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진료 위축된다" 털어놔…'입증책임' 부담감 작용
# A병원 종양내과 김모 교수는 요즘 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고민에 빠진다. 그의 머릿속에는 '보험급여 기준대로 처방할 것인가' 아니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할 것인가' 두가지 질문이 오간다. 게다가 얼마 전 '앞으로 임의비급여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진료는 자제하라'는 병원장의 간곡한 당부는 그의 고민을 더 키우고 있다.
# B병원 정형외과 전임의로 근무 중인 이씨는 얼마 전 다녀온 해외학회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접했지만, 막상 환자 치료에 도입하는 게 꺼려진다. 전에 같으면 환자와 논의라도 해봤지만 이젠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 제도권에서 인정받기 전에는 시도하지 않을 생각이다.
의료계를 떠들썩 하게 했던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대법원 판결이 난 지 6개월 째. 환자 진료에만 집중해야할 의료진들이 '급여기준'이라는 덫에 빠져 진료행위가 위축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급여기준에서 진료를 통제하고 있어 환자를 치료할 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있어서도 제약이 뒤따른다는 게 의료진들의 지적이다.
앞서 대법원은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건강보험 틀 안에서 비급여를 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이 없고 치료의 시급성과 기준 개정 소요 기간 등이 불가피한 경우,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경우 등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외 조항만 보면 의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다.
이유는 위에서 말한 예외적 조건을 충족하는 예외적 상황에 대해 의료기관이 입증해야하는 책임 때문이다.
입증책임이란, 재판이나 소송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증명해야하는 책임으로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법률적 불이익을 받는다.
다시말해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할 것인지가 소송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판결 이후 각 병원 의료진들이 위축된 것도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병원 김 교수는 해외학회에서 췌장암 환자의 경우 방사선치료와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결과를 접했다.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방사선치료에 대해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반면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것은 현재 급여기준에 없기 때문에 자칫 임의비급여로 부당청구로 비춰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환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환자가 심평원에 허위부당청구로 신고하면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라면서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4주 복용하고 2주간 쉬도록 하는 항암제가 있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을 2주 복용하고 1주 쉬는 식으로 줄수 있는데 이를 급여허가 기준에 맞지않는다고 임의비급여로 내모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좋지만, 복용 양과 시점까지 조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한 일도 발생한다.
C대학병원 모 교수는 임의비급여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항암제 처방하는 방법을 바꿨다. 일단 급여기준에 따라 처방을 한 이후에 환자에게 필요한 약만 먹이고 나머지 약은 버리도록 하는 식이다.
그는 "항암제를 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투여하자니 급여기준에 맞지 않고, 그렇다고 기준을 어길 수 없어 곤란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기준에 맞춰 처방하고 환자에게는 필요한 만큼만 복용하도록 하고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솔직히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환자를 위한 소신진료를 고집하기 보다는 급여기준에 따른 진료를 하는 게 속 편하다"면서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만 피해를 볼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허대석 전 보건의료연구원장 또한 최근 대법원의 임의비급여 판결과 관련해의사의 소신진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급여기준만 있고 진료지침은 없어 답답한 상태"라면서 "정부가 급여기준만 가지고 모든 의료행위를 통제하려다 보니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의료의 특성상 환자별로 서비스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문제와 신의료기술을 제도권에서 승인받는 때 발생하는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B병원 정형외과 전임의로 근무 중인 이씨는 얼마 전 다녀온 해외학회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접했지만, 막상 환자 치료에 도입하는 게 꺼려진다. 전에 같으면 환자와 논의라도 해봤지만 이젠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 제도권에서 인정받기 전에는 시도하지 않을 생각이다.
의료계를 떠들썩 하게 했던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대법원 판결이 난 지 6개월 째. 환자 진료에만 집중해야할 의료진들이 '급여기준'이라는 덫에 빠져 진료행위가 위축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급여기준에서 진료를 통제하고 있어 환자를 치료할 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있어서도 제약이 뒤따른다는 게 의료진들의 지적이다.
앞서 대법원은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건강보험 틀 안에서 비급여를 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이 없고 치료의 시급성과 기준 개정 소요 기간 등이 불가피한 경우,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경우 등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외 조항만 보면 의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다.
이유는 위에서 말한 예외적 조건을 충족하는 예외적 상황에 대해 의료기관이 입증해야하는 책임 때문이다.
입증책임이란, 재판이나 소송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증명해야하는 책임으로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법률적 불이익을 받는다.
다시말해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할 것인지가 소송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판결 이후 각 병원 의료진들이 위축된 것도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병원 김 교수는 해외학회에서 췌장암 환자의 경우 방사선치료와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결과를 접했다.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방사선치료에 대해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반면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것은 현재 급여기준에 없기 때문에 자칫 임의비급여로 부당청구로 비춰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환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환자가 심평원에 허위부당청구로 신고하면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라면서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4주 복용하고 2주간 쉬도록 하는 항암제가 있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을 2주 복용하고 1주 쉬는 식으로 줄수 있는데 이를 급여허가 기준에 맞지않는다고 임의비급여로 내모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좋지만, 복용 양과 시점까지 조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한 일도 발생한다.
C대학병원 모 교수는 임의비급여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항암제 처방하는 방법을 바꿨다. 일단 급여기준에 따라 처방을 한 이후에 환자에게 필요한 약만 먹이고 나머지 약은 버리도록 하는 식이다.
그는 "항암제를 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투여하자니 급여기준에 맞지 않고, 그렇다고 기준을 어길 수 없어 곤란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기준에 맞춰 처방하고 환자에게는 필요한 만큼만 복용하도록 하고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솔직히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환자를 위한 소신진료를 고집하기 보다는 급여기준에 따른 진료를 하는 게 속 편하다"면서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만 피해를 볼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허대석 전 보건의료연구원장 또한 최근 대법원의 임의비급여 판결과 관련해의사의 소신진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급여기준만 있고 진료지침은 없어 답답한 상태"라면서 "정부가 급여기준만 가지고 모든 의료행위를 통제하려다 보니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의료의 특성상 환자별로 서비스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문제와 신의료기술을 제도권에서 승인받는 때 발생하는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