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사원도 허니버터칩처럼

이석준
발행날짜: 2014-12-18 05:50:15
허니버터칩이 장안의 화제다.

이슈의 정상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허니버터칩 구하기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에게는 제약사 영업사원(Medical Representative, MR) 친구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도 최근 허니버터칩을 구하려 안달이다. 엄동설한에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며 "허니버터칩 있나요?"를 묻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진에게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의사 자녀들에게 허니버터칩을 구해준다는 자발적 약속을 했단다. 한 친구의 SNS에는 허니버터칩 구한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제약계에도 침투한 허니버터칩 열풍.

혹자는 '그래 봤자, 과자일 뿐인데'라며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열광하는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것이 마케팅 상술이든 소비 심리이든 말이다.

그렇다면 제약사 영업사원은 의료진에게 어떤 존재일까. '가질 수 없는 너', '머스트 해브 아이템' 허니버터칩 같은 존재일까.

필자가 필드(field)에서 느낀 생각을 감히 적자면 불행히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주 고객인 의사에게는 단순히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일 뿐 큰 존재감이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 영업사원은 개성이 없다. MR의 사전적 의미는 의학정보전달자이지만 정작 영업사원들은 이 역할을 뒤로 한 채 천편일률적, 고전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잦은 방문으로 인한 눈도장 찍기, 노무와 편익 제공에 목숨을 건다. 그렇게하면 처방이 잘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기댄 채 말이다.

특히 오리지널이 아닌 복제약을 갖고 경쟁하는 국내 제약사 MR에게는 참신함을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반박한다. 똑같은 성분 의약품이 수십 개 쏟아지는 현실에서 어떻게 참신한 경쟁을 할 수 있느냐고. 허니버터칩처럼 의사 비유를 맞춰 처방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약업계를 수년간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 이해는 한다. 하지만 참신한 마케팅을 단순히 과자를 대신 사다 준다는 식의 의사 편익 제공에 맞춰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제약사 MR 본연의 업무인 의학정보전달자 역할도 적잖은 비중으로 동반돼야 한다.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이후 PM(Product Manager) 같은 MR(영업사원)이 의료진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 역시 참신함이다. 왜냐고? 의사들에게는 이런 PM같은 MR이 드물기 때문이다.

제약사 MR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엄연히 기업에 입사하기 전 누구나 처럼 많은 스펙을 쌓는 등 본인 수양에 앞장섰던 이들이다. 속칭 'SKY' 출신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현실에 적응하느라 존재감 없는 이들로 포지셔닝됐을 뿐이다.

허니버터칩. 수백만원짜리 명품 백도 아닌 것이 여러 사람의 애를 태우고 있다. 너도나도 찾는다.

의료진에게 있어 제약사 영업사원도 충분히 허니버터칩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전문 지식 함양 등 본연의 역할인 의약품 지식 전달자가 지녀야할 능력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말이다.

허니버티칩을 대신 사다 주는 것이 아닌 본인이 허니버터칩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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