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본과 4년 이성우 씨
급성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ECMO(체외막산소화장치) 장비를 이용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CMO는 환자의 심폐기능이 각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손상되거나 정지할 경우, 혈액을 체외순환 하여 심장과 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비다. 최근 ECMO가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심근경색 등에서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등 유용성이 증명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ECMO의 적용이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ECMO의 활용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흉부외과와 심평원 간에 팽팽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ECMO 시술 후 사망한 환자에 대해 급여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CMO는 기저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스 교환을 보조하여 회복에 필요한 시간 동안 생명유지를 도와주는 장치이기 때문에 ECMO를 사용하여도 이미 비가역적 손상을 받았다면 생명은 유지될 수 없다. 국내 통계에 의하면 ECMO를 사용하였을 때 29.9%의 환자가 생존하여 퇴원하였다. 10명 중 3명은 살아남고 7명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건강을 되찾은 3명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ECMO 치료 후에도 회복하지 못 한 7명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malpractice라는 말인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지만 결과론적으로 사망해버렸으니 과잉진료를 한 셈인가.
[증례]48세 남성이 흉통을 주소로 내원함. 상환 특이 병력 없는 분으로 내원 2일전 흉통 있었으나 저절로 호전되어 병원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며 금일 내원 1시간 전 전흉부에 찢어지는 듯한 양상의 흉통 있어 119신고 본원 응급실로 내원 후 심근 경색 소견 보여 입원함. 경피적 관상중재술 중 심정지 발생하여 CPR 후 안정화되었고 관상동맥 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하였으나 심기능 부전으로 VA-ECMO(정맥동맥간 체외막산소화장치) 적용 후 19일 동안 시행함. 이후 승압제를 최대로 사용하여도 혈압 감소되어 당일 저녁 ECMO를 재적용하여 8일간 시행하였으나 사망함. ECMO 수가는 삭감됐다. 뇌손상에 대한 평가 없이 ECMO를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사후판단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용어가 있다. 결과를 알게 되면 예상했던 일로 생각하는 일종의 심리적 오류다. 그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필연적 인과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그 당위적 인과관계가 매우 명확해 보이나, 매 순간 한 치 앞의 일은 알 수가 없다.
ELS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급성 심부전 또는 급성 호흡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확률이 높을 때 ECMO를 적용해 볼 수 있는데 50% 사망률에서 고려할 수 있고, 80% 사망률에서 적응증이 된다. 일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처치가 ECMO 밖에 없다면 고민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서두르는 것이 환자를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CMO 시술 후 사망한 환자에 대한 삭감 역시 사후판단편향적 판단이 아닐까. 심평원의 삭감 문제가 비단 ECMO 뿐이겠는가.
해법은 있는가. 아직까지 ECMO의 적응증과 금기증은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최신지견에 따라 합리적인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의 틀 내에서 다른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청구 대행을 폐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 급여 시스템 상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게 일정 부분 본인부담금을 받고 나머지 진료비는 건보공단에 청구한다. 청구된 항목은 심사평가원을 통해 급여 인정을 받으면 건보공단에서 지급되고 인정되지 못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만약 청구 대행이 폐지된다면 환자는 의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지불하고, 공단에서 공제 받아야 할 몫은 환자가 직접 공단에 청구해서 받게 된다. 삭감, 수가, 약제비환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볼 수 있으며, 진료비는 환자-공단간의 문제가 되므로 환자-의사 관계도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은 ECMO를 떼고 저체온요법을 받은 뒤 현재 회복 추세에 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로 수면상태에서 진정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심기능과 뇌파도 안정적인 소견이라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ECMO의 활용 가능성, 더 나아가 의학적 판단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려야하는 그리스신화의 시지프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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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흉부외과와 심평원 간에 팽팽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ECMO 시술 후 사망한 환자에 대해 급여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CMO는 기저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스 교환을 보조하여 회복에 필요한 시간 동안 생명유지를 도와주는 장치이기 때문에 ECMO를 사용하여도 이미 비가역적 손상을 받았다면 생명은 유지될 수 없다. 국내 통계에 의하면 ECMO를 사용하였을 때 29.9%의 환자가 생존하여 퇴원하였다. 10명 중 3명은 살아남고 7명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건강을 되찾은 3명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ECMO 치료 후에도 회복하지 못 한 7명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malpractice라는 말인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지만 결과론적으로 사망해버렸으니 과잉진료를 한 셈인가.
[증례]48세 남성이 흉통을 주소로 내원함. 상환 특이 병력 없는 분으로 내원 2일전 흉통 있었으나 저절로 호전되어 병원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며 금일 내원 1시간 전 전흉부에 찢어지는 듯한 양상의 흉통 있어 119신고 본원 응급실로 내원 후 심근 경색 소견 보여 입원함. 경피적 관상중재술 중 심정지 발생하여 CPR 후 안정화되었고 관상동맥 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하였으나 심기능 부전으로 VA-ECMO(정맥동맥간 체외막산소화장치) 적용 후 19일 동안 시행함. 이후 승압제를 최대로 사용하여도 혈압 감소되어 당일 저녁 ECMO를 재적용하여 8일간 시행하였으나 사망함. ECMO 수가는 삭감됐다. 뇌손상에 대한 평가 없이 ECMO를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사후판단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용어가 있다. 결과를 알게 되면 예상했던 일로 생각하는 일종의 심리적 오류다. 그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필연적 인과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그 당위적 인과관계가 매우 명확해 보이나, 매 순간 한 치 앞의 일은 알 수가 없다.
ELS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급성 심부전 또는 급성 호흡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확률이 높을 때 ECMO를 적용해 볼 수 있는데 50% 사망률에서 고려할 수 있고, 80% 사망률에서 적응증이 된다. 일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처치가 ECMO 밖에 없다면 고민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서두르는 것이 환자를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CMO 시술 후 사망한 환자에 대한 삭감 역시 사후판단편향적 판단이 아닐까. 심평원의 삭감 문제가 비단 ECMO 뿐이겠는가.
해법은 있는가. 아직까지 ECMO의 적응증과 금기증은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최신지견에 따라 합리적인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의 틀 내에서 다른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청구 대행을 폐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 급여 시스템 상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게 일정 부분 본인부담금을 받고 나머지 진료비는 건보공단에 청구한다. 청구된 항목은 심사평가원을 통해 급여 인정을 받으면 건보공단에서 지급되고 인정되지 못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만약 청구 대행이 폐지된다면 환자는 의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지불하고, 공단에서 공제 받아야 할 몫은 환자가 직접 공단에 청구해서 받게 된다. 삭감, 수가, 약제비환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볼 수 있으며, 진료비는 환자-공단간의 문제가 되므로 환자-의사 관계도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은 ECMO를 떼고 저체온요법을 받은 뒤 현재 회복 추세에 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로 수면상태에서 진정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심기능과 뇌파도 안정적인 소견이라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ECMO의 활용 가능성, 더 나아가 의학적 판단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려야하는 그리스신화의 시지프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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