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원칙 지키자던 복지부?

발행날짜: 2014-07-04 10:41:41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 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이상의 작품 <봉별기>가 떠올랐다면 과도한 걸까.

최면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기시감(데자뷰)을 경험하는 때도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볼 때면 종종 드는 생각이다.

제2차 의정협상 결과물이 나온지 불과 몇달이나 지났을까. 벌써부터 시끄럽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영리자법인 확대 문제, 그리고 최근 불거진 부정수급 방지대책까지.

지난 3월 제2차 의정협의안을 도출한 정부는 '신의와 성실 원칙'에 입각해 논의를 진행하자고 약속했다. 서로를 믿고 최대한 양보하는 자세로 경청해보자고 선뜻 제의했다.

의협과 복지부가 함께 원격진료 시범사업 등 의정 협의 진행과정을 살필 '이행점검단'을 신설하고 첫 만남을 가질 때만 해도 기대감이 들었다.

이제는 달라지겠거니 하는 생각도 잠시, 기대감을 깬 것은 영리자법인 확대와 관련한 문제가 터지면서부터다.

논의기구를 신설해 논의해보자고 했던 영리자법인 확대 문제는 슬그머니 강행 추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부정수급 방지대책도 마찬가지. 이미 의료계와 충분히 교류했다(?)는 방패막이를 꺼내들고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고 나섰다. 법적 근거도 미약한 환자의 자격확인 의무화에 대해선 협조 불응시 "요양급여를 미지급하겠다"는 깨알같은 규정도 잊지 않았다.

신의와 성실 원칙을 강조하던 정부는 어디로 갔나. 불과 3개월새 입을 싹 닦았다.

정부의 태도는 줄곧 선시행 후보완의 기조에 맞춰져 왔다.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의료정책에서 선시행 후보완의 정책 기조는 위험하다는 반발이 매번 나오지만 뒷짐을 진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속고 또 속아주는 일련의 과정에 지친 것일까. 최근 또 다시 대정부 투쟁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최근 일련의 복지부의 대응과 태도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의료계가 대정부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이유와 명분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언제 쯤 속고 속아주는 집단 최면의 꿈결 속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의사들의 그늘진 심정에 불을 지르고 있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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