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인터뷰⑥ 이화의대 의학교육학 권복규 교수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의료인문학 교육에 대한 갈증이 있다. 주변에 의사들이 삶이 건조하다고 말하면 의료인문학을 접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43·이화의료윤리센터장)는 의료인문학이 의사에게 왜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권 교수는 의사학을 전공하고 현재 의학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의료인문학에서 흔히 말하는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 분야는 의과대학 학생보다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의학 교육만으로도 바쁜 본과 학생들에게 의사학이나 의철학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과 학생들에게는 의료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의료윤리나 환자와의 대화법 등에 대한 강의가 적절하다는 게 권 교수의 견해다.
권 교수는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에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의사학, 의철학은 5지선다형 문제로 풀어내는 순간 그 의미가 변질될 수 있고 그럴 필요성도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윤리에 대한 부분은 논의를 거쳐서 시험을 통해 평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대학에서 이화의료윤리센터장을 맡고 있는 걸로 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인문학의 올바른 교육 방향이 있다면.
A: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의료인문학 강의를 몇시간 들으면 다들 이태석 신부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문학 수업은 학생들에게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각을 심어주면 족하다.
그래서 강의도 몇 가지 사례나 상황을 제시해주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주는 식으로 진행한다. 흔히 말하는 인문학의 뼈대인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윤리,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 않나. 환자와 마주해 본 경험도 없는 학생들에게 의사학, 의철학이 무슨 소용이겠나. 그러나 연륜이 있는 의사일수록 인문학 교육은 의사의 인성을 깊게 만들기 때문에 필요하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의사 연수교육 때 의사학 관련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한번 쯤 과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Q: 우리나라의 의료인문학 교육이 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A: 그렇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의 문제이다. 기본 의학교육에서만 의료인문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은 전공의 등 임상의사를 대상으로 생애의학교육에 중점을 둬야한다.
예를 들어 프로패셔널리즘의 갈등, 의사의 역할,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는 직업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숙해야 하는데 이런 교육의 부재로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임상에 있는 의사들에게 의사학, 의철학 강의를 하면 굉장히 반응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Q: 최근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관련 문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의료인문학에 대한 교육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다만 의료윤리에 대해서만 문항을 포함시킨다면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인문학 전임교수를 갖춘 의과대학도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도 부족한 상태다. 5지선다형의 틀에 맞춰 문항을 만들다보면 의료인문학이 변질될 수 있다.
의사학, 의철학 등을 국가고시에 포함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물론 연구는 진행해야겠지만 말이다.
다만 의사국시에 포함됨으로써 전국 의과대학에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다.
Q: 의료윤리 분야에 대한 문항을 넣는 것에는 찬성하시는 것 같다. 어떤 내용의 문항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A: 의료윤리에 대한 부분은 사회적으로도 의료계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학회와 의사협회 등 의료계 내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거쳐야한다.
분명한 사실은 외국의 의료인문학을 그대로 들여와선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Q: 앞서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가 의료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는 부분은 의외였다.
A: 사실이다. 실제로 생과 사를 다뤄야 하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건조하다고 호소하는 의사가 많다. 이들에게 의료인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굉장히 관심을 보인다.
사실 가장 좋은 의료윤리 교육은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선배 의사가 후배에게 시시때때로 환자와 접촉하면서 윤리문제를 함께 얘기해주면 가장 좋다. 그러나 선배의사들은 바빠서 여유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선배의사들도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의료윤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있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더 더욱 필요한 것이다.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43·이화의료윤리센터장)는 의료인문학이 의사에게 왜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권 교수는 의사학을 전공하고 현재 의학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의료인문학에서 흔히 말하는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 분야는 의과대학 학생보다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의학 교육만으로도 바쁜 본과 학생들에게 의사학이나 의철학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과 학생들에게는 의료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의료윤리나 환자와의 대화법 등에 대한 강의가 적절하다는 게 권 교수의 견해다.
권 교수는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에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의사학, 의철학은 5지선다형 문제로 풀어내는 순간 그 의미가 변질될 수 있고 그럴 필요성도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윤리에 대한 부분은 논의를 거쳐서 시험을 통해 평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대학에서 이화의료윤리센터장을 맡고 있는 걸로 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인문학의 올바른 교육 방향이 있다면.
A: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의료인문학 강의를 몇시간 들으면 다들 이태석 신부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문학 수업은 학생들에게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각을 심어주면 족하다.
그래서 강의도 몇 가지 사례나 상황을 제시해주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주는 식으로 진행한다. 흔히 말하는 인문학의 뼈대인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윤리,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 않나. 환자와 마주해 본 경험도 없는 학생들에게 의사학, 의철학이 무슨 소용이겠나. 그러나 연륜이 있는 의사일수록 인문학 교육은 의사의 인성을 깊게 만들기 때문에 필요하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의사 연수교육 때 의사학 관련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한번 쯤 과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Q: 우리나라의 의료인문학 교육이 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A: 그렇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의 문제이다. 기본 의학교육에서만 의료인문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은 전공의 등 임상의사를 대상으로 생애의학교육에 중점을 둬야한다.
예를 들어 프로패셔널리즘의 갈등, 의사의 역할,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는 직업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숙해야 하는데 이런 교육의 부재로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임상에 있는 의사들에게 의사학, 의철학 강의를 하면 굉장히 반응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Q: 최근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관련 문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의료인문학에 대한 교육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다만 의료윤리에 대해서만 문항을 포함시킨다면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인문학 전임교수를 갖춘 의과대학도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도 부족한 상태다. 5지선다형의 틀에 맞춰 문항을 만들다보면 의료인문학이 변질될 수 있다.
의사학, 의철학 등을 국가고시에 포함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물론 연구는 진행해야겠지만 말이다.
다만 의사국시에 포함됨으로써 전국 의과대학에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다.
Q: 의료윤리 분야에 대한 문항을 넣는 것에는 찬성하시는 것 같다. 어떤 내용의 문항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A: 의료윤리에 대한 부분은 사회적으로도 의료계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학회와 의사협회 등 의료계 내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거쳐야한다.
분명한 사실은 외국의 의료인문학을 그대로 들여와선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Q: 앞서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가 의료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는 부분은 의외였다.
A: 사실이다. 실제로 생과 사를 다뤄야 하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건조하다고 호소하는 의사가 많다. 이들에게 의료인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굉장히 관심을 보인다.
사실 가장 좋은 의료윤리 교육은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선배 의사가 후배에게 시시때때로 환자와 접촉하면서 윤리문제를 함께 얘기해주면 가장 좋다. 그러나 선배의사들은 바빠서 여유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선배의사들도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의료윤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있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더 더욱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