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성균관의대 김계현 교수 "의사로서 어려움 의사가 안다"
결혼, 진로, 적성, 그리고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
30년 전 당시엔 이런 고민을 들어줄 선배가 없었다.
의대에서 여성이 드문 이유도 있었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여성으로서 겪는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까닭이 컸다.
그리고 지금.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 후배들의 생각과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그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줄 선배가 생겼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의사를 꿈꾸는 예비 학도들을 위해 선후배간 고민을 공유하고 풀어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에서 1일부터 개최된 세계여자의사회 학술대회는 '여의사의 힘으로 세계인의 건강을'이란 타이틀 답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진로를 고민하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중단되거나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여의사들을 배려했다.
같은 '여자'로서 비슷한 고민과 상황을 겪었던 성균관의대 김계현 산부인과 교수가 멘토를 자처했다. 이화여대 ECC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의대생 9명과 멘토와의 상담 중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학문적인 포부가 커서 저명한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습하면서 의사의 생활을 보니보니까 평범하게 가정 꾸미고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의대에 여자 교수가 별로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김계현 멘토 = 예과 때는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본과에 들어가면 "과연 내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견딜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때는 소신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고 했지만 지금은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의대로 간다. 이런 사람 중에는 의대에 와서 오히려 바보가 되서 나가는 사람도 있다.
나 때만 해도 여자라는 이유로 메이저 과를 못하게 하고 여자가 들어오면 차별하는 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여자들도 남자 못지 않게 일을 잘 하지만 여자로서의 '난 여자니까'라는 식으로 배려를 받으려는 행태도 눈에 보인다. 이점을 챙기려고 하는 행동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인정할 때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의사 말고도 갈길 많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졸업하면 돈을 잘벌거라 생각하지만 이젠 포화상태다. 후배들에게는 길이 많이 열려있다.
남자 때문에 길이 막혀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글로벌 시대에 잘할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노력해야 한다.
▲ 아무래도 결혼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다. 의사와 결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알고 싶다.
김계현 멘토 = 우리 때는 의대에 여자가 별로 없어 의대 밖으로 선택의 폭이 컸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균형을 잡히고 있다. 의대 내에서도 배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말이다.
여자 의사라면 남자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의사의 어려움과 노고를 그나마 가장 잘 알아줄 수 있는 게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난 산부인과를 전공했고 남편은 신경과다. 같은 의사이다 보니 대화가 잘 풀린다.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당직도 많이 서고 했지만 남편이 이해를 많이 해줘 든든했다. 반드시 의사 남편을 만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찾으라는 말이다.
전공의들 중에 의사와 결혼한다고 인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거에는 여자 의사가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 많았다. 여자 혼자 잘되면 남자를 잡아먹는 것처럼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박사학위를 따려고 해도 남자가 먼저해야 하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여자만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외로 연수를 가보니 참 부러운 점이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학부형 모임을 간다고 하면 직장에서 배려를 많이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부형 모임을 간다고 일을 빠지려고 하면 "너만 애가 있냐, 나도 애 있다"는 식으로 배려는 커녕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자식들의 어머니이자 직업인으로서 여자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 시대인가. 육아는 여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임상파트가 아니면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도 좋다고 본다. 같은 반 동기가 찌질하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보인다. 몇년만 지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잘 눈여겨 봐라. 배우자 만나는 건 자기 운명이다. 현명한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난다.
▲ 과 선택의 기준이 적성인지 아니면 비전, 일자리 등 현실을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여자로서 결혼하면 가정에 필요한 시간도 많은데 적성만 보고 과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지 걱정이다.
김계현 멘토 = 외과냐 내과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후 세부 전공을 나누는 것이 좋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 좋아한다. 난 임상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공부하던 당시에 외과는 소신 있는 사람이 가야 하는 것이었다. 큰 병원을 끼지 않고 작은 병원에서 일하기에 흉부외과 신경외과는 너무 힘든게 당시 현실이었다.
너무 안주하는 태도로 일관하면 인생 자체가 재미가 없다. 적성과 흥미를 따져야 한다. 학생들 중에는 특히 환자 보기를 싫어하거나 말섞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는 진단이나 판독 쪽으로 가야한다. 일단 외과냐 내과냐를 선택하고 그후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 본과 때 알아두면 좋은게 있는지 궁금하다.
김계현 멘토 = 의대생들이 맨날 공부만 하고 있다. 의대도 SCI 논문을 많이 써야 어학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고 싶어한다. 방학 때 어학을 많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본다면 자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 생활을 배우는 게 좋다. 나는 대학 시절 취미로 오디션을 보고 대학로에서 노래하다가 걸린 적도 있다. 밤에 몰래 기타 들고 다니다가 큰 오빠에게 걸리기도 했다. 2주간 대학로에서 노래를 했지만 그 경험은 인생에 있어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다.
우리 때는 조금 엇나가면 머리를 깎아서 밖에 못나가게 하고 그랬다. 지금은 많이 바뀌지 않았나. 모든지 업으로 하는 건 좋은 게 아니다.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하려면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가 다른 일도 잘하면 얼마나 돋보이나. 자신을 풍성하게 해줄 취미를 찾아야 한다. 공부도 좋지만 다른 걸 조금 풍성하게 했으면 한다.
