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간, 직역간 갈등 노골화 "전문영역까지 붕괴"
의료계에 벌어지고 있는 영역다툼은 한지붕 식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같은 전문과목 내에서도 진료영역을 두고 개원의와 교수, 나아가 학회와 개원의 단체간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결국 다른 전문과목의 영역침범에는 함께 대응하면서도 내부에서는 환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적도, 동지도 아닌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경증질환 분류 두고 학회-의사회 갈등 심화
10월부터 시작된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화 방안은 이러한 갈등에 기름을 부은 정책이다.
2, 3차 의료기관의 약제비 본인부담금을 높여 1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방안에 대해 병원들의 심기가 그리 편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당뇨질환을 놓고 벌어진 학회와 의사회간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학회가 1차 의료기관에 당뇨를 맡기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하자 의사회가 발끈하며 이를 반박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실제로 당뇨병학회는 복지부가 2형 당뇨를 경증질환에 포함시키자 즉각 성명서와 의견서를 발표하며 이를 비판했다.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는 당뇨를 1차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당뇨병학회는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가 실시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부당성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개원의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상당수 당뇨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개원의들도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19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당뇨환자는 극히 일부분"이라며 "대부분은 내과 전문의가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병증이 심하면 상급병원에 의뢰하면 될 일"이라며 "1차 의료기관에서 당뇨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학회 측의 기우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이렇듯 학회와 의사회가 극한 갈등을 빚자 당뇨학계의 원로인 당뇨병학회 김진우 회장이 중재에 나섰다.
직접 회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며 대학병원과 의원간 환자 다툼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호소한 것.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 단체간 앙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의원 갈등 심화…"결국 경제 논리"
이러한 갈등은 비단 당뇨질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계가 생존 경쟁에 몰리면서 대학병원과 의원간에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극심한 저수가 체제 속에서 어떻게든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숙명이 상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학병원들이 수익사업의 하나로 주력하고 있는 피부클리닉, 시력교정 클리닉 등은 이러한 갈등의 핵심이다.
대학병원에서 박피술 등 미용 수술을 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개원의들의 지적과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대학병원의 의견은 상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대학병원에서 비만 클리닉 등 개원의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영역까지 손을 뻗치면서 이러한 갈등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가고 있다.
모 대형병원 관계자는 "암 등 중증환자가 몰리는 빅5병원 외에는 대학병원들도 딱히 특화된 영역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의원과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서로 환자를 찢어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내·외부 갈등 "환자는 혼란스럽다"
이처럼 각 전문과목간 영역 다툼에 더해 교수와 개원의로 대변되는 직역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로가 전문가라고 주장하고 나서면 환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이다.
A대학병원 원로 교수는 "똑같은 갑상선 질환으로 입원해도 어느 환자는 이비인후과로 가고 어느 환자는 외과로 빠지니 환자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냐"며 "특히 병원마다 프로세스가 다르다 보니 전원하면 진료과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당뇨, 고혈압 같은 경우도 이제는 환자 스스로 경증인지, 중증인지를 판단하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모든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다. 서로가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이제는 전문영역이 모호해 졌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외과 과장은 "같은 암에 걸렸어도 항암 치료를 하느냐, 아니면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느냐는 병원마다,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다"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치료가 최선인가에 대한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디스크 질환 하나를 놓고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가 다투는 걸로 모자라 최근에는 마취통증의학과까지 뛰어들었다"며 "결국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지만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린 한국 의료체제에서 그러한 상생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
같은 전문과목 내에서도 진료영역을 두고 개원의와 교수, 나아가 학회와 개원의 단체간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결국 다른 전문과목의 영역침범에는 함께 대응하면서도 내부에서는 환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적도, 동지도 아닌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경증질환 분류 두고 학회-의사회 갈등 심화
10월부터 시작된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화 방안은 이러한 갈등에 기름을 부은 정책이다.
2, 3차 의료기관의 약제비 본인부담금을 높여 1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방안에 대해 병원들의 심기가 그리 편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당뇨질환을 놓고 벌어진 학회와 의사회간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학회가 1차 의료기관에 당뇨를 맡기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하자 의사회가 발끈하며 이를 반박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실제로 당뇨병학회는 복지부가 2형 당뇨를 경증질환에 포함시키자 즉각 성명서와 의견서를 발표하며 이를 비판했다.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는 당뇨를 1차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당뇨병학회는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가 실시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부당성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개원의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상당수 당뇨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개원의들도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19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당뇨환자는 극히 일부분"이라며 "대부분은 내과 전문의가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병증이 심하면 상급병원에 의뢰하면 될 일"이라며 "1차 의료기관에서 당뇨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학회 측의 기우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이렇듯 학회와 의사회가 극한 갈등을 빚자 당뇨학계의 원로인 당뇨병학회 김진우 회장이 중재에 나섰다.
직접 회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며 대학병원과 의원간 환자 다툼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호소한 것.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 단체간 앙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의원 갈등 심화…"결국 경제 논리"
이러한 갈등은 비단 당뇨질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계가 생존 경쟁에 몰리면서 대학병원과 의원간에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극심한 저수가 체제 속에서 어떻게든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숙명이 상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학병원들이 수익사업의 하나로 주력하고 있는 피부클리닉, 시력교정 클리닉 등은 이러한 갈등의 핵심이다.
대학병원에서 박피술 등 미용 수술을 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개원의들의 지적과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대학병원의 의견은 상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대학병원에서 비만 클리닉 등 개원의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영역까지 손을 뻗치면서 이러한 갈등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가고 있다.
모 대형병원 관계자는 "암 등 중증환자가 몰리는 빅5병원 외에는 대학병원들도 딱히 특화된 영역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의원과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서로 환자를 찢어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내·외부 갈등 "환자는 혼란스럽다"
이처럼 각 전문과목간 영역 다툼에 더해 교수와 개원의로 대변되는 직역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로가 전문가라고 주장하고 나서면 환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이다.
A대학병원 원로 교수는 "똑같은 갑상선 질환으로 입원해도 어느 환자는 이비인후과로 가고 어느 환자는 외과로 빠지니 환자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냐"며 "특히 병원마다 프로세스가 다르다 보니 전원하면 진료과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당뇨, 고혈압 같은 경우도 이제는 환자 스스로 경증인지, 중증인지를 판단하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모든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다. 서로가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이제는 전문영역이 모호해 졌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외과 과장은 "같은 암에 걸렸어도 항암 치료를 하느냐, 아니면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느냐는 병원마다,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다"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치료가 최선인가에 대한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디스크 질환 하나를 놓고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가 다투는 걸로 모자라 최근에는 마취통증의학과까지 뛰어들었다"며 "결국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지만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린 한국 의료체제에서 그러한 상생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