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탓 말고 대화 좀 하세요

발행날짜: 2014-07-10 06:05:09
"논의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의료계가 줄곧 내뱉는 이런 말에 '정부'라는 단어를 지워도 될 것 같다. 정부 대신 '의협'이나 '비대위'를 넣어도 딱 들어 맞기 때문이다. 의협과 비대위 모두를 취재하며 든 생각이다.

최근 조인성 비대위 협상위원회 수석은 비대위 주도의 제3차 의정협상단의 구성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단 구성시) 병원협회 대표가 참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은 내심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복지부와 협상 대상자는 회무의 연속선상 집행부가 하는 것이 맞고 3차 협상의 가능성 언급 역시 아무런 사전 조율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집행부의 비대위 참여로 '화해'의 모양새는 갖췄지만 도리어 집행부의 회무가 비대위와 사전 조율 문제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의협은 바로 의-정 협상을 진행할 이행추진단을 새롭게 구성해 발표했다. 집행부 인사로 채워진 건 두말하면 잔소리. 의-정 협상의 주도권을 두고 잡음이 일어나자 먼저 한방을 먹인 셈이다.

비대위도 아쉬운 소리를 하기는 마찬가지.

협상위 수석으로 선출되고도 정작 협상 테이블에는 앉지 못하게 된 조인성 수석은 "비대위가 구성된 목적 자체가 대정부 투쟁과 협상을 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고 전권을 위임받았다"면서 "따라서 비대위가 협상단을 조직하는 것은 월권이 아니라 자율권한"이라고 씁쓸해 했다.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는 식으로 한쪽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아쉬움은 과연 집행부와 비대위가 물리적 화합을 극복할 만큼 '대화'라는 화학적 촉매제를 잊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복지부가 제안한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을 두고도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비대위는 "수가라는 당근책까지 제시하면서 원격모니터링에 속도를 내는 것을 보면 복지부가 건강관리회사에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를 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반면 의협은 복지부의 단순한 제안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일 뿐더러 비공개 자료를 사전조율없이 오픈했다며 눈을 흘기고 있다.

모두 상대방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몰라도 너무 모른다. 답답하다. 소설을 쓰고 있다. 강의를 해주고 싶을 정도다. 뒤통수를 맞았다.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식의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나온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불만을 직접 만나 논의하면 오해도 풀릴텐데, 기자에게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니 중간에서 취재를 해야하는 사람만 난감할 뿐이다.

비대위는 대화로는 안되니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집행부의 원격모니터링 추진을 여론전으로 압박하겠다는 입장.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이 파국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불안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이철호 의협 부회장이 비상대책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하며 집행부-비대위간 '통 큰 화합'을 보여준지 얼마나 지났나. 집행부와 비대위가 이런 촌극을 벌이면서 대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 탓을 하기엔 스스로도 겸연쩍은 일.

화학적 결합을 위한 대화라는 촉매제가 아쉽다.

"투쟁은 비대위가 맡겠습니다. 협상은 집행부가 나서주세요." 진짜 통 큰 화합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쓰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분란의 반사이익은 오로지 정부 몫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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