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증 확대 위한 임상시험, 국가가 지원하라"

발행날짜: 2013-06-13 18:50:58
  • 전문가·환자단체 주장…지리한 토론회에 환자들 '반발'

이미 급여권에 들어와 있는 약이 희귀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면?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는 절차부터 거쳐야 한다.

이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임상시험을 관리하는 관련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현재 제도권 안에 있는 연구자 임상 절차를 거치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정작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희귀난치성질환 지원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대체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타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효능, 효과가 인정돼 허가범위 초과(임의비급여) 형태로 공급되고 있지만 비용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예로 항암제인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가 도마위에 올랐다.

맙테라는 림프종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이지만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국내외 연구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약 100여명의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에게 맙테라가 허가초과로 공급되고 있다. 약을 쓰는 것은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6개월에 약 17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신 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맙테라 약제비에 대한 급여는 물론,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십자 이창희 의학본부장도 국내 제약계가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에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를 전하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 했다.

이 본부장은 희귀질환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유병인구가 적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피험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들은 외자사에서 개발한 신약을 따라가는(follow-on) 형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기존 오리지널약을 임상시험약으로 구매, 관리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대규모, 이중 맹검,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대안으로 "정부가 개발 희귀의약품 대상을 선정해 임상적 근거 확보를 위한 임상시험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희귀질환에 대한 임상적, 의학적 자문이 가능하도록 전문가 그룹을 꾸리고 식약처 내에 전담부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귀질환자의 안전성과 결과를 장기적으로 추적조사 및 수집하는 연구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가초과, 기준초과 부분에 정책적 역량 집중할 것"

하지만 정부는 현재 있는 제도권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전적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식약처 임상제도과 남태균 사무관은 "허가받은 약을 사용해 허가사항 범위 밖 적응증의 임상시험은 연구자 임상시험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대안을 내놨다.

연구자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을 위해 제약회사가 실시하는 임상시험 때보다 일부 자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남 사무관은 "현재 임상시험 제도상으로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절차와 제출자료 범위가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장성강화TF팀장은 적응증 확대를 통한 급여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곽 팀장은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에 있어서 행위, 치료재료 부분은 타질환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약제에서는 허가초과, 기준초과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난치질환은 질병코드가 없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질병코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답 없는 토론회…환자가 원하는 이야기 없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답없는 논쟁에 결국 환자는 없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수의 희귀질환자들은 질의 응답시간을 이용해 토론자들이 먼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극 토로했다.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는 한 환자는 "맙테라를 4년째 쓰고 있다. 4년전부터 급여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논문도 나오고 근거를 많이 만들었는데도 안된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효능이 입증 돼 환자가 4년간 맞고 있고 그때부터 거론된 것이 아직도 결론 안났다. 언제 결론이 날지도 모르겠다. 환자를 생각하고 있긴 한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사람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또 다른 희귀질환자도 "토론자들은 환자들이 정작 원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답없는 이야기들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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