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상황에 맞는 기준 제정 중요…교육 통한 공유가 더 관건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그러자 이를 돕고자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메디칼타임즈>는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의 경험과 시사점을 정리했다. <편집자주>의료기관 평가인증을 통과한 병원들은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것으로 '규정집 제작'을 꼽는다. 하지만 의료기관 평가인증의 취지를 잘 이해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할 수 있다.
<상> 우리 병원에 맞는 규정 만들기
<중> 평가인증 A TO Z 짚어보기
<하> "병원장의 의지와 철학이 중요하다"
먼저 의료기관인증제는 기존의 의료기관평가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료기관인증제는 의료기관평가제와는 달리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강제사항이 아니므로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 정신병원은 병원 운영을 지속하려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평가제는 평가 지침이 정해져 있는 반면 의료기관인증제는 평가 기준부터 모든 것을 병원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평가제가 질문과 답이 명확한 객관식 문제였다면 의료기관인증제는 질문과 답이 재해석될 수 있는 주관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잘 준비하려면 수동적으로 정해진 답을 찾는데 매달리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각 병원의 특성을 살려 평가자를 설득할 수 있는 서술형 답을 만들어 간다고 보면 된다.
이쯤해서 의료기관인증제를 도입한 배경을 짚어보면, 획일화된 기존 의료기관평가제는 형식적인 제도에 불과해 실제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것이 바로 의료기관인증제. 각 의료기관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해 해당 병원이 직접 평가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춰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미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그동안 획일화된 평가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어 새롭게 바뀐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차라리 의료기관평가제처럼 기준이라도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인증제의 취지를 잘 반영해 '우리 병원에 맞는 옷'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수월하게 준비할 수도 있다.
유명 대형병원의 규정이라고 해도 중소병원에겐 무용지물이다. 각 병원의 상황에 맞게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규정 작성, 이렇게 해라
일단 정부가 발표한 기본 규정을 참고(대학병원급, 중소병원급 규정이 별도로 있다)해 각 병원의 현황을 반영해 수정, 살을 붙여나가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이때 각 부서별로 협조가 필요하다.
다음은 의료기관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지(평가문항별로 요구사항 충족도를 검토한다), 상위 규정(법률이나 관련 학회 권고 사항)에 충족하는지 등에 대해 검토한다.
이 때 규정 간 내용이 상충하지 않도록 한다. 가령, 규정에 '안전한 처방관리' 항목에 '환자 확인 절차' 내용과 '정확한 수술 및 시술 확인' 항목에서의 '수술 대기실에서의 환자 확인 절차' 내용이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된 규정은 병원에서 구성한 '규정관리위원회'의 주도로 규정 승인 절차를 밟는다. 이 조직은 내부 규정 승인 여부 평가를 위한 협의체 역할을 하고, 최종승인은 병원장 결재를 받는다.
규정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규정을 공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승인된 규정은 해당 부서와 경영지원팀에서 보관하고 부서장 회의나 의료진 회의 등 원내 협의체를 통해 교육하거나 전달해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규정 작성, 쉽게 하기
먼저 규정의 수준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혹은 낮게 잡지 말자. 너무 높게 잡으면 현실적으로 이행하기가 어렵고, 너무 낮으면 조사위원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각 부서 상황에 따라 규정 내용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의료기관에서는 상황에 따라 혹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규정 내용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규정 내용을 정리할 때는 팀장이나 부장의 의견보다는 현장의 의견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뛰는 직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 규정을 정리하다 보면 수준을 낮추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병원의 환경에 맞춰서 일부 조정할 수는 있지만 환자 안전이나 의료 질 향상 측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너무 기준을 낮추면 평가인증을 받는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모든 검토 및 승인은 병원장이 타 규정과 중복되는 지, 규정 내용이 상충하지는 않는지 수차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은 오류이지만 평가인증 조사위원들에게는 크게 보일 수 있다.
규정 편집 및 최종 마무리는 문서작성 능력이 되는 사람이 혼자 맡아서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 문맥이나 형식을 통일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오히려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수 있다.
■규정 교육,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규정은 만드는 것보다 공유가 중요하다. 규정 작업을 마쳤다면 전 직원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수차례 교육 과정을 거쳐야한다.
특히 다음 제시하는 항목은 공통 질문 사항으로 모든 직원이 언제 어디서 질문을 받더라도 답할 수 있도록 외우고 몸으로 익혀야 한다.
환자확인, 낙상예방활동, 손 위생, 직원안전 보고체계, 화재 대처요령 및 소화기 사용법, 금연, 의료기기 안전관리, 환자 안전 보고 절차, 심폐소생술 지침, 환자권리와 책임, 사생활 보호, 취약환자 권리보호, 환자불만고충 처리, 미션 및 비전 핵심가치, 의료사회 복지절차, 직원교육, 유해물질 노출시 대처방법,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절차 등.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원장은 "인증평가 과정에서 조사원의 돌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답할 수 있도록 공통질문 내용을 정리한 미니 핸드북을 제작했다"면서 "전 직원이 규정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