30년 전 당시엔 이런 고민을 들어줄 선배가 없었다.
의대에서 여성이 드문 이유도 있었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여성으로서 겪는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까닭이 컸다.
그리고 지금.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 후배들의 생각과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그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줄 선배가 생겼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의사를 꿈꾸는 예비 학도들을 위해 선후배간 고민을 공유하고 풀어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에서 1일부터 개최된 세계여자의사회 학술대회는 '여의사의 힘으로 세계인의 건강을'이란 타이틀 답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진로를 고민하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중단되거나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여의사들을 배려했다.
같은 '여자'로서 비슷한 고민과 상황을 겪었던 성균관의대 김계현 산부인과 교수가 멘토를 자처했다. 이화여대 ECC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의대생 9명과 멘토와의 상담 중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학문적인 포부가 커서 저명한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습하면서 의사의 생활을 보니보니까 평범하게 가정 꾸미고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의대에 여자 교수가 별로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김계현 멘토 = 예과 때는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본과에 들어가면 "과연 내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견딜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때는 소신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고 했지만 지금은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의대로 간다. 이런 사람 중에는 의대에 와서 오히려 바보가 되서 나가는 사람도 있다.
나 때만 해도 여자라는 이유로 메이저 과를 못하게 하고 여자가 들어오면 차별하는 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여자들도 남자 못지 않게 일을 잘 하지만 여자로서의 '난 여자니까'라는 식으로 배려를 받으려는 행태도 눈에 보인다. 이점을 챙기려고 하는 행동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인정할 때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의사 말고도 갈길 많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졸업하면 돈을 잘벌거라 생각하지만 이젠 포화상태다. 후배들에게는 길이 많이 열려있다.
남자 때문에 길이 막혀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글로벌 시대에 잘할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노력해야 한다.
▲ 아무래도 결혼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다. 의사와 결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알고 싶다.
김계현 멘토 = 우리 때는 의대에 여자가 별로 없어 의대 밖으로 선택의 폭이 컸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균형을 잡히고 있다. 의대 내에서도 배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말이다.
여자 의사라면 남자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의사의 어려움과 노고를 그나마 가장 잘 알아줄 수 있는 게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난 산부인과를 전공했고 남편은 신경과다. 같은 의사이다 보니 대화가 잘 풀린다.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당직도 많이 서고 했지만 남편이 이해를 많이 해줘 든든했다. 반드시 의사 남편을 만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찾으라는 말이다.
전공의들 중에 의사와 결혼한다고 인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거에는 여자 의사가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 많았다. 여자 혼자 잘되면 남자를 잡아먹는 것처럼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박사학위를 따려고 해도 남자가 먼저해야 하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여자만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외로 연수를 가보니 참 부러운 점이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학부형 모임을 간다고 하면 직장에서 배려를 많이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부형 모임을 간다고 일을 빠지려고 하면 "너만 애가 있냐, 나도 애 있다"는 식으로 배려는 커녕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자식들의 어머니이자 직업인으로서 여자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 시대인가. 육아는 여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임상파트가 아니면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도 좋다고 본다. 같은 반 동기가 찌질하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보인다. 몇년만 지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잘 눈여겨 봐라. 배우자 만나는 건 자기 운명이다. 현명한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난다.
▲ 과 선택의 기준이 적성인지 아니면 비전, 일자리 등 현실을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여자로서 결혼하면 가정에 필요한 시간도 많은데 적성만 보고 과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지 걱정이다.
김계현 멘토 = 외과냐 내과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후 세부 전공을 나누는 것이 좋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 좋아한다. 난 임상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공부하던 당시에 외과는 소신 있는 사람이 가야 하는 것이었다. 큰 병원을 끼지 않고 작은 병원에서 일하기에 흉부외과 신경외과는 너무 힘든게 당시 현실이었다.
너무 안주하는 태도로 일관하면 인생 자체가 재미가 없다. 적성과 흥미를 따져야 한다. 학생들 중에는 특히 환자 보기를 싫어하거나 말섞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는 진단이나 판독 쪽으로 가야한다. 일단 외과냐 내과냐를 선택하고 그후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 본과 때 알아두면 좋은게 있는지 궁금하다.
김계현 멘토 = 의대생들이 맨날 공부만 하고 있다. 의대도 SCI 논문을 많이 써야 어학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고 싶어한다. 방학 때 어학을 많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본다면 자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 생활을 배우는 게 좋다. 나는 대학 시절 취미로 오디션을 보고 대학로에서 노래하다가 걸린 적도 있다. 밤에 몰래 기타 들고 다니다가 큰 오빠에게 걸리기도 했다. 2주간 대학로에서 노래를 했지만 그 경험은 인생에 있어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다.
우리 때는 조금 엇나가면 머리를 깎아서 밖에 못나가게 하고 그랬다. 지금은 많이 바뀌지 않았나. 모든지 업으로 하는 건 좋은 게 아니다.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하려면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가 다른 일도 잘하면 얼마나 돋보이나. 자신을 풍성하게 해줄 취미를 찾아야 한다. 공부도 좋지만 다른 걸 조금 풍성하게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