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의 합리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의약계발전협의체 산하에 리베이트 쌍벌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한 의산정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이 단속만을 앞세우다 보니 의료계나 제약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산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특정 직능을 겨냥한 법으로서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들을 범죄시하여 의사-환자간의 신뢰관계를 깨트리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잘못된 정책이라는 점을 누누히 지적해 왔다.
뿐만 아니라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만 현행 리베이트 쌍벌제의 범죄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Safe-Harbor)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며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 주는 것이 바로 의사면허다. 즉, 의사는 면허로 생존하는 전문가인데 의사면허가 떨어졌다 붙었다 한다면 이로 인해 국민들의 진료권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정책을 통해 어느 직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도덕적, 윤리적 규정 요구를 강요하고 있다. 리베이트와 관련된 부분은 의료인의 직업적 윤리에 맡겨져야 할 영역이다.
정부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해 무너져 가는 동네의원을 살리겠다며 갖가지 의료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처벌규정이 강화될 경우 의사들의 진료환경은 더욱더 황폐화 질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의사와 국민의 갈등의 골만 깊게 함으로서 환자진료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처벌을 강화하려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의사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 국민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권 수호에도 역주행 하는 처사라는 점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산정 협의체 운영을 통해 리베이트 쌍벌제의 합리적 개선을 추진해 나간다고는 하나 허용 가능한 경제적 이익의 범위를 담고 있는 의료법시행규칙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만이 이루어짐에 따라 의료법 제23조의2(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 금지)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마련시에는 시대가 변화한 만큼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신용카드 포인트 등 경제적 이익(Safe-Harbor)의 범위를 늘려야 할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의약품 리베이트는 판매촉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이것이 부당한 경우에만 금지하고 있으나, 약사법과 의료법에서는 금지대상을 단순히 의약품 채택, 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모두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호한 리베이트 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서 애꿎은 피해자를 막자는 취지로 구성된 의산정 협의체에서 진진한 논의를 통해 경제적 이익의 범위를 비롯해 리베이트 쌍벌제의 상충되는 부분 등 불명확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개최된 의산정 협의체 회의에서 의료계에서는 리베이트 정의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의산정 협의체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시작이 반이다. 정부에서는 의산정 협의체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상설 협의체 형태로 운영하여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해 리베이트 쌍벌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