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의사의 안타까운 장래 고민

발행날짜: 2014-11-13 05:38:52
"레지던트만 하고 의료계를 뜰겁니다. 아깝게 왜 그만두냐고요? 비전이 없잖아요? 저수가에 젊은 의사의 희생만 강요하는 의료계는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전공의 수련환경 실태에 대해 취재를 하며 만난 한 전공의가 던진 이야기는 놀라웠다.

전공의 수련환경이 열악하고 그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왜 불만인지 따로 물어보기도 멋쩍을 정도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 몇년 후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그가 의료계에서 몸 담고 싶지 않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물론 요즘 전문의 출신의 의사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긴 했다. 또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이를 지양하고 있다.

그 전공의의 말이 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아마도 그가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다.

그는 의료계를 굉장히 불합리한 구조로 더 이상 비전을 찾을 수 없는 분야라고 봤다.

의료계 내부에선 저수가에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며 울상이지만 사실 여전히 의과대학을 가기 위해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의전원에 입학하고 다수의 수험생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게 현실 아닌가.

오죽하면 어렵게 의과대학에 합격해 힘든 교과과정을 마치고 이제 레지던트 과정만 밟으면 되는 젊은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을까.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의사들은 고생한 것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존경을 받았고 수입적인 측면에서도 풍족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상황이 달라지긴 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수련을 마치고 의사로서 제대로 환자를 진료하려면 펠로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그 이후에도 미래는 보장돼 있지 않다.

개원을 하더라도 개원 경쟁을 뚫고 버텨야 하고 교수가 되려면 앞도 보이지 않는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만만한 게 봉직의로 취업하는 것인데 병원은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친절을 요구한다.

의과대학 6년에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알파. 여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펠로우 과정에 그 마저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의료계 현실까지.

마침 지난 12일, 전국 병원장들이 63컨벤션센터에 모여 병원계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의사가 걱정없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젊은 의사가 찾는 미래도 결국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은 의사의 미래는 곧 의료의 미래다. 그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수십조의 예산을 쏟아붓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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