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개원가, 불만 고조 "과징금 불구 1인실로 전환"
#1 A산부인과병원 다인실은 언제부터인가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의료보험 기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다인실을 뒀지만 막상 환자들이 찾지 않자 자연스럽게 창고로 전락했다.
#2 B산부인과의원 Y원장은 10병상 이상의 산부인과이지만 다인실을 아예 없애고 전부 1인실로 교체했다. 그동안 규정에 따라 다인실을 유지해 왔지만 산모들이 다인실을 기피하면서 비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라리 1인실로 변경한 것이다.
산부인과 현실에 맞지 않는 상급병실료 기준에 대한 개원의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복지부는 1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해 일반병상의 50% 이상을 5인실 이상의 다인실을 갖춰야만 비급여로 인정받는 상급병실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규정에 맞추자니 당장 병원 경영이 어려워질 게 뻔하고, 이를 어기자니 복지부의 현장실사가 두렵기 때문이다.
A산부인과병원 K원장은 "다인실을 두고 창고로 활용해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면서 "요즘 산모들은 자녀를 한 두명 낳기 때문에 1인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보니 다인실 설치 의무화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A산부인과는 부인과 환자 없이 산모들이 상당수인 탓에 다인실을 찾는 환자를 찾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Y원장은 "오죽하면 불법을 자행하고서라도 다인실을 없앴겠느냐"면서 "복지부에서 현지조사를 나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일단 1인실로 바꿨다"고 했다.
산부인과가 체감하는 다인실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결성된 분만병원협의회 강중구 준비위원장은 "분만을 많이하는 병원은 1인실이 부족해 산모들은 어쩔 수 없이 다인실을 이용하고, 분만이 적은 병원의 다인실은 비워두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과징금을 물더라도 다인실을 1인실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는 게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일부 산부인과는 상급병실료 기준을 무시한 채 산모들의 기호에 맞는 1인실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상급병상료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면에는 턱 없이 낮은 분만수가 문제가 숨어있다.
상급병실료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상당수 산부인과 의사들은 극심한 저수가 환경에서 산부인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상급병실료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C산부인과병원 J원장은 "일단 분만을 하려면 앰블런스, 가족 분만실 등 갖춰야하는 시설도 많을뿐더러 간호사, 조산사, 영양사 등 인력이 24시간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수가 상황에서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상급병실료가 분만 수가를 보전해 주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상급병실료 기준을 분만 산부인과 병의원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더 이상의 폐업하는 산부인과를 줄이려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급선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산부인과만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환자의 선호도를 이유로 상급병실료 기준에 손을 대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만약 그렇게 되면 타 진료과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