 자제들이다. 그들은 이런 고충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잘 사는 의대생이 절반 정도 되다보니 등록금 문제를 공론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도 없지 않다.
K씨는 "집안이 부유한 친구들은 학자금 대출로 이자 내기도 버거워하며 학교를 다니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빚쟁이가 되는 의대생 친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말한다고 한다. "친구들아, 알아주길 바래. 사회에 나와서도 빚쟁이 신세를 면하기 위해 1~2년간 뼈 빠지게 돈을 갚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옥같았던 등록금과의 전쟁, 다음 학기면 끝"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다음 학기면 지긋지긋한 등록금과의 전쟁도 끝이 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등록금 냈다고 전화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른다. 내 이름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혹시 문제 생기는 것 아니냐며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대시는 부모님이다.
동생도 이제 내년이면 졸업이다. 졸업하면 '부모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큰 절 한번 올릴 생각이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그는 "개원을 할까 생각해 봤는데 그건 무리인 것 같다. 개원 자금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요새 개원 환경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의를 따고 봉직의로 열심히 일해 부모님이 내게 주신 등록금 이상 갚을 생각이다. 하지만 내 후배들은 등록금 걱정없이 공부하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K씨의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